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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학생의 원룸에서 왔다면 어떻게 그렇게 신선한 산 냄새를 풍길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냄새란 게 실체가 없는, 내가 만들어낸 환취에 불과한 것인가? “그 이후 벌써 몇 번째 만날 약속을 어기더니 오늘 밤 12시까지 제 원룸 앞 까페에서 만나기로 해놓고 나서도 안 오는 거예요.” 사연은 여기까지였다. 전말이 이러했다. 이 아이의 말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의 행적이 정말 이러했을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지어냈다고 하기엔 너무도 스토리가 완벽하고 묘사가 정교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지어내서 이 아이한테 도움이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3.04.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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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국무회의나 비상 대책회의에서는 밤낮 머리를 맞대고 있었으나 뾰족한 대응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되니까 합동 수사본부와 경찰, 군부를 졸라대는 끈을 더욱 조였다.합동 수사본부에서 주로 백 장군을 추적하고 있던 곽 경감에게 좋은 소식이 들어왔다.백 장군, 아니 백성규 대령이 살던 집을 감시하고 있던 요원이 그 집에 들어 가려든 한 여자를 연행해 왔다. 그 여자는 집에서 백성규를 기다리고 있는 노인과 아이들에게 생활비를 전하려고 했던 것 같았다.“이름이 뭐요 아가씨.”곽 경감은 연행해온 여자와 마주 앉았다. 갓 스물을 넘은 듯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4.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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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운세
일요서울
2023.04.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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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은 낙태를 해 본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 마치 귀찮은 혹이라도 떼어내듯 부담 없이 말했다. 생명을 귀중히 여기는 그가, 그래서 다른 남자의 아이도 자신의 호적에 친자로 입적시켜 준 그가 저런 여학생을 보고 얼마나 정나미가 떨어졌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웃음이 새어나오려고 입이 실룩실룩 움직였다. 그는 결코 너같이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아이는 좋아하지 않을 거야. “가까스로 만나서 임신 얘기를 하니까, 그는 냉정하게 돌아섰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현명한 여자라면 그런 문제는 알아서 처신할 거야. 남자한테까지 가
적폐공화국
권경희 작가
2023.04.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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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하 씨에게 옛날 애인이 준 행복론이라는 책이 있었다고 했죠? 좀 보여 줄 수 있어요?”“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나?”나봉주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몹시 당황했다.“선생님이 가지고 계신다고 했는데요?”나봉주는 말을 뱉어 놓고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죽은 여인의 사랑의 선물을 왜 고문직 교장이 가지고 있단 말인가?“그건 말이야...”교장은 겸연쩍어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그가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조 선생이 그렇게 갑자기 죽고 난 뒤 유품들이 모두 불태워졌는데... 나중에 그 책이 폐허처럼 된 조 선생의 방에서 뒹굴고 있기에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4.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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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운세
일요서울
2023.04.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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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문단과 독자들에게 청정한 승려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강릉에서 처음 그와 만났을 때 나는 그의 존재를 모르는 척했지만, 실은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처음 문단에 데뷔하면서 받은 문학상 수상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여성지마다 그의 범상치 않은 삶이 소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중학교 때 고아가 되어 고학으로 공부해 명문대를 갔고, 부모의 죽음과 여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이 가시지 않아 생사 해탈을 하려고 입산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첫사랑이었던 여학생이 자신의 입산 사실에 충격을 받아 자살하자, 그는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3.04.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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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하의 애정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고문직 교장이었다. 조은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여인처럼 말해 오던 그였다.행여나 누가 조은하에 대해 불미스러운 말이라도 할까봐 지나치리만큼 신경을 쓰던 그였다. 그런데 태도가 달라졌단 말인가? 조은하의 첫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다니. 나봉주는 내심 놀랐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그의 말을 풀어내기 위해 애를 썼다.“조은하 씨 같은 정숙한 여자라면 연애도 아름답게 했을 거예요. 그래 그 상대는 누구였나요?”나봉주가 칵테일 잔을 반쯤 비우면서 고문직의 얼굴을 쳐다보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4.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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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부부가 아이 문제로 이혼한다? 내 친구들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유학파 가운데 더 보수적인 사람이 많다는 건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었다. 이혼을 하고 두 달쯤 지났을 때 이상하게 속이 느끼해 내과를 찾아갔다. 그랬더니 어이없게도 임신이라는 것이었다. 벌써 3개월이 지났다고 했다. 생리불순이 심했던 나로서는, 현대 의학의 힘을 빌려 그렇게도 임신하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했던 나로서는 기가 찬 노릇이었다. 나도 한 생명을 잉태했다는 자부심은 잠깐이었다. 이혼한 처지에 아이를 가졌으니 이를 어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3.04.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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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설마, 그런 남녀가 있다면 직업적인 사람들이겠지요.”“요즘 세상에 아가씨 같은 순진한 사람도 있군요.”여자는 더 이상 말상대가 안 된다는 투였다.“그렇지만 여선생님이 설마...”“선생 아니라 교장이라도 그러려면 그럴 수 있는 것이지요.”“교장이라고요? 고문직 교장 선생님을 혹시 아세요?”나봉주는 느닷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싶어서 물어 보았다.“아뇨.”고개를 저었다.“별다리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그 여선생님이 다니던...”여자는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아. 생각나요. 그 여선생이 죽은 뒤에 두어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4.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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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운세
일요서울
2023.04.0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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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곁에 있으려니 달착지근한 앵두 냄새가 난대요. 그러면서 천천히 다가오더군요. 전 눈을 감았지요. 그리고 우리는 키스를 했어요.” 말을 하고 난 여학생은 혓바닥으로 입술을 축였다. 당시의 키스 맛을 회상이라도 하려는 듯. 나도 입에서 침이 고여 나왔다. 그걸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여학생 몰래 침을 삼켰다. “지훈 씨는 절 침대로 데려가서 옷을 벗겼어요. 전 처음에는 반항했지요. 그러나 결국은 지훈 씨의 말을 들어 주기로 했어요. 지훈 씨가 너무 불쌍해 보였기 때문이었어요.”그가 이 여학생에겐 무슨 말을 했을까? 나와 보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3.03.3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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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으로 된 여관은 겉에서 보기보다는 깨끗한 편이었다. 주인인 듯한 곱상하게 생긴 50대 여인이 나봉주를 3층 방까지 안내해 주었다.“여관이 정갈하군요.”나봉주가 백을 침대 위에 내려놓으며 여인을 보고 웃어 보였다. 침대 시트도 손질이 잘되어 있었다.“다른 손님들은 호텔이라고 부르죠.”여인도 웃으면서 말했다.“그래요. 이 정도면 호텔 값을 받아야겠군요.”나봉주가 욕실을 열어보며 대꾸했다.“숙박부는 아래층에 있어요.”여인이 내려간 뒤 봉주는 침대 위에 뒤로 벌렁 들어 누웠다. 갑자기 피로가 확 몰려왔다. 일어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3.3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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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운세
이동현 원장
2023.03.2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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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얘기를 듣고 나니 그 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 같아 졸음이 조금 물러갔다. “아파트 안에 들어서자 지훈 씨는 커피 한 잔만 타 달라고 하더군요. 커피를 마시고 나더니 술이 깨었는지 비틀거리지 않았어요.그러면서 여학생이 그렇게 취한 채 술 냄새 풍기며 집에 가면 야단맞지 않겠느냐며 술 깨거든 가라고 했어요. 저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러마고 하면서 자리에 앉았어요. 그러자 지훈 씨가 이제부터 자신을 송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이름을 불러 달라고 하더군요.”여학생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그를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3.03.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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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철이 갑자기 생각 난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수상한 사람이 미행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그들은 찻집에서 나오자 헤어졌다. 나봉주는 그 길로 서울 역으로 가서 경주행 기차를 탔다. 시계를 보았다. 오후 6시. 차창 밖은 빌딩의 불빛이 휘황했다. 어둠을 뚫고 기차가 경주에 도착한 것은 밤11시께였다.나봉주는 개찰구를 나서며 갑자기 병원 지하실에서의 번개 같았던 정사를 생각하고 그제야 낯을 붉혔다.나봉주는 경주 역에서 택시를 타고 다시 연하리로 갔다. 거진 12시가 가까워 연하리에 닿은 봉주는 가까스로 여관 한 곳을 찾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3.24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