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1040兆 또 사상최대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세월호 침몰 여파로 인한 서민경제의 악순환이 여전하다. 추석민심에 기대어 경기가 살아나길 기대했지만 역부족이다.

내수(內需) 시장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지역 축제나 행사를 꺼리고, 기업들도 선뜻 대규모 대외 행사 재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일반 시민들마저 씀씀이를 줄이면서 내수 의존도가 높은 영세상인들과 골목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긴급자금 수혈’을 발표했지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영세상인과 골목상권 직격탄…카드 빚만 늘어나
 정부 타개책 직접 모색…결과는 여전히 오리무중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당초 예상보다 각각 0.3%포인트, 0.1%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김민정 연구위원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내수 침체로 경제 하락의 고통은 서민 자영업자에게 집중될 것"이라며 “요식업과 운송·숙박·여행 업종에 대한 지원 대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도 세월호 사고의 여파는 숙박업소는 물론 이들 업소에 식자재 등을 판매하는 주변 전통시장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전반적인 소비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신용카드 사용 규모를 보면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다. 사고 직전인 지난 4월 14∼15일 카드 승인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증가했으나 사고 직후인 16∼20일에는 증가 폭이 6.9%로 줄었다.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도 뚝 떨어졌다. 전통시장 매출도 사고 이후 20∼30% 감소했다. 관광업계는 수학여행 금지 등으로 18만8000명 규모의 관광이 취소돼 316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가계 빚 1040兆 또 사상최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호전되던 지역경제도 세월호 사고 여파로 주춤하고 있다. 안산지역의 식당, 노래방, 택시 등 회식과 관련한 업종의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가계 빚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가계신용은 1040조원으로 3개월 전보다 무려 15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 규모가 매달 가파르게 늘어 1050조에 육박한 것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복수의 대기업 관계자는 “반(反)기업 정서가 워낙 강해 대기업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대형 플래카드를 설치할 것인가를 놓고도 수일 동안 고민하다가 포기할 정도로 눈치를 살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른 행사 차질도 불가피했다. 효성그룹은 서울 한강반포지구의 인공섬 ‘세빛섬'의 개장 행사를 지난 4월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6월로 연기했다. 하지만 6월이 돼도 애도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자 또다시 9월로 늦췄다.

효성 관계자는 “세빛섬은 기업이 아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첫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효성이 지출 규모를 줄이는 만큼 행사 준비에 참여하는 중소 업체들의 수입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 4~6일 인천 송도에서 자동차 경주대회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을 조촐하게 치렀다. 현대차는 지난 브라질월드컵의 공식 후원사인데도 국내에서는 마케팅 활동을 전혀 벌이지 못했다. 대신 브라질 등 해외 시장에 주력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대기업들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각종 행사로 내수 시장에 돈을 풀어야 중소 이벤트 회사도 살고 식당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위 공무원들 사이에선 “승진당할까 봐 겁난다"는 말이 정설이 되고 있다. 개방직 확대로 윗자리가 줄었고, 퇴임 후 산하기관 등으로 갈 가능성도 낮아졌다. 발탁된 사람도 좌불안석이다. 시장이 바뀌면 ‘전(前) 시장의 사람'으로 분류돼 쫓겨나기 십상인 탓이다. 이런 솎아내기 여파로 8년 걸리던 부이사관 승진이 5년으로 단축된 직군(職群)도 있다. 20여 년 축적된 경험을 살려 한창 정열적으로 일해야 할 50대 초·중반 간부들의 푸념이 이어지면서 일에 대한 능률도 떨어진다는 후문이다. 
 
장기화에 따른 우려 목소리 높아

세월호특별법 문제를 풀지 못하는 동안 주요 경제활성화 법안을 포함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민생법안도 쌓여간다.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 처리가 어렵다면 민생법안부터 분리해 처리하자는 입장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특별법도 민생법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소비심리 살리기에 직접 나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달 9일 정부가 긴급민생대책회의를 열어 경기 회복을 위한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세월호 참사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어렵게 살린 경제 회복의 불씨가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각 시도별로도 세월호 여파로 힘든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경기도는 세월호 참사로 피해를 본 관광업계에 특별경영자금 200억 원을 긴급 지원한다. 인천신용보증재단도 세월호 사고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내 소기업·소상공인의 경영난 극복을 위해 긴급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장기화 되는 세월호 여파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서민 경제가 악화되면서 국가경제로의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의 슬픔과 안타까움은 과거 재난보다 커 소비 둔화가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기둔화가 없도록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세월호 여파가 지속하면 성장률 등이 악화될 수 있어 이달 말에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세월호 사고 여파를 상쇄할 수 있는 대책을 포함할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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