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국회선진화법이 열쇠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새정치연합 몰락 바라만 보고 있어선 안돼
과거의 잘못 바로 잡아야 살 수 있어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현 시국을 “진보진영이 위기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반대로 “보수진영이 위기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월호 사태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위시한 자칭 진보·좌파진영의 추락이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1야당’이라 불리는 새정치연합의 최근 행보를 보면 중고등학생들의 학생회만도 못한 모습에 정치에 대한 회의감만 늘어날 뿐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진보와 보수세력으로 나뉘어 ‘세월호특별법’과 ‘국회선진화법’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열띤 전쟁터에서 보수가 이기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세월호특별법의 쟁점은 기소권과 수사권 부여 여부다. 피해자 유족들과 새정치연합 등은 세월호 사고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기소권과 수사권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주장에 대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기존의 근본원칙을 흔든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와 사법체계는 무너지게 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근간도 무너져 끝없는 갈등과 반목만이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했지만 이날 박 대통령은 늦었으나 확실한 의사를 표현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진보진영은 “세월호특별법을 걷어찼다” “정국이 더 꼬이게 됐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국민들은 담담했다.

새정치연합 휘청일 때 보수 세력 뭐 했나

세월호특별법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처음부터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 요구로 인해 특별법 제정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적당한 선에서 또는 다른 카드를 제안 했다면 이미 세월호특별법 발효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밝혀졌을지 모를 일이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새누리당은 진보진영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왔다. 두 번의 선거도 나름대로 선전을 하며 정치적인 입지를 다져왔다. 그러는 동안 새정치연합은 스스로 무너졌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새정치연합에 합류한 안철수 의원은 자취를 감췄고 숨겨 있던 계파정치의 민낯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무엇을 했나. 진보세력이 세월호특별법에 사활을 걸고 거리로 나갔을 때,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단식을 할 때, 보수세력은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보수세력은 스스로 더욱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버리고만 있었다.

보수 성향의 ‘일베’들이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초코바, 피자 등을 먹으며 자아도취에 취해 있던 모습이 바로 보수세력의 자화상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제 있다면 과감히 고쳐라

국회가 세월호특별법에 발목이 잡혀 있는 4달 동안 국회에서는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이쯤되면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를 문제삼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불임국회’ ‘식물국회’라는 오명에 낯 뜨거움을 느끼면 그나마 다행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당에서는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름조차 낯 뜨거운 이 법률은 지난 2012년 5월 2일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놓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회 몸 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개정된 국회법을 말한다.

비록 당시 국회법 개정안을 낸 당사자가 새누리당이라 비판을 받고 있지만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고치는 것도 올바른 자세다.

현재 국회는 세월호특별법으로 사실상 마비상태다. 새누리당은 시급한 민생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이 합의될 때까지 어떠한 민생법안도 처리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상태라면 새정치연합 등 야당이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이상 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여당은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 결국 새누리당은 17일 국회선진화법의 직권상정 금지 조항과 관련해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헌법 소원 카드를 꺼낸 것은 법안 처리를 하기 위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규정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새누리당 단독으로 이 법을 개정할 수 없어서다.

비난 딛고 서야 더 성장한다

‘국회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은 300명의 재적의원 중 과반이 아닌 5분의 3 이상(60%)이 찬성하는 ‘가중다수결’ 원칙에 입각해 안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수당이라도 180석 이상 압도적 다수가 아닌 이상 일방통행식으로는 법안 처리를 강행할 수 없다. 현재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158석을 차지하고 있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이상 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또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나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있을 때만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그동안 국회는 직권상정이 이뤄질 때마다 강행처리하려는 여당과 저지하려는 야당이 몸싸움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 조항 때문에 현재 국회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당시 개정안에는 ‘안건조정제도’도 도입됐다. 여야 쟁점 안건의 경우 재적 상임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여야 동수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이 경우 최장 90일 동안 논의 후 안건조정위원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법과 관련한 이견을 조정할 수 있다.

야당은 개정안을 만들었던 새누리당이 또다시 헌법 소원을 내며 국회법을 바꾸려 하자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충분히 비판을 받을 만하다. 당시 서두르지 말고 개정안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확인하고 수정을 거쳤다면 오늘날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실수를 번복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용기 또한 지금 필요하다. 비록 비판 받을지언정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보수 세력이 살고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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