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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책상 정리를 대강 해 놓고 잠시 자리에 앉아 쉬었다. 컴퓨터를 들고 와서 선까지 다 연결해 주고 간 영준이 은근히 고마웠다. 무뚝뚝하지만 필요한 때는 말없이 도와주는 사람이었다.“오늘 점심 제가 살게요. 괜찮으시지요?”점심때가 되자 수원은 영준에게 전화를 걸어 제의했다. 그러나 영준은 언제나처럼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았다.“벌써 부장님하고 약속이 돼 있어서 안 되겠습니다.”수원은 더 이상 말을 못 붙이고 전화를 끊었다.오후 세 시쯤 되어서 영준이 사무실로 불쑥 찾아왔다. 수원은 점심 초대에 응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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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2.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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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내가 우려한 것처럼 극점을 향해 가지 않고 거의 160도 정도 돌아 소련 영토를 향하고 있었다.그 때 갑자기 날개 오른편 창으로 이상한 비행체가 나타났다. 얼른 보아도 소련 전투기 수호이 15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상황을 빨리 파악했다.‘우리는 소련 영공에 들어섰다. 비상 출동한 소련 전투기는 영공 침범으로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만약 민간 비행기를 귀순시키거나 착륙을 유도하려 했다면 여객기의 왼쪽에 전투기가 나타났을 것이다. 그게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의 규정이다. 그런데 오른쪽에 전투기가 나타났다는 것은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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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2.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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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처럼 다정한 부부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이 동네 아파트로 이사 온 지 몇 해가 되었기 때문에 민병숙 씨 부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외국은행 지점에 다닌다는 남편 조인수 씨도 인사성 바르고 마음씨 곱기로 이름나 있었다.호사다마라는 말이 이런 경우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그렇게 착해 보이는 아내 민병숙 씨가 방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형사들은 목이 졸려 피살된 것이 거의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었다.“원한을 살 만한 일이 뭐 있겠습니까?” 출장 갔다가 돌아와 아내가 아파트 침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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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2.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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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그 유명한 센강이 파리의 한복판을 흐르고 있다는 것은 다 안다.그 센강의 중심부에 시테섬이 있고 그 섬 안에 유명한 노트르담 사원이 있다. 금방이라도 노트르담의 꼽추 콰지모도가 고색창연한 성당 문을 열고 나올 것만 같은 이 성당의 처마 밑에서 한국의 한 청년이 실연 자살을 했다면 얼른 듣기에 로맨틱한 이야기처럼 들린다.내가 파리를 여행 중이던 작년 여름에 실제로 이러한 사건과 만났다. 8월 하순이라고 하지만 무섭게 찌던 무더운 날이었다. 나는 함께 여행 중인 추리작가 김성종 씨와 함께 그날 파리 경시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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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2.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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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열한 시가 되자 키가 작고 목이 짧은 여자가 후지엘렉트릭 사무복을 입고 나타났다.“나쓰에 상, 고찌라데쓰.”유미가 손을 들고 일어서자 여자가 미소를 띠고 다가왔다. 수원도 일어서서 함께 나쓰에를 맞았다.“바쁘신데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를 건 고유미입니다. 여기는 제 친구 한수원이고요.”“모리무라 나쓰에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나쓰에는 한국말로 공손하게 인사하며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다시 허리를 숙이며 명함을 두 손으로 건네주었다. 기술 담당 이사 대우라고 직책이 쓰여 있었다. 수원과 유미도 명함을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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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2.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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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나라, 교토 지역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그 한국적 분위기에 놀랄 것이다. 오래된 절의 모습이나 각종 문화재를 깊이 관찰하면 뿌리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내가 두 번째 이 지방을 여행했을 때는 일본의 인기 추리작가 오사와 아리마사라는 사람과 함께였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여러 권이 소개된 ‘신주꾸 상어’ 시리즈로 한창 인기를 얻고 있었다.그와 함께 교토 근교 명물의 하나인 기요미스 절에 들렀을 때였다. 그 절로 가는 길은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언덕배기를 한참 올라가야 한다. 언덕길 양쪽에는 도자기 점을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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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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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가 봐요?”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수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스미스는 미국 있을 때 만났고, 소피아와 빅토르 박사는 여기서 스미스의 소개로 처음 만났어.”아토믹캐나다, 프랑스히시떼, 웨스턴감마. 모두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회사들이었다. “치어스!” 소피아 빌리에가 활짝 웃으며 건배를 청해왔다.그제야 수원은 소피아 빌리에를 어디서 봤는지 생각이 났다. 2년 전 미국 웨스팅하우스 도서관에서 성민과 밀회하던 여자였다. 붉은 머리에 흰 피부. 웃을 때 한껏 드러나는 잇몸.‘스미스의 소개로 오늘 처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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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1.2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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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불후의 명탐정 셜록 홈즈의 고향인 런던을 찾은 것은 3월의 어느 날이었다. 봄이라고 하지만 아직 쌀쌀한 날씨는 옷깃을 여미게 했다.나는 런던이 초행 길이지만 아내는 여러 번 드나들던 곳이다. 화가인 아내는 직업상 유럽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나는 명탐정의 본고향을 방문했다는 생각 때문에 약간은 흥분해 있었다. 우리는 피카딜리 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랭햄이라는 조그만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아내가 전에 왔을 때 몇 번 묵었던 호텔로, 영국의 고풍스러운 멋이 곳곳에 배어 있는 그런 곳이었다. 삐거덕거리며 천천히 오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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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1.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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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부터 각국 대표는 자국의 원자력발전 기술 홍보에 열을 냈다. 미국이 먼저 나섰다.“우리 미국은 원자력 104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요.”“스리마일 원자로 사고의 폐해가 아직 남아 있지 않습니까?”프랑스 대표가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이미 30년 전 일입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은 안전도를 우선으로 하는 기술을 개발해 그 어느 나라보다 안정성에 있어서는 최고를 자랑합니다.”“우리 일본은 그동안 미국과 협력체제로 원자력 발전을 운영해 왔는데 얼마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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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1.2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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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여섯 달, 홀시어머니와 한집에 사는 민공자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원래 성격이 낙천적으로 타고난 데다 딸 여섯 있는 집 맏이라 웬만한 일은 참고 견디는 그녀였다. 그러나 시어머니 최여사만은 하루를 견디기가 어려웠다.그러던 어느 날 여고 동창인 차인숙이 불쑥 찾아왔다. 미리 전화했더라면 시어머니가 절에라도 가고 없는 날 오라고 했을 텐데 하필이면 시어머니가 기분이 좋지 않아 찌푸리고 있는 날 찾아왔다. 그러나 민공자는 더없이 반가웠다. 그녀는 자기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그동안에 쌓인 이야기를 실컷 하고 싶었다.“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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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1.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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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빈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성민은 오스트리아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역사며, 예술이며, 정치에 관해서도 성민은 놀랄 정도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세계원자력기구가 빈에 있지만 막상 오스트리아는 원자력 발전 시설을 반대하는 반핵 국가야.”“그래요?”수원이 호기심을 보이자 성민이 더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고리 원전이 건설되던 1978년에 오스트리아에서도 최초의 원전이 완공되었지. 도나우 강변의 츠베텐도르프 원자력발전소야.”수원은 왜 중요한 일은 1978년에 다 몰려 있나 하고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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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1.1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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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 강 형사. 이런 밤은 애인하고 데이트나 하면서 지내는 거야. 이게 뭔가? 청승맞게 이런 날 드라이브도 아니고….”추 경감이 담배에 불을 붙이려 바람을 막고 지포 라이터를 철컥거렸다.“반장님! 이 차에는 담뱃불 정도는 붙일 수 있는 장치가 있어요.” 강 형사가 투덜거렸다.“누가 뭐라나? 인간적이지 않아서 안 쓸 뿐이라고.”“그럼 뭐하러 라이터는 갖고 다니십니까? 아예 부싯돌을 갖고 다니시지요.”“음, 구하지 못해서 안 갖고 다니는 거지. 자네가 구해 줄라 하는가? 구해 주기만 한다면 나를 두고 다닐 용의는 얼마든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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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1.0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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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박사.”그때 강병욱 정책처장이 들어오면서 수원의 어깨를 툭툭 쳤다.“아, 처장님! 몸은 이제 다 회복되셨어요?”“꿰맨 곳 실밥은 모두 뺐고, 이제 잘 아물고 있어.”“그 정도만 다치셔서 불행 중 다행입니다.”성민이 인사를 했다.“덕분에 별명을 하나 얻었네.”“뭔데요?”수원과 성민이 동시에 물었다.“프랑켄슈타인 강!”강 처장의 말에 모두 큰소리로 웃었다.“시작할 시간이 다 되었군.”강 처장이 시계를 보면서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유미와 정세찬은 손을 들어 보이며 자리를 떴다.송기섭 전무가 주재한 그날 회의의 주제는 역시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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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1.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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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 먼지!”봄날을 맞이하여 그동안 사무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어 늘 눈에 거슬리던 캐비닛을 옮기리라 마음먹고 형만은 동료들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캐비닛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 밑에 잔뜩 덮인 먼지를 닦고 쓸고 하는데 뭔가 굴러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콘크리트 바닥에 금속성의 울리는 소리가 경쾌했다.“이게 뭐야?” 형만은 얼른 그것을 집어 들어 보았다. 얼핏 볼펜 같아 보이던 그것은 금제 몽블랑 만년필이었다. 형만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 주머니에 만년필을 밀어 넣었다. 이게 캐비닛 밑에 굴러 들어가 있을 줄이야. 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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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0.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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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는 빠른 속도로 바다 위를 달렸다. 차가운 바닷물이 얼굴에 튀었다.얼마나 달렸을까? 보트가 멎었다.신용우는 다시 그들이 안내하는 대로 보트에서 내렸다.“여기가 어딥니까?”신용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우리 어머니가 다쳤다는 건 거짓말이죠?”“그걸 지금까지 믿고 있었어?”“순진하군. 우리가 타깃을 잘 골랐어.”남자 둘이 빈정대며 킬킬 웃었다.잠시 후 육중한 철문 소리가 들렸다. 커다란 창고인 듯했다. 남자들은 신용우를 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 바람에 문턱에 발이 걸려 신용우의 몸이 기우뚱했다.“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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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0.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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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들어!”강 형사가 문을 발로 차며 뛰어들어갔다. 권총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지만 이미 방 안은 텅 비어 있다. “저기!”따라 들어오던 마약반의 김 형사가 창을 가리켰다. 강 형사도 얼른 뛰어갔다. 창틀에는 시트를 꼬아 만든 밧줄이 걸려 있었다. 여기는 3층. 이미 용의자는 달아나 버린 것이다.“이거 어떻게 된 거야? 확실한 정보라고 했잖아.” 김 형사가 투덜댔다. “정보야 확실했지.” 강 형사가 담배를 한 대 김 형사에게 권했다. 연말연시 범죄 소탕 작전에서 걸린 한 피라미가 거대한 마약 루트를 알고 있다고 해서 이번 A호텔 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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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0.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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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문동언 경위가 수원을 찾아왔다. 주영준 차장과 조민석 보안과장도 함께 왔다.“안녕하세요? 폭발물 사건과 이래저래 관련이 많으시네요.”문동언 경위가 웃으면서 인사말을 했다.“제가 또 관련된 일이 있나요?”수원은 불편한 마음으로 물었다.“아닙니다. 오늘은 아나톨리에 대한 조언을 구하려고 왔습니다.”“제가 도움이 될까 모르겠네요.”어느새 조민석 과장이 주스 석 잔을 가져다 놓았다.“아나톨리에 관한 자료를 많이 수집해 두셨다고 들었습니다.”“아, 네.”수원은 인터넷 판도라 사이트에 접속해 아나톨리 게시판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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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10.23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