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탈법 저지르고 멀쩡히 활동, 시청률만 나오면 그만이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TV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방송국이 준비한 다양한 추석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다. 방송에는 젊은 아이돌부터 중견 배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연예인이 나와 훈훈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연예인들의 과거 잘못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TV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낀다. 마약, 도박, 뺑소니, 시체유기까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방송에서 웃고 있는 연예인들을 [일요서울]이 정리해봤다.

도박·마약·뺑소니·시체유기… 범죄 ‘심각’
“방송 복귀에 대한 방송사 명확한 기준 필요하다”


음주운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범법행위면서, 가장 위험한 행동이다.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목숨을 한 순간에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예계에서 음주운전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연예인이 많다는 소리다.

“맥주 두 잔 마셨는데
죄송합니다”

눈물 연기와 멜로연기가 탁월한 실력파 배우 김지수. 그녀는 지난 2008년 드라마 <태양의 여자>에서 ‘신도영’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변화와 아픔을 잘 표현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김지수는 지난 2000년 양주를 마시고 자신의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바 있다. 당시 김지수의 혈중알콜농도는 0.175%였으며 심지어 무면허 상태였다. 거기에 김지수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0년 또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 이때는 사고 현장에서 도주, ‘뺑소니’ 혐의도 추가됐다. 김지수의 단아한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 뒤에는 ‘무면허, 음주운전, 뺑소니’라는 범죄 트리플크라운이 숨어있는 것이다.

‘호랑나비’로 유명한 가수 김흥국은 뛰어난 예능감과 독특한 개그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김흥국은 지난해 10월 혈중알콜농도 0.071%로 경찰에 적발돼 100일간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김흥국은 “딸에게 미안하다”며 “다시는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흥국은 이보다 훨씬 앞선 지난 1997년 이미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적이 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배우 박상민은 지난 2011년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박상민은 이미 1997년 음주운전 중 접촉사고를 내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히자 피해자에게는 2000만 원, 목격자와 해당 경찰에게는 각각 500만 원씩 건네고 사건을 무마한 혐의(뇌물 공여)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아내와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상습폭행 혐의를 받기도 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범죄는 배우 조형기가 저지른 시체유기다. 1991년 당시 33세 조형기는 만취한 상태로 30대 여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뒤 사고지점에서 12km떨어진 도로 옆 숲속에 시신을 유기하고 차안에서 그대로 잠들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에 조형기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서울고법에서 심신미약상태를 이유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1년 만에 석방돼 방송복귀에 성공했다. 현재도 조형기는 이러한 범죄 사실을 모르는 시청자들 앞에서 푸근한 동네 아저씨 모습으로 방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과·자숙없어
‘신의 아들’ 별명도

이 외에도 음주운전 및 뺑소니로 적발된 연예인은 수도 없이 많다. 영화배우 이정재는 20대 시절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냈다가 매니저에게 죄를 씌우기도 했다. 이러한 음주운전만큼 연예계에 만연한 또 다른 범죄는 바로 마약이다.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적발되고도 몇 년 뒤에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방송에 복귀하는 것이다.

4년 전 마약을 밀수입하다가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걸그룹 2ne1 박봄은 현재 콘서트 스케줄을 소화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숙 시간이 없음은 물론이고 사과 한마디도 없이 밝은 표정으로 콘서트를 진행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인정받은 발라드 가수에서 ‘실장님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연기자 변신에 성공한 가수 겸 배우 이현우는 ‘신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다시 방송으로 돌아온다는 이유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현우는 1993년 대마초 흡입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2007년에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는데 당시 이현우가 가지고 있던 국제 면허증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상태였다. 그러나 이현우는 사건 발생 후에도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어떠한 타격 없이 왕성한 방송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신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다.

현진영, 주지훈, 신동엽, 싸이, 신성우, 지드래곤, 박중훈, 주병진, 조용필, 이승철 등도 마약 복용으로 적발됐다가 방송 복귀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도박, 폭행 등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이 멀쩡히 활동하는 경우는 많이 있다. 최근 군대 제대 후 컴백한 가수 슈퍼주니어 맴버 강인은 밝고 귀염성 있는 얼굴 등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강인은 2009년 술집에서 시비 끝에 폭행 사건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경찰은 CCTV 판독결과 강인이 폭행에 가담한 것이 인정됐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 뒤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강인은 자숙 시간을 가지다가 군에 입대했다.

또 무한도전에서 ‘바보형’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는 개그맨 정준하는 2007년 유흥업소 운영과 탈세 혐의로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정준하는 ‘술집CEO’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정준하가 운영하는 술집은 평범한 호프집이 아닌 도우미를 동반한 유흥업소였던 것이다. 당시 정준하는 접대부를 고용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지만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준하는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지 않고 계속 방송활동을 이어갔다.

또 그룹 엠씨더맥스의 보컬 이수는 2009년 미성년자를 성매매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방송에 복귀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군도>에서 명연기를 보여준 배우 송영창은 2009년 16세 청소년에게 15만 원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방송사마다
출연정지 상황 달라

연예인들의 과거 잘못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며 과거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누리꾼 이모씨는 “연예인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을 한다면 대중들도 범죄를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국도 연예인들의 범죄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의 연예인을 제외하고 대다수는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진다.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에 대해 방송국에서 ‘출연제한’ 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출연제한은 방송국마다 기준이 다르다 보니 문제로 지적되기 일쑤다.

지난해 프로포폴 파문을 일으킨 방송인 현영에 대해 MBC는 출연제한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SBS와 KBS는 이러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현재 현영은 MBC를 제외한 다른 방송국에서 방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불법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 대한 출연제한 조치도 방송국마다 다르다. MBC는 이들에게도 출연제한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KBS는 불구속 기소된 토니, 이수근, 탁재훈 등에 대해서는 ‘한시적 출연규제’ 조치를, 약식 기소된 붐, 앤디, 양세형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KBS 방송출연규제심의 대상에 ‘민·형사상 기소된 경우’라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SBS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의 방송 출연 요청이 올 경우 출연규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복귀 시점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관계자들은 “대중의 용서를 받았다”고 말하지만 “반성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클릭B 출신이자 어수룩하고 귀여운 말투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김상혁은 2005년 음주운전으로 뺑소니 사고를 일으키고 도주했다가 11시간 뒤 경찰에 출두했다. 당시 김상혁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김상혁은 지금까지도 방송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다. 가끔씩 방송에 출연해 모습을 비추지만 여론이 좋지 않아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상혁과 같은 범죄 또는 더 큰 범죄를 저지르고도 방송 복귀에 성공한 연예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볼 때 ‘대중의 용서’는 명확한 기준이 되지 못한다.

지난해 개그맨 유세윤이 음주운전으로 자숙에 들어간 지 두 달 만에 방송에 복귀했을 때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시청률만 올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같다”며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방송 복귀가 쉽게 이뤄지면 대중은 ‘연예인들은 잠깐 쉬었다 나오면 되는구나’하고 허탈감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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