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대 대학원생 여친과 결별

세계 바둑계의 ‘제왕’으로 군림해 온 한국 바둑의 ‘자존심’ 프로바둑 기사 이창호(32) 9단.
17세 어린 나이에 스승 조훈현 9단을 제치고 1인자로 등극, 십여년 동안 정상에 우뚝 섰던 그가 최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장기간 정상을 지켜온 데 따른 ‘권태설’, ‘슬럼프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나돌았지만, 정작 바둑관계자들은 결혼을 해야 안정을 찾는다며 다소 ‘엉뚱한’ 결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의 ‘최대 라이벌’인 이세돌 9단이 결혼과 함께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올 초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이창호를 무릎 꿇게 한 중국의 창하오 9단도 결혼 이후 확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 최근 이창호씨가 한 여성과 사귀다 헤어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그 내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돌부처’ 같은 이미지의 그가 사귀던 연인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별까지 경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을 비롯한 많은 바둑관계자들은 두 번 놀라는 표정이다.
이에 이창호씨와의 직격 인터뷰를 통해 그의 ‘끝나버린 사랑’에 대해 직접 들어 보았다.


지난 1월 11일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이창호씨는 “올해에도 바둑은 열심히 두겠지만, 그 밖에 개인적으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바둑계에서는 그의 이런 발언을 두고 결혼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이후 사석에서 그는 “개인적인 다른 목표란 결혼이 아닌 독서”라고 밝혔지만, 그의 이성 문제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그가 한 여성과 진지하게 만나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현재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져 결국 헤어졌다는 소문이 동시에 나돌아 사실여부를 둘러싼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켰다.

젊은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그동안 이창호씨는 이성에 대해 특히 말을 아꼈던 터여서 그의 결별설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아는 이창호씨의 측근인사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말 바둑 동호회에서 처음 만났다. 이 여성은 서울 S대학원에 재학 중인 미대생 A(28)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바둑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고. 단지 이창호씨가 좋아서 이 동호회에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A씨는 이창호씨의 열렬한 팬이었다”며 “그래서 바둑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동호회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이 동호회 행사에 이창호씨가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둘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는 것.

차츰 ‘연인 관계’로 발전해 나간 이들은 여느 커플처럼 영화도 보고, 친구 커플과도 함께 만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두 관계에 ‘먹구름’
그런데 최근 들어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이 측근인사는 전했다. 이창호씨가 A씨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들 커플의 애정전선의 ‘이상기류’는 지난 1월 말부터 흐르기 시작했다. 1월 초에 있었던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오랜 라이벌’ 창하오 9단에게 패한데 이어 1월 말 띠동갑 후배 기사인 윤준상 4단에게 역전패 당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듯 보인다.

이후부터 이창호씨는 바둑에만 전념키로 작심한 듯 A씨의 전화를 피해 왔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이창호씨는 바둑 국가대항전인 제8회 농심신라면배 최종국에서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우승 축하파티 자리에 참석한 그는 이
곳에서 A씨와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A씨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최근 이창호씨가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A씨가 전혀 상관없진 않을 것”이라며 “두 사람 간에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이9단, ‘모르쇠’로 일관
그렇다면 두 사람은 왜 헤어지게 된 것일까.

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창호씨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그는 최근 부진한 성적으로 도마에 오를 것을 우려한 듯 언론을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제4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본선 개막식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최근 나돌고 있는 ‘결별설’에 대해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이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누군지 더 궁금하다”, “설령 지금 연애 중이든, 결별을 했든 간에 개인 사생활에 대해 언론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직답을 회피하기만 할뿐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 주지 않았다.

이어 계속되는 질문에 “S대학원 미대생에 대해 알고 있긴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미대생을 알고 있긴 하지만 S대학원생인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그렇다면 소문이 사실과 다르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그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처럼 그가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결별’을 속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다른 질문에 비해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기자에게 “정보의 근원지를 알고 싶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느냐”며 질문공세를 펼치는 그의 모습에 비춰 ‘결별설’은 일정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창호씨는 끝으로 “아직 결혼 생각이 없으며, 이성을 볼 때 ‘외모’보다는 ‘느낌’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이창호 9단 인터뷰

‘전대 고수의 환생’, ‘소년 도인’, ‘지지 않는 소년’, ‘기록제조기’, ‘인내의 화신’, ‘돌부처’ 등.
이창호씨를 칭할 때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는 바둑사상 가장 많은 별명을 가진 프로 기사로 잘 알려져 있으며, 프로에 입문한지 불과 10년 만에 한국은 물론 세계바둑무대를 석권한 ‘희대의 바둑천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최근 들어 부쩍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자, 일각에서는 “이제 이창호 시대는 갔다”며 비아냥거리는 모습이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 ‘슬럼프에 빠졌다’느니 ‘한 물 갔다’는 평가가 있는데.
▲ 요즘은 속기전이 많아져서 빠르게 두다보니 예전보다 실수가 많아진 게 사실이다. 신중하고 또 신중하겠다.

- 23년여 간 바둑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가장 힘든 시기는 언제였나.
▲ 최근 몇 년간은 계속 힘들었던 것 같다. 일시적으로 리듬이 끊기고 기복이 심해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럴 땐 잠시 바둑에 손을 떼고 며칠 푹 쉰다.

-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힘든 것 같다. 앉아 있는 것도 고역이다. 짧게는 2시간~2시간 반, 길게는 8시간까지 앉아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 등산, 조깅 등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청소년 시절 운동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 웰빙 음식을 챙겨 먹는 것도 잊지 않는다. 콩, 매실, 생과일주스 등을 즐겨 먹고 있다.

- ‘비행기 공포증’이나 ‘해외징크스’가 있다고 들었다.
▲ 공포증이라기보다는 비행기 타는 느낌이 좀 싫은 것일 뿐이다. 낯선 곳에서 먹고 자는 것도 어렸을 땐 적응이 안됐는데 요즘엔 익숙해져서 괜찮다.

- 국내외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
▲ 당연히 스승 조훈현 9단을 이겼을 때다. 당시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났던 기억이 있다.

- 요즘 ‘어린’ 후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데, 라이벌을 꼽는다면.
▲ 바둑을 둘 때만큼은 다 강력한 라이벌이다.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 이씨가 생각하는 ‘바둑’은 무엇인가.
▲ 바둑은 승패에 있어 나이나 경력이 상관없다. 바둑은 ‘실수를 덜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 현재에 충실하며, ‘승부’를 즐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책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험이 바둑을 바라보는 눈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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