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최대 계보인 당권파 핵심 3인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당권파 핵심 3인방은 다름아닌 ‘천-신-정’ 트리오로 통하는 천정배 원내대표, 신기남 전의장, 정동영 통일부장관.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기도 한 이들 3인방은 그동안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당과 원내 세력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이들의 협력관계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견해다. 각자 같은 꿈(대권)을 꾸고 있는 만큼 대립·경쟁관계가 불가피 할 것이란 관측. 실제로 이들 3인방은 대권투쟁의 첫 분수령이 될 내년 3월 전당대회 때 당권 장악을 위해 올인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천-신-정’ 트리오는 지난 2000년 민주당 쇄신·정풍운동 과정을 비롯해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 등에서 한 목소리를 내며 같은 행보를 걸어왔다. 특히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이들 3인방은 당권파가 당내 최대 계보로 자리잡는 과정에서도 서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정치적 입지를 키워 왔다. 초대 당 의장을 역임한 정 장관에 이어 신 전의장이 당 의장직을 승계(5월)했고, 천 대표는 지난 5월11일 원내 사령탑에 등극했다. 당과 원내를 ‘천-신-정’을 주축으로 한 당권파가 장악한 모양새가 됐다. 당권파의 득세는 정 장관과 더불어 일찌감치 여권내 대권주자로 분류돼 왔던 김근태 복지부장관을 중심으로 한 개혁그룹, PK(부산·경남)사단, 중도그룹 등 여권내 주요 세력들의 집중 견제 대상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이들 3인방은 당내 제세력들의 집요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서로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당권파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의기투합했다. 또 이들 3인방은 강화된 정치 입지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대망론을 꿈꾸기 시작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1월 초대 당 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유력한 여권 차기주자로 자리매김했고, 신 전의장과 천 대표도 각각 의장 승계와 원내대표 당선이후 물밑 대권행보를 걸어왔다. 당권파를 리드하는 핵심이자 긴밀한 정치적 동지관계였던 세 사람이 어느덧 각자 대권을 꿈꾸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게 된 것.정치권 주변에서 ‘천-신-정’ 트리오의 협력관계가 결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에는 이들 세 사람이 꿈꾸고 있는 대망론이 자리잡고 있다.‘전부 아니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는 권력 속성상 이들 세 사람이 공통된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 이상 이들의 협력관계는 멀지않아 대립·경쟁관계로 변질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들 세 사람은 내년 3월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때 당 의장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망론을 펼치기 위해선 당권 장악이 불가피한 만큼 이들 3인방은 벌써부터 내년 당 의장 선거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원내 사령탑 등극이후 차기 대권주자군에 합류한 천 대표는 내친김에 당 의장 출마를 적극 검토하는 등 대권가도를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천 대표측은 국회가 정상화될 경우 ‘4대 개혁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등 각종 개혁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천 대표의 개혁성과 리더십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선친의 일제시대 헌병 경력 으로 구설수에 휘말려 지난 8월 의장직을 사퇴했던 신 전의장도 최근 정치행보를 재개했다. 신 전의장측은 의장직 낙마 이후에도 지방조직을 순회하며 조직망 구축에 힘써왔고 당내 지지층 확보에도 정성을 기울여 왔다.

측근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신 전의장의 내년 당 의장 출마 플랜 및 대망론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장관도 당직 복귀설과 맞물려 내년 전대 때 다시 당권에 도전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입각한 배경에는 ‘대권주자 행정경험 쌓기’라는 보이지 않는 명분이 작용했다. 정 장관과 김근태 장관이 통일부장관 자리를 놓고 입각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골치 아픈 국내 정치문제와 일정 간격을 유지하면서 국민적 현안인 북핵 등 대북문제를 총괄하는 통일부 수장이야말로 대권주자 수업용으로 적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통일부장관은 정치권 주변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 부시가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섣부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북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는 부시의 재집권으로 한반도 긴장상황은 더욱 고조될 것이란 관측때문이다.정 장관의 당직 복귀설도 바로 이러한 관측과 맞물려 있다. 한반도 긴장상태가 고조될 경우 그 부메랑은 고스란히 주무부서인 정 장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 장관 측근들은 내년 당 의장 선거 출마를 명분으로 정 장관이 다시 당직에 복귀할 것을 적극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측근들 사이에서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재보선 때 정 장관이 수도권에 출마해 화려하게 원내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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