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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행위는 한 인간의 가장 개인적이고 고독한 결단이다. 그런데 그 같은 고독한 개인적 결단이 연쇄성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 자살에도 그 행위를 전염시키는 어떤 균(菌)이 있는 것 같다.희랍 신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여신들이 모여 사는 콩규리아의 성스러운 숲에 인간의 때가 묻어 들면서 여신들이 타락하기 시작한다. 이를 비관한 나머지 대 여신 아르테미스가 나무에 목을 매 죽는다. 이어 신성(神性)과 속성(俗性)의 갈등을 이기지 못한 여신들이 같은 나무에 목을 맸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는 열녀소(烈女沼)같은 실체적 역사가 있다. 이 땅 도처에 가문의 명예를 위해 열녀들이 투신한 곳이라는 얘기가 구전으로 내려온다. ‘자살론’으로 유명한 뒤르켐은 자살에 모방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자살에는 개인적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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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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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민족문화를 설명 할라치면 이 땅의 고유한 전통의 선비 정신을 말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이 얼마만큼 대쪽 선비의 기개를 흠앙하고 그 정신을 숭상했는가를 모를 사람이 없다.선비 대접을 받는 집안에서는 조상의 이름을 훼손하지 않고, 또 후손들에게는 조상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훼손하지 않고자 애쓴 흔적이 눈물겹다.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부귀영화를 등지고 밥을 굶었으면서도 잇새를 쑤시며 초연한 삶을 산 선조들 이야기가 무수히 많다. 이름을 지키려고 목숨을 던진 사례도 드물지 않다.큰 짐승은 죽으면서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옳은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의 발로가 선비들의 정명사상을 더욱 견지토록 한 것이다. 서슬 퍼런 왕권과 경국대전이 정한 강제규범으로 다스려졌던 옛 조선왕조 시대에도 전통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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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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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침략하여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자는 정한론(征韓論)이 힘을 얻은 것은 그들 명치유신 후 조선에 대한 일본의 국교 교섭이 번번이 거부당하고 부터이다. 즉, 징계 출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면서 정한론이 강하게 일본조야에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명치유신으로 세력을 잃고 정부에 불만을 품은 사족(士族)들의 불만 해소책으로 십상이라는 판단도 있었다.그 후 ‘운양호사건’을 촉발시켜 출병으로 이어지고 조선침략의 도화선을 마련했다. 이때 조선침략의 길을 닦은 자가 ‘서향융성’이란 자이고, 침략을 성사시킨 자가 ‘이등박문’이다.그런데 주목할 것은 일본 문부성이 전쟁 패망 후에도 소학생들에게 그 두 침략의 원흉을 일본의 10대 역사적 인물로 교육시키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자기네 침략사를 정당화하고 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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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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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같이 묘한 것이 없을 게다. 금방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으르렁대다가도 금세 또 손잡고 히히덕거리는가 하면, 입안의 것을 내줄 듯해 보였던 사이가 갑자기 살부지수 인양 변해 버린다. 한마디로 이게 사람 사는 이치일지 모른다.사람 한 평생이 뻔하지 않은가. 어떻게 하든 불편하고 힘든 것을 피해 편해지고 싶은 게고, 거기다 풍요롭고 즐거우면 더 바랄게 없는 속세 사정은 지구 멸망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따라서 불편한 것을 서로 떠넘기려는 전쟁이 영원할 수밖에 없고, 더 갖기 위해 일으키는 피나는 혈투도 전리품이 보이는 한 영구히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 스스로가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지혜와 슬기를 맨 먼저 꼽는 것이 그러한 인간세계의 한계를 아는 까닭이다.지혜 있고 슬기롭다는 것은 다 아는 바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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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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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윤봉길 의사의 사당인 ‘충의사’ 현판이 시민 대표를 자임하는 한 시민의 손에 떼어져 박살이 났다.잘, 잘못 이전에 국민들 마음이 매우 착잡할 것 같다. 더욱이 이 같은 일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역사 바로잡기 실행 과정에 빚어졌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마음이 클 것이다. 윤의사 사당에 박정희 전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적절하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이번 일이 국민 편 가르기의 새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한편에서는 박 전대통령을 친일파로 규정해서 현판 철거가 당연하다는 주장을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충의사가 국가적 사적(史蹟)인 만큼 거기에 있는 박 전대통령의 친필 현판 역시 하나의 역사라고 볼 것이다.따라서 그것이 잘못된 역사인지, 그래서 떼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거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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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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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불장군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은 사람이 혼자서는 도저히 세상살이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랄 때까지는 부모형제를 의지하지만 다 자라서는 가족과 함께 사회를 의지해서 살기 마련이다. 사회를 의지함은 강제규범, 도덕규범을 망라한 사회제도를 따르며 동반자, 동지, 동료들을 신뢰해서 제몫을 다하며 서로 힘을 합하는 정신일 테다. 이처럼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 의지하며 한세상 살아가는 것이 인간 삶이라고 보면 인생이란 것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도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날이면 날마다 크든 작든 세상 소란이 끊이지를 않는다. 저마다 이유 없지는 않다. 이념충돌, 이해관계, 별별 사연이 다 있다. 싸움 끝에 생긴 상처는 아픈 만큼 성숙을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깊은 앙금만을 남길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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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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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든 집단이든, 무슨 일에 부닥치면 모두가 그때의 주변 상황을 고려해서 최선으로 생각되는 해결 방법을 찾게 된다. 또 발전을 위해 나가야 할 방향을 정할 때도 반드시 현실성을 전제로 할 것이다. 현실성이라 함은 더 말할 것 없이 시대적 흐름, 즉 주위 여건을 지배하는 현실의 사회적 가치를 따지는 말일게다. 이를테면 사람이 기아에 허덕일 때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빵을 만들어 우선 배를 채우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테다. 하지만 배부른 현실에서는 빵이 그렇게 귀하고 소중해 보일 리 없다.오히려 빵을 얻기 위해 체면을 잃고 때로 양심을 저버리기까지 했던 그 시절의 부끄러운 측면을 다시 빵과 바꿀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게 사람이 간사해서가 아닐 것이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표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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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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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놀라울 정도로 변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자고 외쳤던 산업화시대의 최고 가치는 가난 극복을 위한 황금의 축적이었었다.따라서 잘 먹고 잘 살게만 해주면 제도적으로 자유를 좀 속박당하고, 부패했거나 애초부터 자질 없는 권력이 알게 모르게 국민을 압박해도 함께 참을만 했는지 모른다. 오로지 시장 자유에만 관심 있어 했던 시절일 것이다.그러나 국민이 어느 정도 배 불려지고 난 뒤부터의 시대상황은 딴 판으로 변했다.그때까지 잠재돼 있던 민주화에 대한 국민욕구가 한꺼번에 봇물 터진 듯 급류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이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가치의 중심에 두는 민주화세력이 거세진 국민의 민주화 열망에 힘입어 집권에 성공했다. 그리고 10년 넘게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에는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이 때로 마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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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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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과 함께 인심이 다 변하고, 산천이 다 변해서 풍경이 다 달라졌어도 우리네 설 명절은 조금도 다르지 않게 우리를 맞는다.어김없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났고 거기에 민족의 저력이 새삼 느껴지기도 했다.고향땅이 반갑기 그지없고 헤어져 산 가족 친지들의 정겨운 모습이 귀성 길의 고단함을 일순간에 잊게 했을 줄 안다. 모처럼 환해진 얼굴로 한자리에 모인 대가족이 궁금했던 집안 얘기를 끝내고 나면 화제는 당연히 나라문제로 이어져서 열띤 토론을 벌일 게다. 특히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토론 아닌 정부여당에 대한 치열한 성토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또 재보궐 선거를 앞둔 지역에서는 설 연휴 동안의 사랑방 토론이 선거 민심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래서 여야 정치권 모두가 설 연휴 민심잡기에 각별히 나서고 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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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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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기업 노조에 관한 말들이 많았다. 노조간부의 사생활이 노동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항간의 수군거림이 보편의 여론으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노동귀족’이란 말도 그냥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누가 봐도 허울은 분명히 노동자인데 그들 일부 노조간부들의 사는 모양이나 저변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다는 지적이 이미 벌써부터였다. 많은 국민들 생각도 자연히 그런 쪽으로 굳어질 밖에 없었다.그런 차에 이번 기아차 노조간부의 ‘취업장사’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사건추이를 연일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있는 가운데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느끼는 국민감정은 의외로 그다지 놀랍다거나 경악스러워 하는 반응같지가 않아 보인다. ‘요즘 노조조끼 입기가 부끄럽다’는 대기업노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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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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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임채정의장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사회협약’ 체결을 제안했다. 궁극 목표는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갈등요소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이뤄 나간다는 복안이다.바로 그 다음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협약 체결을 수락하고 ‘올해를 정쟁(政爭)없는 해로 만들자’고 정부 여당에 촉구했다. 박 대표는 현재의 상황을 ‘민생파탄 비상사태’라고 했다. 따라서 2월 국회가 비상 민생국회가 돼야 한다며 지난해처럼 정쟁 법안으로 싸움만 한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이 같은 여야대표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국민을 얼마만큼 안도 시키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두 사람이 전의를 불태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다들 할 것이다.갈등이란 둘 이상의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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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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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늘 물과 함께 물속에 살면서도 물을 원한다. 사람 사는 이치도 다르지 않다. 가진 자가 더 갖기 위해 안달하는 것이 어디 지닌 것이 모자라고 부족해서인가? 엄청난 부자로 산다고 해도 하루 세끼 밥 먹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아흔 아홉 개 가진 자가 백 개를 채우기 위해 남이 가진 한 개를 뺏으려 들기 일쑤다. 이게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다.생각해 보면 우리가 온갖 기본권을 제한 당하고, 하고 싶은 소리 못하고, 공포 분위기에 주눅 들어 있었던 독재 시절이 뭐가 좋았다고 ‘그때 그 시절’에 향수를 느낄 까닭이 없을 것이다. 누구나 ‘옛날 그때’를 생각하면 진저리를 쳐야 마땅할 노릇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때가 좋았지’라고 노래한다.젊은 층에서 보면, 특히 운동권 출신들은 이건 뭔가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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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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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 국민만큼 ‘비상’이란 단어에 익숙한 국민도 지구상에 드물지 싶다. 군사 독재정권이 정권 보위나 탈취를 위해 국민을 묶어 놓은 수단이 ‘비상사태’선언 이었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비상계엄령에 주눅 든 시절, 비상시국을 내세워 인권 유린을 당연시했던 시절, 말 못하던 어린애가 가장 먼저 익히는 사회적 용어가 ‘비상’이었을지도 모른다. 비상(非常)의 뜻은 익히 아는 대로 정상(正常)이 아닌 긴급 사태를 말함이다. 거센 민주화 요구로 군사독재 문화를 걷어내고 난 뒤 잠시 우리는 그 지긋지긋한 ‘비상’의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듯했다.그러나 민주화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빚어진 노사 현장의 비대위(非對委)투쟁이 또다시 우리의 귀를 괴롭히고 마음을 불안케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 대화합을 내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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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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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연말 집권 1년10개월여를 돌이켜 보면서 ‘해놓은 일은 없는데 나로서 비롯된 일이 너무 많았다’ 고 했다. 대통령은 이게 맞다 하는 일도 하는 과정이 매끄럽지도, 세련되지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특히 대통령은 언론과의 관계를 ‘새해에는 건강한 긴장관계 뿐만이 아니라 건강한 협력관계로 갔으면 좋겠다’면서 ‘분위기를 바꾸도록 노력하겠다’ 고 다짐했다.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겨우 한나라당과 합의한 4대법안 합의처리 방침이 당내 강경파들에 의해 깨지고 난 뒤의 연말 국회 모습은 그저 가관이었다는 표현 외에 달리 할말이 없었다. 물론 많은 국민들이 여야 4자회담 하나로 시원하게 정국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는 애초부터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여당이고 한나라당이고 간에 당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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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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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며칠만 자고 뜨면 2005년 새해를 맞게 된다. 숨 가쁜 한해를 지나오면서 다들 무척이나 힘들고 고단했다. 불안한 나머지 주눅이 든 가슴을 여러 차례 쓸어 내리기도 했을 것이다.난생 처음으로 식당 업자들의 솥단지 데모도 구경했고, 공무원 노조가 만든 장관을 지명수배하는 전단도 구경했다. 경제 불황이 오죽했으면 밥장사조차 못해 먹겠다고 절규했을까, 그 참에 국가 공조직의 기강 문란이 어느 정도였길래 장관을 주요범인 취급하는 수배전단을 뿌릴 수 있을까, 아연해진 국민들의 절망감은 더 덮을 데가 없지 싶다.이렇게 절망하는 민초들 앞에 펼쳐지는 이 나라 정치권 그림은 정말 화지 위에 그려지는 그림 같으면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사람이 칠흑같은 어둠속에 길을 잃고 암흑에 갇혀 버려도
고재구의 세상보기
2004.12.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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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기업 노조가 붉은 머리띠를 풀고 스스로 내년 임금 인상을 동결하겠다고 결의했다.내부 반대가 없지 않았을 텐데도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미래 지향적인 경영을 해 달라며 내린 결정이다. 경영진은 또 오히려 예년 수준의 임금 인상에 격려금을 붙여 지급키로 하는 화답을 했다고 한다.이는 지금까지 기업 현장에서 볼 수 없었던 하나의 사건이다. 사건이랄 수밖에 없는 것은 온통 우리사회가 전쟁논리와 투쟁 전략으로 뒤덮여 있는 가운데서도 상생의 아름다움이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어렵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이 상생의 근본임을 모를 사람이 없다.그러나 상대를 배려하고 몫을 양보한다는 것이 절대로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더 볼 것 없이 근래 나라 사정이 웅변하고도 남을 일이다. 더욱이
고재구의 세상보기
2004.1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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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라 사정이 왜 이런가.정말 경제 불황 때문만일까. 물론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 이라고 했듯이 먹고 사는 문제에 희망을 갖지 못하고 쪼들리는 살림살이가 계속 되다보면 다른 것에 눈 돌릴 겨를이 없을 것이다. 나라법을 바꾸고 제도가 달라지는 것이 미래에 어떤 희망을 주는 것인지, 또 얼마나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害)가 될지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 가지고 살필 여유도 없지 싶다. 때문에 배고픈 국민들은 4대개혁 입법이고 뭐고 간에 우선 민생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집권여당도 그 같은 민심을 알기 때문에 목표만을 향해 마냥 강공 드라이브로 밀어 붙일 수만도 없는 현실적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 역력하다.야당 역시 야당 정치에 익숙지 못한 까닭인지 소수의 한계에 갇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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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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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 부정이 비단 광주뿐 아니라 전국적이었을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다. 전국 일원에 조직적인 부정 사례가 감자 줄기 파헤쳐지듯 모습이 드러나면서 끝없는 충격을 주고 있다. 언제 수사가 단락될지 가늠조차 어려운 지경으로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각계 원로들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원로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대대적인 윤리 회복에 나서겠다며 학생들을 옳은 길로 이끌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어른들의 책무라고 했다. 따라서 이번 학생들의 죄는 곧 모든 시민의 책임이라고 못 박았다.그렇다. 반칙의 비열함 보다는 ‘모로가나 거꾸로 가나 서울만 가면 된다’고 말하고 가르친 어른들이 모두 종아리 걷고 매 맞는 심정으로 석고대죄를 청해도 이미 때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늦었다는 것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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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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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들어서야 할 자리에 간판이 들어서 있고, 인격이 바로 서야 할 자리에 외모가 들어서 있고, 용기와 양심이 들어서야 할 자리에 특권과 물질이 들어서 있습니다. 저는 입만 열면 경쟁을 외치고, 손만 들면 점수 잘 받는 법을 칠판에 썼습니다.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도 대학에만 들어가면 된다는 주절거림으로 아이들을 몰아 왔습니다.감히 누구에게 죗값을 돌리겠습니까.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양심을 가르치지 못하고, 진실을 가르치지 못하고, 잘못을 잘못이라 가르치지 못했던 이 선생놈의 잘못입니다.수능시험 부정행위 관련학생들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 고교 교사가 국민 앞에 쓴 참회의 글 내용 일부다. ‘저에게 돌을 던지십시오’로 끝을 맺은 이 글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는 보도가
고재구의 세상보기
2004.1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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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자식이 웬수지…’ 아마 나이든 세대에게는 낯설지 않은 푸념일 게다. 어린 시절을 자라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또는 다른 어른들 입을 통해 들어본 기억이 없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철들어 어른이 되고 스스로 자식을 두기 전까지는 ‘자식이 웬수’라고 자조했던 어른들의 한을 깊게 깨닫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다른 건 다 몰라도 자식을 위해 봉사하고 자식 때문에 자신을 기꺼이 희생해야만 했던 부모 마음, 또 자식의 고통을 내 아픔보다 더한 아픔으로 여겨 자식이 ‘웬수’라고 탄식했던 부모 마음만은 저도 자식을 키우면 저절로 알 것이라고 했다.더욱이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이 두려운데다, 보다 여유 있는 생활을 추구하는 맞벌이 신세대 부부가 늘면서부터 야기된 외톨이 자식 시대의 자식 사랑은 집착이라는 표현이
고재구의 세상보기
2004.11.29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