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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은 지금 기절해 있다! 그리고...’지성천은 이런 생각이 불현 듯 났다. 지성천을 손을 살그머니 내밀어 해월을 한 팔로 안았다. 그리고는 무섭게 꼭 껴안아 보았다. 지성천은 숨결이 가빠졌다. 눈에는 불이 일었다. 해월을 땅바닥에 반듯이 눕혔다. 그리고 허리로 손을 가져갔다. 바로 그때였다. 지성천은 등골이 서늘함을 느끼고 육감적으로 뒤를 돌아보다가 하마터면 고함을 지를 뻔했다. 그의 뒤에는 거대한 검은 옷 괴인이 팔을 벌리고 서있는 것이다. 눈은 사람을 잡아 삼킬 듯이 분노에 차 있었다. 지성천은 부들부들 떨며 뒤로 물러섰다.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4.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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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제야 수긍이 갔다. 나는 그 녹화 테이프 한 시간 분을 그 자리에 앉아서 다 보았다. 번호와 이름을 쓴 이산가족들의 애절한 사연이 거대하고 슬픈 강물처럼 흘러갔다. 그 강물 중간쯤에 배순실 사장과 여동생이 만나는 감격적인 장면이 이삼 분 동안 방영되었다. 배순실 사장의 동생도 언니 못지 않은 빼어난 미인이란 것이 인상에 남았다.“빈손으로 신문사에 들어갈 수는 없잖아요.”“오늘 아침 신문에 보니까 수사는 신문사에서 하는 것 같던 걸요. 강력한 용의자가 세 사람이라면서요. 그 중 임 기자가 하나 찍으시오, 찍어.”추 경감이 가시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4.0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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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의 명이라면 간뇌를 쏟으라해도 신자된 도리에서 마땅히 행해야 하겠으나 제 지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그것은 걱정마십시오. 예장도감 휘하의 관리 직책으로 임명을 해주실 겁니다.”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김용세는 오직 그 일 한가지만을 담당하기 위해 임명되었다가 그 일을 마치자 곧 다시 서운관으로 발령이 바뀌었다. 석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사대석을 다 만든 뒤에 신 상궁이 직접 와서 그 중 몰래 만들어진 감실이 있는 사대석에 뭔가를 집어넣고 간 것이다. 신 상궁은 그 석감이 무엇인지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3.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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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28분에 아파트에 도착, 피살이라....... 당시 목격자는 누구였나요?”“목격자요? 아니, 그 시간에 텔레비전 안 보고 누가 아파트 밖에 나가 별이나 쳐다본답니까? 수위도 텔레비전 보느라 배순실이 차 타고 오는 것도 못 보고 있다가 비명소리를 듣고 뛰어 나갔다니깐요.”“경감닌. 그럼 누가 이렇게 정확하게 시간을 수록해 놓았습니까? 20분께, 30분께도 아니고 45분, 28분,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나는 타임 테이블의 도표를 가리키며 물었다.“그게 다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덕분이지요. 모두가 그 생방송을 보고 있었으니까 시계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3.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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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없습니다.아무리 좋은 코라도 안 나는 냄새야 맡을 수 있어요?”“추 경감의 그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범인을 내놓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몇 가지만 좀.......”“또 슬슬 취재 솜씨가 나오는군. 그래 궁금한 게 뭐요?”역시 맘씨 좋은 추 경감이다. 아는 대로 다 대겠다는 투다.“거 508호실 사는 박윤준 사장말입니다.......”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추 경감은 손을“그 박 사장이 봉제공장 배순실한테 지불할 돈이 있는 건 틀림없어요.”“예? 지불할 돈이라고요?”“아직 그것은 취잴 못했소? 배 사장의 인형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3.0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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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그러니까 열세 살 때였죠. 아버지와 어린 여동생과 함께 피난을 나왔디요. 그렇지, 그 여동생이 일곱 살인가 였디요. 그러나 피난길에 수원 어디멘가에서 그 여동생을 잃어버리고 영 찾질 못했어요.”“그럼 아버지와 둘뿐이었겠군요.”“그렇디요. 두 부녀는 대구로 부산으로 다니며 미군복 염색공장을 해서 꽤 돈을 모으고 나중에는 서울에 정착해서 통조림 공장을 차려 큰 돈을 벌었디요.”않았나요?"“녜. 그 아바이가 얼마나 신실한 사람인지 니북에 있는 마누라쟁이를 못잊 끝내 혼자 살다 갔디요.”공장장의 눈에는 어느새 물기가 어렸다.“그러면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2.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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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서울특별시 남서단에 위치한 구로구는 1960년대 이전에는 논밭과 야산이 대부분이었으나, 이후 공업 단지가 조성되면서 도시화됐다. 비록 구로구는 서울시 다른 자치구에 비해 전래되는 문화재가 적은 편이고 대학교, 종합병원, 공원 등의 편의 시설과 공연장, 박물관, 전시관 등의 문화 시설이 부족한 편이지만 1980년대에 경제 성장과 함께 문화복지 분야의 투자가 증대되면서 종합병원, 공원, 도서관 등이 신설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지방 자치가 뿌리내리면서 곳곳에 문화체육 시설, 복지시설, 구민회관, 극장, 공원 등
명소 장인을 찾아서
김정아 기자
2024.02.2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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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2월16일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 의문사했다. 그가 수감된 야말로-네네츠의 연방교도청 관활 제3 교도소는 러시아 최북단 북극권에 속한 극한 지방이다. 아침 기온이 섭씨 영하 32도로 내려가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다. 그곳으로 작년 12월 이감된 지 2개월 만에 48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쳤다. 나발니의 모친은 아들의 시신을 넘겨달라고 했으나 교도소 측은 거기에 시신이 없다고 했다. 나발니 사망 이틀 전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교도소를 방문해 일
정용석의 서울시평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2024.02.2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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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실 사장은 이날 밤 9시 30분께 외출하고 돌아와 308호실 전용 주차장인 그곳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막 내리는 순간, 위에서 조그만 고무나무 화분이 떨어져 정확하게 정수리를 때리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것이다. 화분이 하늘에서 떨어질 리는 없고 분명히 그 주차장 위쪽 어느 층에선가 떨어진 것이었다. 그것도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위치로 떨어졌기 때문에 인위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거기에 화분을 떨어뜨릴 수 있는 아파트 호수는 여섯 가구라고 했다. 그 주차장이 있지만 맨 밑에 층인 1층을 제외하고 2층인 208호,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2.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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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하다기보다는 끈끈하게 무더운 여름 밤이었다. 허공에 손가락을 대도 땀이 묻어날 것만 같았다. 바깥 공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방안마다 훌쩍거리는 소리 속에 눈물이 찔끔찔끔 뺨을 타고 내리고 있었다. 10층, 11층으로 솟아 있는 아파트의 비둘기장마다, 다닥다닥 붙은 달동네의 비좁은 안방마다, 하여간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4천만이 모두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느라고 숨을 죽인 그러한 밤이었다.이산가족찾기가 근 한 달째 계속되던 여름 밤. 모두가 텔레비전 앞에 붙어 나는 이 날도 목마른 감동을 짜내 가며 민족의 비극이니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4.02.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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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왕의 슬픈 사랑태상왕께서는 신의왕후를 지극히 사랑하사 한시도 잊으시지 않았으며 정릉을 잡으시매 온갖 보배를 부장하시고 언제나 능에 거동하시었도다. - 영추문 위로 긴 그림자를 늘어뜨린 느릅나무 잎이 일영대(日影臺)에 그림자를 드리울까 봐 서운관(書雲觀) 승직에 서있는 김용세(金容笹)는 신경이 쓰였다. 일영대란 해시계의 일종으로 돌 위에 시각을 알리는 금을 긋고 영침이라는 막대를 세워 그 그림자를 보고 시각을 짐작하는 장치이다.추분이 눈앞에 다가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햇볕은 제법 뜨거웠다.“미시未時(오후 2시경)라, 아
방원, 복수의 칼
이상우 작가
2024.02.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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