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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밤에 숙직을 하던 총무부장 장영수 씨가 사무실 소파에 앉은 채 피살되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알아낸 것을 설명해 보게.”현장에 늦게 도착한 추 경감이 바쁘게 초동 수사를 하는 강 형사를 보고 물었다. 그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도 켜지지 않는 고물 지포 라이터를 철커덕거리며 태평스럽게 말했다.강 형사는 비위가 팍 상했으나 10여 년을 모시고 일해 온 상관이라 아무 말 않고 상황 설명을 했다. “총무부장 장영수 씨는 이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새벽에 도착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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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05.0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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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얘, 꼭 요정의 집에 온 것 같다. 신혼 살림방을 요렇게 아기자기하게 꾸미다니!”30평이 넘는 신혼 아파트에 초대된 나경자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호들갑을 떨었다. 겉으로는 감탄과 선망의 공치사를 했지만, 속에서는 질투와 시기의 마음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겉으로 보기에는 단짝같이 친한 여고 동창생인 조민아.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고 그들 둘은 치열한 경쟁 의식을 가진 적수였다.나경자는 그냥 평범한 회사원을 남편으로 맞아 아이까지 하나 두었다. 학창 시절의 유별난 꿈들은 모두 환상처럼 사라지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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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05.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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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지요?”문을 빼꼼히 연 사내는 두꺼운 안경을 추켜올리며 경계의 눈길을 보냈다.“시경의 추 경감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강 형사”추 경감은 소개를 하며 지긋이 문을 밀었다. 사내는 순순히 물러섰다.“윤철구 씨죠?”“예, 그렇습니다만….”“정순우 씨를 아시지요?”철구는 찔끔 놀라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순우라면 알긴 압니다만….”철구는 당황한 듯 두 손을 비벼댔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지요.”아파트 안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었다.“헤헤, 혼자 살다 보니까….”철구는 겸연쩍어 하면서 흐트러진 비닐봉지와 옷가지들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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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04.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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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명주씨, 독수공방 쓸쓸하게 보내게 해서 미안. 미안”남편 최정식은 한잔 들었는지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말을 하면서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명주를 껴안았다. 명주는 입에서 풍기는 알콜 냄새와 독한 담배 냄새가 싫어 고개를 들었다.그는 유난히 명주가 싫어하는 ‘하나로’인가 뭔가 하는 담배를 노상 물고 다녔다.“출장 간 일은 잘되었나요? 어서 목욕하고 저녁 드세요.”나명주가 남편의 품에서 빠져나오며 말했다. 그는 회사 일로 어제 부산에 출장 갔다가 이제 돌아오는 길이었다. 자동차 회사 영업부 고객과장으로 있는 그는 최근 들어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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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04.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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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살실업 한 회장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자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고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가 평소에 얼마나 구두쇠 짓을 했으며 이웃을 괴롭혔는가를 잘 말해 준다. 그는 증기목욕탕에서 쓰러진 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독방에 입원한 채 한 회장과 특별히 가까운 사이가 아닌 사람은 병문안을 통제하고 있었다.그런데 그 한 회장이 입원 1주일 만에 병실에서 죽었다. 그것도 병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 사고사였다.“그러니까 이 냉장고 위에 있는 텔레비전이 떨어지면서 한 회장의 이마를 때렸기 때문에 그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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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04.0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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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가 맡을 일이 아니지요?”강 형사가 얼이 빠져서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디스켓이 지워진 문제를 해결하라니 컴퓨터엔 깡통인 강 형사가 넋이 나갈 수밖에.“자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추 경감이 나무라며 말했다.“엄연한 살인 사건인데 왜 우리가 맡을 일이 아니야?” “그렇긴 해도 범인은 디스켓을 망가뜨린 위인이라면서요?”“그런 것 같다는 거지” “제가 컴퓨터를 뭘 압니까? 이건 우리 소관이 아니네요” “이 친구가, 지금 농담하나?” 추 경감이 화를 벌컥 냈다. “다시 한 번 상황이나 정리해 봐” 추 경감의 정색에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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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03.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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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름은 가고 서늘한 가을에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게 불행 중 다행 아닙니까? “강 형사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다행일 것도 많다.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이런 사건이 제일 골치 아픈 사건이라는 걸 몰라서 지금 그러는 거야?”추 경감의 불호령이 강 형사의 등 뒤에 내려꽂혔다.“아이고, 모르긴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말 같은 소리 그만하고, 피해 사례가 접수된 것 있나?” “아직 없습니다.”강 형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추 경감 앞으로 왔다. “그런데 이거 발표를 해야지, 그냥 쉬쉬하고 있다가 누가 죽기라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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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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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입니다. 급해요. 계속 목을 조르고 있어요. 어머머, 여자가 숨이 넘어가나 봐요.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무더위로 온 세상이 지글지글 끓는 것 같은 8월 중순, 경찰청으로 걸려온 전화 속의 다급한 목소리는 지금 자기 이웃 아파트에서 남자가 여자의 목을 졸라 죽이는 장면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웃 아파트의 신고 여인은 자기가 곧 숨이 넘어가듯이 다급했다.“아주머니, 좀 차근차근 이야기해요. 어디 사시는 누구신지요? 동네와 아파트 이름, 호수부터 대요.”경찰관이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대치동 금강산 아파트 996동 3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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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03.1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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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올 여름 바캉스도 언제 나처럼 박도희(가명)가 계획을 세웠다.“이번에는 말이야, 서해의 숨겨진 비밀 해수욕장을 내가 소개할 테니 모두 기대하라고...”박도희는 남자 같은 걸걸한 목소리로 그녀들의 호기심을 잔뜩 부추겼다. 키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할 뿐 아니라 성격도 남자 같은 그녀는 언제나 그녀들의 리더 격이었다.그녀들이란 ‘주식회사 삼삼’에 근무하는 영업 분야 각과에서 모여든 동갑내기 여사원 네 명의 멤버를 말한다. 개발과의 박도희를 비롯해 총무과의 임영자, 비서실의 고민화, 경리과의 맹순미 등이다.그녀들은 툭하면 한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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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03.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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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임은 마침내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박인자, 그래, 이번에야말로 복수를 하고 말 것이다.’나정임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수사하러 나온 형사 앞에 증언하기 위해 나섰다.가구회사의 여사원 동기생 21명이 1년에 한 번씩 있는 연수를 위해 이곳 용인 호숫가에 왔다가 윤정선이라는 여사원이 호수에 익사하는 불상사가 생겼다.그때 마침 호숫가에서 나정임, 박인자, 그리고 익사한 윤정선 세 사람만이 있었다.동기생 21명 중에도 이 세 사람이 가장 친해서 어디든지 거의 같이 다녔다. 그런데 요즘 나정임과 박인자 사이가 서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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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02.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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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계곡 별장에서의 하룻밤은 두 쌍의 부부에게 아주 오붓하고 재미있었다. 백길도 씨와 노순홍 여사 부부, 그리고 고등학교 동창생인 신호윤 씨와 조민자 여사 부부, 이 네 사람은 철이 바뀔 때면 가끔 이렇게 모여서 며칠씩 여행을 다니곤 했다.동창생이기는 하지만 백길도 씨는 준재벌집 사위로 돈에 구애받지 않는 풍족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신호윤 씨 부부는 조그만 화랑을 하면서 어렵게 사는 처지였다. 그래서 늘 백길도 부부의 신세를 지는 편이었다.그런데 무주 별장에서 이틀째 되는 낮 오후에 문제가 발생했다.오후 2시 조금 넘어 백길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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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02.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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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본가에서 시어머니가 다녀 갈 적마다 선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금이 봉건 시대도 아닌데 아들을 낳아야 여자구실을 한다고 닦달 하다시피 하는 시어머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혼한 지 이제 겨우3년, 아직 79.2㎡(24평)짜리 아파트 월부금도 다 갚지 못했는데 애기가 뭐 그렇게 급한 일인지 선희는 도무지 시어머니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선희는 아침 열시가 다 되도록 설거지도 하지 않고 고양이 낯짝만 한 작은 거실에 누워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면서 시어머니 일을 되생각해내고 있을 때였다.“따르르릉”전화벨이 유난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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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2020.02.14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