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희망 여성 상대 포르노 제작
인터넷 등에 모델 구인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오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포르노를 제작해 팔아온 일당들이 경찰에 잡혔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취업을 미끼로 여성들을 유인해 음란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이모(35)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 음란 동영상을 온라인을 통해 유포시킨 김모(29)씨 등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20여명의 여성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 일당이 피해여성들을 상대로 제작한 포르노는 무려 200여편에 이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씨 일당이 피해 여성들을 협박하거나 폭행을 가하지 않고 비교적 무난하게(?) 포르노를 제작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오늘날의 일그러진 성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오늘날 인터넷에 떠도는 이른바 ‘몰카’ 종류의 음란 동영상을 가리켜 ‘현대판 주홍글씨’라고 부른다. 자칫 발을 잘못 들여놓게 되면 평생 온라인을 타고 돌고 돌기 때문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촬영한 성행위 장면이 인터넷에 유포되거나 업자들의 꾐에 빠져 음란동영상을 찍기라도 하는 날에는 평생을 두고 곤혹을 치르게 된다. 실제로 음란 동영상을 찍었다는 이유로 가정이 공중분해되거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정이 이렇지만 한 개인의 인생이 처참히 무너지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마구잡이로 포르노물을 제작·유포해온 파렴치범들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피해여성의 절규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들어요. 저의 인생은 이제 끝장났어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으니 저에게 전화하지 말아 주세요.”

모델을 구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가 본의 아니게 포르노를 찍게 된 한 피해여성의 절규다. 한 순간의 실수가 이 여성의 가슴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주홍글씨를 새기고 만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들이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고 무엇보다 극심한 수치심을 안겨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사건을 밝히는 것 자체가 상당히 조심스럽다”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이씨는 고교 동창들과 함께 2004년 12월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에 ‘아마추어 이벤트 피팅·사진 모델을 구한다’는 광고를 냈다. 이어 이를 보고 찾아온 A(22·여대생)씨 등 20대 여성 20여명을 음란동영상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 등은 ‘얼굴과 신분 노출 없이 촬영 3시간당 15만∼50만원 당일 지급’이란 문구로 여대생들을 유혹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들이 찾아오면 이들은 정해진 수순에 따라 포토테스트를 한다는 명목으로 한강 등지서 야외촬영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우리가 시키는 대로 따르면 모델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말 등으로 여성들을 현혹시켰다.

또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여성들을 모텔로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야외 촬영을 마친 후 차량을 이용,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척하다 안대를 씌운 채 미리 물색해둔 서울 시내의 모텔로 데려갔다. 야외촬영에 이어 실내촬영을 통해 포토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유인 방법은 또 있다. 섹시컨셉의 촬영을 해야 하는데 야외에서는 보는 사람들이 많아 불가능하니 보는 사람이 없는 모텔에서 편하게 포토 테스트를 하자고 꼬드긴 것.


섹시화보 찍는 척 포르노까지

이들은 여성들을 모텔로 유인한 뒤 본격적인 마수를 뻗쳤다.

경찰 관계자는 “모텔 안에서 이들은 여성에게 섹시한 포즈를 취해보라고 주문하는 것에서부터 어깨를 보여 봐라, 브래지어를 보여 봐라. 상체를 모두 벗는 게 좋겠다하는 식으로 차례로 옷을 벗겼다”며 “그러다가 나중에는 바지를 비롯한 속옷을 모두 벗기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자가 옷을 벗지 않으려 하면 여러 명의 남자들이 ‘순수한 의도로 촬영을 하려는데 응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고 화를 냈다”며 “이렇게 강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여성들이 겁을 집어먹고 주눅 들어 옷을 벗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옷을 모두 벗고 촬영을 하다 남성 한명이 도우미로 가세하는 척하다가 “기왕 여기까지 촬영했는데, 벗은 김에 제대로 촬영해 보자”며 포르노를 찍을 것을 종용했다.

여성이 이를 거부하면 이들은 얼굴이 나오지 않게 몸만 찍은 영상을 보여주며 “얼굴이 절대 나오지 않게 찍을 테니 걱정할 것 없다”고 끈질기게 구슬렀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면서 여성들의 얼굴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이에 반해 상대역을 맡은 남성은 가면이나 복면으로 얼굴을 가려 신분 노출을 피했다.

한편 음란 영상의 희생이 된 피해자는 20대 초반의 여대생이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성들이 대부분이며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주변인에게 알려지면서 직장을 그만두거나 집 안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 여성들은 수치스럽다는 이유로 경찰에 제대로 수사협조를 하지 않아 경찰관계자들이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더 많은 주변인들에게 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여성들은 이렇게 몸을 빼앗기고도 이들로부터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들은 이렇게 찍은 포르노를 팔아 거액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범행을 저지르는 이들도 문제지만 유혹에 쉽게 빠지는 요즘 여성들도 문제”라며 씁쓸해했다.
<윤지환 기자>

여성도 포르노 유포자

경찰이 불구속 입건한 음란물 유포자들 가운데는 30대 14명, 20대와 40대가 각 6명이었다. 이중 회사원이 가장 많았고 대학생과 여성도 각각 1명씩 포함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 정작 한국에서 포르노를 제작한 이들보다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 운영자들이 돈을 훨씬 많이 벌었다”며 “사이트 운영자들은 이렇게 찍은 포르노를 게시해 무려 142억원을 벌었다. 이들을 처벌해야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만 현행법상 이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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