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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타는 말과 소연, 대연 및 왕비의 교자 등도 여기서 관리한다. 왕자들이 오면 수행자들은 여기나 빈청에서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갑니까?”김용세는 꼭 대답을 들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아주 심각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보더니 김용세를 사복시 집무청 뒤로 끌고 갔다. 그는 궁장 은행나무 아래에 앉았다. 어느새 샛노란 은행잎이 수북이 쌓여 가을이 가까웠음을 알리고 있었다.“아무래도 한판 붙을 것만 같은데……. 나으리께서 전하를 배알하러 가신 것은 봉화백의 안하무인식 거동을 혼내시려는 것이오. 아, 글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4.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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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불같은 공세에 밀린 왕이 무마책으로 마침내 교지를 내렸다.‘요즘 들어 대소 사찰의 기강이 해이해져 과인은 몹시 걱정스럽다. 사찰에 있는 사람은 마음을 깨끗이 하고 탐욕을 버려야 함에도 이를 저버리고 세속의 나쁜 버릇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주지들은 불도를 닦기보다 살림 밑천을 장만하는 데 정신이 없고 여자들과 사통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며, 죽은 뒤에도 제자가 법손(法孫)이라고 주장하며 살림과 노예를 물려받겠다고 야단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개국 초 이 폐단을 없애지 않으면 안 될 것인즉 도당에서는 엄중히 조처하라.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4.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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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윤석열 정권과 여당을 무섭게 심판했다. 4월 10일 제22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헌정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참패를 당한 것은 협치·소통으로 국정기조를 전환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보수의 암흑기’가 다시 도래했다. 국민의힘은 보수가 궤멸하였던 2016년 탄핵 당시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재현된 여소야대로, 21대 국회의 ‘입법독재’가 재현될 전망이다.‘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사천(私薦)으로 국민 앞에 선 종북 주사파들, ‘단군 이래 최고의 막말꾼’ 김준혁, ‘편법대출’의 양문석 등이 국회에 입성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4.04.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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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 줄 아느냐? 내가 바로 천하의 회안 대군 나으리를 모시는 석구지다. 빨리 그 여자를 내놓지 않으면 요절이 날 줄 알아라.”이 일은 정안군 측에는 큰 악재가 되었고, 정도전 측에는 호재였다. 이 일은 내시 김사행과 조순을 통해 과장되어 왕에게 보고되었다.석구지는 즉각 순군부에 끌려가 목이 베였다.노비들의 기강이 헤이해지자 정도전 측에서 노비의 기강을 세우는 일과 함께 대군을 중심으로 한 문무관들이 기르는 사병(私兵)을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정도전의 건의를 받아들여 노비를 관리하던 변정도감으로 하여금 철저히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4.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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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 모두가 정도전의 주변 인물이었고, 정도전의 가장 강력한 반대 세력인 정안군 방원의 측근들은 모두 소외되어 왕을 만나기 어렵게 되었다.정안군 방원과 현비의 암투는 그 뿌리를 캐보면 개국 초 경처(京妻)에 불과한 강씨가 정식 왕비로 된 때부터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들이 첫 번째 충돌을 한 것은 물론 왕세자를 책봉할 때였다.현비는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왕이 먼저 세상을 하직할 경우 자신과 두 아들, 즉 방번과 방석 그리고 딸 경순궁주의 운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처인 한씨 소생의 다섯 아들과 두 딸의 시샘으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3.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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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의 명이라면 간뇌를 쏟으라해도 신자된 도리에서 마땅히 행해야 하겠으나 제 지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그것은 걱정마십시오. 예장도감 휘하의 관리 직책으로 임명을 해주실 겁니다.”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김용세는 오직 그 일 한가지만을 담당하기 위해 임명되었다가 그 일을 마치자 곧 다시 서운관으로 발령이 바뀌었다. 석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사대석을 다 만든 뒤에 신 상궁이 직접 와서 그 중 몰래 만들어진 감실이 있는 사대석에 뭔가를 집어넣고 간 것이다. 신 상궁은 그 석감이 무엇인지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3.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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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세는 아까부터 자기와 함께 병졸의 모양을 유심히 보고 있던 젊은이를 보고 물었다. 흰 도포에 흰 베를 두른 갓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신분은 짐작키 어려웠다.“피냄새가 납니다. 왕권이 또 어디로 갈 것인지…….”사나이는 김용세를 돌아보지도 않고 깜짝 놀랄 말을 내뱉었다.“노형, 인사는 없소만 말씀이 지나친 것 같소이다.”관복 차림의 김용세를 의식하고 그가 한 말이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가 없다고 김용세는 생각했다.“미안하오, 그러나…….”그때서야 사나이가 김용세를 돌아보았다.“나는 서운관 승으로 있는 김용세라고 합니다. 북악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3.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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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세가 얼른 일어나 인사를 올리자 방원은 인사치레는 그만두라는 듯 어서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단도직입으로 묻겠네. 솔직하게 말해 보게.”방원의 태도에 김용세는 절로 긴장이 되었다.“이번 묘를 쓰게 되어 무슨 변화가 생길 지 말해 보게. 아까는 세자가 있어 내 거기까지 묻지 못했네.”묘를 쓰는 이유는 망자의 편안을 바라는 것이 그 하나요, 자손의 발복을 바라는 것이 그 둘이었다. 따라서 길지에 장사를 지내면 복을 받지만 흉지에 장사를 지내면 화를 받게 되는 것이다. 방원이 묻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는 왕실의 안위와 관련이 되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3.0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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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상시의 박사들과 서운관 관원들이 다시 능터를 잡기 위해 양주 모악 등의 산을 헤맸다. 여러 후보지 중에 윤신달 판사가 천거한 조산(朝山 관악)을 가장 좋은 후보지로 뽑고 왕이 직접 보기 위해 어가의 행차가 다시 이루어졌다.그러나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광화문을 나서 광통교를 건너 남문으로 향하던 전하가 돌연 어가를 멈추게 했다. 그리고 수행하던 좌승지 정탁을 보고 물었다.“저기 오른쪽 조그만 언덕이 있는 곳이 보이느냐? 거기가 어디냐?”“예, 그곳은 한양 성내 서부 취현방이란 곳입니다. 넘어가면 서문이 보입니다.”정탁은 영문을 몰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2.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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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과장에서 인정받아 전하께서 내리신 벼슬 자리에 있고 천문 지리에 관해서는 배울 만큼 배운 놈입니다. 그런데 왜 애매한 이놈의 할아버지까지 욕보이십니까?”김용세는 내친김이라 생각하고 할 말을 다해 버렸다.“아니, 놈이라니? 어따 대고 놈이라고?”유한우가 팔을 걷어붙이며 펄펄 뛰었다.“김용세의 말에도 일리는 있지.”아까부터 마음 속으로 꽁하고 있던 이양달이 김용세를 거들고 나섰다.“일리는 무슨 얼어죽을 일리야!”이번에는 배상충이 유한우 편을 들고 나섰다. 네 사람이 어울러 맞고함을 지르고 싸우기 시작했다. 이때 좀 떨어진 곳에서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2.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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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들라 일러라.”말을 마치자 왕은 다시 비취 불상을 바라보며 눈물을 의수로 훔쳤다. 봉상시와 산기상시 그리고 서운관이 예조와 협력해 장의 절차를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김용세는 윤신달 판사, 유한우(劉旱雨) 부정(副正) 등과 함께 능터를 잡는 일에 배속되었다. 그는 삼베 단을 단 간이 상복을 입고 빈궁 마당으로 서둘러 나가 보았다.평소 현비의 부름을 받고 가끔 서운관에 있는 비기(秘記)들을 설명해 주면서 본 현비의 얼굴은 온화하지는 않았지만 오묘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라고 생각했었다.현비가 관심을 가진 것은 언제나 막내 아들인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2.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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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형은 그의 말은 듣지 않고 호랑이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이게 웬일, 화살을 맞을 호랑이는 더욱 사나워져 이원계에게 덤벼들어 요절을 내버렸다.이성계는 형을 잃고 울면서 산을 내려왔다. 산 밑에 이르자 그는 허탈감과 갈증으로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때 시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한 처녀가 눈에 띄었다. 숱이 많은 머리를 치렁치렁하게 땋아 늘인 것으로 보아 처녀임이 분명했다.흰 피부와 갸름한 얼굴, 또렷한 이목구비가 첫눈에도 드물게 보이는 미인이었다. 태조는 그 처녀에게 마음이 끌려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낭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2.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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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왕의 슬픈 사랑태상왕께서는 신의왕후를 지극히 사랑하사 한시도 잊으시지 않았으며 정릉을 잡으시매 온갖 보배를 부장하시고 언제나 능에 거동하시었도다. - 영추문 위로 긴 그림자를 늘어뜨린 느릅나무 잎이 일영대(日影臺)에 그림자를 드리울까 봐 서운관(書雲觀) 승직에 서있는 김용세(金容笹)는 신경이 쓰였다. 일영대란 해시계의 일종으로 돌 위에 시각을 알리는 금을 긋고 영침이라는 막대를 세워 그 그림자를 보고 시각을 짐작하는 장치이다.추분이 눈앞에 다가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햇볕은 제법 뜨거웠다.“미시未時(오후 2시경)라, 아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2.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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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방 남원의 첩실 일타의 집은 불길에 휩싸여 밤을 낮처럼 밝혔다.“우리 집 마루 밑에 어떤 뚱뚱한 놈 하나가 상투바람으로 숨어 있습니다.”웬 사나이가 뛰어나와 정안군 방원 앞에 고했다.“댁은 뉘시오?”이숙번이 물었다.“저는 여기 사는 민부(閔富)라는 사람입니다. 전에 판사를 지냈습니다.”“숨어 있는 그놈 모양이 정도전임에 틀림없었다.”“들어가서 정가 놈은 끌어내라.”이숙번이 소리치자 갑사 여러 명이 우르르 민부의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죽이지 말라.”정안군이 소리쳤다.소근과 다른 세 명의 갑사가 조금 뒤에 정도전을 개 끌듯이 끌고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1.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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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리더인 듯한 나이가 든 요원이 명령을 했다.“사람 살려.”“살려 주세요. 우우우...”그때 열린 문안에서 여자들의 필사적인 아우성 소리가 들렸다.“저게 뭐야?”요원들이 총을 일제히 그곳으로 겨누었다.“살려주세요.”목청이 터져라 외치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들어가 보아!”리더가 턱으로 명령을 내리자 대여섯 명이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아저씨 여기예요. 여기!”안에서 다시 왁자지껄 하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있지 않아 요원들이 여자 인질 스무 명을 데리고 나왔다. 모두가 머리카락이 흩어지고 겁에 질려 창백한 얼굴이었다.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4.01.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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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 독재 정부를 무너뜨리고 이 땅에 진정한 민주 독립 정부를 세우는 길은 이 방법밖에 없었어.당신들 목에 칼을 들이대지 않으면 정권 내놓겠어? 우리가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야. 그리고 국민들은 막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알지 못할 거야. 독재자들은 여편네 목숨 하나 건진 것을 감지덕지 하고 쉬쉬하며 권좌에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을 거야.”“하지만 그렇게 당신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걸. 당신도 소위 독재 정부의 장관이 아니오?”“하하하... 그야 그렇지. 그래서 당신 상전들이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4.01.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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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하도 위기를 느끼고 그에게서 빠져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놓아 주기는커녕 여자를 더욱 거세게 끌어당기며 얼굴에 자기 얼굴을 비벼댔다. 한 손이 가라이로 들어와 그곳을 움켜 쥐었다.“이거 놔요!”조은하가 그를 떠밀었다. 그러나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내 앞에서도 벗어보아. 내 것도 받으란 말이야.”그는 조은하의 스커트를 걷어 올리려고 애를 썼다.“정말 왜 이래요? 미쳤어요?”“미친 건 은하야. 넌 더러워졌어. 이 세상에 더 살아 있을 가치가 없어. 나한테 네 육체를 맡겨.”조은하가 미친 듯이 덤벼드는 고문직의 얼굴에 침을 뱉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12.29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