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날씨 정말 죽이게 덥네!”현우는 운전대를 손으로 탁탁 치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에어컨 틀면 되잖아.” 은아가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기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에어컨을 틀면 어떡하냐?” 현우가 앞으로 길게 늘어선 차량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런 피서철 피크에 경포대로 간다고 따라나선 내가 바보지.”은아가 투덜댔다. 오후 2시의 뜨거운 태양이 아스팔트의 열기와 합해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바닷속에 뛰어들어야겠어.” “그래, 도착할 때까지 기름이나 떨어지지 않는다면 말이지.”은아의 말에 현우가 한심한 어조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7.31 16:49
-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과 공동 협력하여 5백 메가와트급 핵융합 발전 실험로 ITER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 유일의 핵융합 실험로죠. 핵융합 에너지의 실용화가 거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여러 나라가 참여했다면 각국의 지분이 있을 텐데?”“한국의 지분은 9퍼센트입니다.”정세찬의 질문을 금세 알아듣고 성민이 대답했다.“언제 완성됩니까?”“2050년쯤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지요.”“어이구, 내가 환갑도 훨씬 넘긴 뒤네.”정세찬이 손으로 이마를 쳤다.“하지만,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7.31 16:47
-
그의 죽음은 한편으로 아주 그럴 듯했다. 그는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다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커피잔을 떨어뜨리곤 포만감 있는 곡선을 그리며 뒤로 쓰러졌다.“아니야, 결국은 과로가 녀석을 죽인 거야” 그의 절친한 동료였던 김인수가 병원 벽을 치며 울부짖듯이 외쳤다.“그놈이라고 무슨 커피를 그렇게 좋아했겠어. 다 피로를 이기려고 자꾸만 마셔댔던 것뿐이야.”“이것도 다 팔자소관이야. 죽은 오영우 씨에겐 안됐지만 잠깐 현기증이 일어났던 것뿐이라고. 하필 뒤로 엎어진 곳에 철제 캐비닛이 있었던 게고.”부서의 상사인 배 과장이 다가와 위로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7.24 16:23
-
“내비게이션 하나 달아라.”수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민은 수원의 차를 자신이 몰겠다고 나섰다. 운전대를 잡더니 툭 하고 말을 던졌다. 그러고는 부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어, 이쪽으로 가면 안 되는데?”수원이 안내하려던 횟집은 정반대 쪽에 있었다.“하하. 한 번 더 양보하시지요. 오늘은 장소 선택권도 제게 주시옵소서, 마드모아젤.”성민은 생각해 둔 곳이 있는 듯했다.“고리발전소 진단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정세찬이 수원에게 물었다.“앞으로 10년은 더 가동해도 문제없는 것으로 판정되었어요.”수원이 대답했다.“30년 전에는 미국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7.24 16:20
-
봄날이지만 마치 여름날처럼 무더운 날이었다. 강 형사는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하늘을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이런 날 웬 살인사건이야?”추 경감은 말없이 그런 강 형사를 빙긋 웃으며 바라본다. “살인 사건이 어디 때를 가리나?”“때를 가려야지요. 이런 짜증이 나는 날에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살인이 일어나는 거야.”“예?”추 경감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짜증이 나니까 눈에 뵈는 게 있나?”강 형사도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곳은 창고였다. 살해된 사람은 정년을 앞둔 창고 근로자 허삼봉 씨였다.천장 기둥에 목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7.17 15:06
-
그때 수원의 눈에 몰래 사진을 찍는 유미의 모습이 들어왔다. 소형 카메라를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 수원과 눈이 마주치자 유미는 배시시 웃으며 눈을 찡긋했다. 수원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자 유미는 두 손을 모아 비는 시늉을 했다. 수원은 고개를 흔들며 이번에는 자신이 두 손을 모아 비는 시늉을 했다. 유미는 수원을 향해 한숨을 폭 내쉬었다.일행은 다시 다른 문으로 들어갔다.“와! 이곳은 나사의 우주센터 같은데요? 뭐하는 곳이에요?”사방 벽이 계기판과 모니터, 스위치로 가득 찬 엄청나게 높은 돔에 들어서자 유미의 눈이 휘둥그레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7.17 14:57
-
-
-
그는 정확한 시계와 같았다. 언제나 아침 6시면 약수터로 떠나는 그를 가리켜 상계동의 한국 아파트 사람들은 ‘칸트’라 불렀다. 그의 인상도 항상 포커페이스였다. 누군가가 그에게 인사를 할라치면 그는 독특하게 눈살을 찌푸리고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그것은 마치 들키지 않으려고 숨어 있던 사람이 발각되었을 때 쑥스러움을 가리려고 하는 행동 같았다.그 때문에 칸트에게는 풍성한 뒷소문이 항상 있었다. 본래 암흑가의 행동책이었다가 발을 빼었다는 둥, 암흑가에서 도피해 숨어 사는 것이라는 둥, 비밀 임무를 맡은 경찰이라는 둥.이런 소문은 어느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7.10 16:10
-
“원자 분열로 얻은 열은 두 종류의 물을 통해 다른 데로 전달됩니다. 그것이 경수와 중수입니다. 같은 물인데 경수는 H2O이고, 중수는 H3O입니다. 수소가 하나 더 많죠. 원가도 좀 비싸고요. 고리를 비롯해 영광, 울진 등 대부분의 원자로에서는 경수로 가압 방식을 쓰고, 월성에서만 중수를 쓰고 있습니다.”홍보실장이 열심히 설명했다.“자, 제2발전소 건물로 가보실래요? 제 사무실도 그곳에 있어요.”홍보실장의 설명이 끝나자 수원은 일행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제2발전소 건물은 감시가 더 삼엄했다. 새로운 방으로 들어갈 때마다 카드키로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7.10 16:05
-
-
나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고형익을 죽이지 않는다면 아마도 울화통이 터져 내가 죽고 말 것이다. 내 인생에 그 녀석이 걸림돌이 아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초등학교 때 녀석은 좋은 가정환경을 무기로 반장 자리를 독식했다. 녀석의 어머니가 학기 초에 밍크코트를 휘날리며 다녀가면 영락없이 다음 날 반장 지명이 있었다. (필자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반장은 임명제였다) 나는 처음에 무능력한 우리 아버지와 자식에게 관심이 없는 어머니를 원망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것은 잘못 맞추어진 시위였다. 나는 철이 들면서 대부분의 가정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7.03 15:42
-
4월의 마지막 토요일. 동해안 남쪽 끝인 울산, 기장, 해운대에는 봄기운이 완연했다. 고유미와 배성민, 정세찬 박사가 원전 고리본부 정문 앞에 서 있었다. 수원은 강시훈 홍보실장과 함께 그들을 마중하러 나갔다. “수원아!”유미가 제일 먼저 수원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오랜만입니다.”정세찬과 배성민도 손을 흔들었다. 네 사람은 홍보실장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본부로 들어갔다. 소회의실에서는 주영준 차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미의 취재를 돕기 위해 수원이 함께 참석해 줄 것을 미리 부탁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홍보실장은 유력한 과학 잡지의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7.03 15:38
-
그의 암호명은 샤오린이었다. 그 암호명을 그는 매우 좋아했다. 물론 그 자신이 18기의 대가인 탓에 샤오린이라는 암호명이 떨어진 것이니 그 암호명은 그가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없었다.상부에서도 그를 매우 신뢰했다. 그가 지금까지 처리한 일은 모두 5건. 그 5건이 모두 완벽하게 처리되었다. 그는 자신의 18기만을 믿는 무모한 요원이 아니었다. 그는 폭약을 다루는 데도 전문가였으며 전기 전자 분야에도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변장술에도 능했다. 동남아를 무대로 삼고 있는 만큼 외국어들에도 능통했다. 그는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6.26 16:39
-
수원은 자신이 태어난 과정과 자라 온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아버지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 조금 전에 본 동영상에 관해서도 말했다.“흥미진진한 이야기로군요. 인터넷 타고 온 아버지를 만나신 소감이 어떤가요?”“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살아 계신 분을 만난 것같이 감격스러웠어요. 왠지, 왠지...”수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아버지가 어딘가에 살아 계신 것 같아요.”수원의 눈에 물기가 서렸다.“정부 기관에서는 돌아가셨다고 했다면서요?”“예. 그냥, 저의 막연한 예감이죠. 불가능한 소망이라고나 할까.”식사를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6.26 16:38
-
계 모임을 주도해 오던 한영주 여사의 죽음은 주로 동창들로 구성된 계원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고등학교 응원단장 출신인 한 여사는 통이 크고 행동의 폭이 넓어 여장부로 통하던 40대 초반의 주부였다. 집안 살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친구나 동창들의 일 보아주러 다니느라 매일같이 집 밖을 나도는 여자였다. 그녀는 근 10여 년 동안 소위 계 ‘오야’라는 것을 해 왔는데 최근에는 그 규모가 대단히 커서 억대에까지 이르렀다.한영주 여사는 자기 집 안방에서 반듯이 누운 채 시체로 발견되었다. 초동 수사 끝난 뒤 현장에 달려온 추 경감은 상황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6.19 16:20
-
건물 밖에서 한 남자가 서성이고 있었다. 두툼하면서도 다부진 체격이었다. 뒷모습이라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시계를 들여다보던 남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카메라에 얼굴이 잡혔다. 중년의 신사. 이마가 훤하고 약간 살이 찐 얼굴.김형욱. 그 사람이었다. 인터넷 검색에서 찾아본 사진 속의 모습과 똑같았다.김형욱의 시선이 길 건너로 고정되었다. 그 쪽에서 젊은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했다. 검정 바탕에 가는 체크무늬가 있는 재킷을 입고 있었다. 바로 수원의 책상 앞에 놓인 부모님 사진, 그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6.19 16:18
-
“저항한 흔적도 없고 사체에 다른 외상으로 보이는 것도 없습니다. 이건 명백한 자살이에요.”강 형사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지금 강 형사와 추 경감이 있는 곳은 잠실의 고층 아파트 단지다. 일요일이라 강 형사가 추 경감의 집으로 놀러 왔다가 헤어지려고 나온 마당에 건너편 창문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놀라 달려왔다. 18층에서 떨어진 모양인데 사체는 처참한 모습으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70대의 노인이라는 것은 쉬 알 수 있었다. 이미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는 숨이 끊겨 있었고, 그 아파트 사람들이 놀라 창 밖으로 내다보기도 하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6.12 16:19
-
“우리도 동기를 캐고 있는 중입니다. 장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긴 한데.”“이름부터 특이하지 않습니까.”주영준이 말을 거들었다. 벌써 12시가 넘은 시간이라 눈에 피곤이 내려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이태리에서 어느 상사 요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태리 사람이 조상이라는 이상한 책을 읽고 그것을 믿기 시작했다는군요. 거기에는 코리아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마을도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법정 싸움까지 하면서 이름을 안토니오라고 바꿨답니다. 처음에는 성을 바꾸려고 했는데 법원 허가
소설
온라인뉴스팀
2020.06.12 1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