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염문설 보도한 언론사 폐간 시키기도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61)과 염문설에 휩싸인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에 미혼 여성 알리나 카바예바(31)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러 최대 민영 언론사인 내셔널미디어그룹이 최근 그녀를 회장으로 발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푸틴 대통령이 올해초 이혼하기 전부터 ‘정부’(情婦)라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상 카바예바가 차기 영부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리듬체조 여왕’로 유명한 카바예바와 ‘황제’(차르)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과의 염문을 추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이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여당이 ‘징계안’을 제출하면서 정치권이 뜨겁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고 강하게 불쾌함을 표시했다. ‘대통령의 연애’ 당사자로 알려진 정윤회씨 역시 검찰에서 “대통령이 아닌 제3의 인물을 만났다”고 해명하면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정씨는 최근 고 최태민 목사의 딸과 이혼하면서 ‘결혼 생활 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선 누설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은 러시아 대통령 푸틴 ‘염문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러시아 최대 민영 언론사인 내셔널미디어 그룹은 15일 갑자기 ‘회장 교체’를 발표하면서 신임 회장으로 언론 경험이 전무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인 카바예바를 임명했다. 카바예바는 현재 독신인 푸틴 대통령과 염문설 한 가운데 있는 여성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31세인 카바예바는 2004년 하계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로 2007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하원으로 당선돼 활동하다 최근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해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러시아 김연아’로 유명한 카바예바는 2004년 은퇴 전까지 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5번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및 6번의 유럽선수권 대회 챔피언에 올랐던 체조여왕이었다. 카바예바는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마리아 샤라포바, 엘레나 이신바예바와 함께 성화봉송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는 2007년 남성잡지 맥심이 선정한 ‘가장 섹시한 러시아 미녀 베스트 100’중 9위로 꼽힐 정도로 미모와 몸매가 뛰어나다. 카바예바가 푸틴 대통령과 염문설에 빠진 것은 2008년으로 러이사 일간지 ‘모스코브스키 코레스폰덴트’는 푸틴이 항공사 승무원 출신 류드밀라와 이혼하고 카바예바와 재혼할 예정이라고 보도하면서부터다. 푸틴은 당시 “나는 엉뚱한 냄새를 맡고 야한 상상이나 하면서 남의 사생활이나 들추는 이들을 항상 증오한다”고 적극 부인하며 반격에 나섰다.

러 섹시 미녀 9위 소치 올림픽 성화봉송도

급기야 이를 보도한 해당 신문사를 러시아 연방 보안국(FSB) 요원들이 급습해 배포전 신문을 전부 압수했고 일주일뒤 이 신문은 아예 폐간됐다. 또한 러시아 공영방송사는 한달 뒤 카바예바 특집 인터뷰를 마련해 직접 푸틴과의 관계를 부인하는 인터뷰를 내보내는 등 강력 대응했다.

하지만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푸틴의 해명을 믿고 있는 사람은 드문 형편이다. 이미 푸틴 대통령은 작년 30년간 같이 살아온 조강지처를 버리고 이혼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6월 크렘린궁에서 발레 ‘에스메랄다’ 공연을 보고 난 직후 인터뷰에서 부인인 류드밀라와 사실상 결별했다. 두 사람은 푸틴이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이었던 1983년 독일에서 결혼해 두 딸 마리아(29)와 예카테르나(28)를 낳았다. 하지만 2008년부터 30년차 카바예바와의 불륜설이 불거지고 영부인은 공개석상에서 사라지면서 ‘염문에 따른 불화설’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또한 작년 1월 뉴욕포스트는 카바예바가 두 사람의 아이로 알려진 세 살짜리 아들 외에 딸도 낳았다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카바예바는 자식들로 지목된 아이들을 ‘조카’라고 언급했고 ‘모두 내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해 복선을 깔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내 언론들은 일련의 루머를 보도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고 성인이 된 두 딸 역시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사진도 보기 힘들었다.

특히 둘째딸인 예카테리나는 한때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러시아와 한국에서 큰 화젯거리로 됐다. 결혼상대는 윤모씨로 삼성전자 모스크바 법인의 전 직원으로 알려졌다. 예비역 해군 제독인 아버지와 대학교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윤씨는 아버지가 1990년대 말 모스크바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할 때 8년간 러시아에서 학교를 다니다 이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로 진학, 국제법, 국제안보 등 국제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대학을 졸업한 뒤 삼성전자 러시아 현지 법인으로 채용됐다.

두 사람은 1999년 모스크바 국제학교에서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 딸과의 결혼 소식이 전해지면서 윤씨는 회사를 그만뒀고 최근까지 결혼소식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정적들의 살해 위협으로 은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편 푸틴이 별거중이던 부인과 결국 이혼을 발표하자 외신들은 연일 푸틴에게 안좋은 보도를 내보냈다. 뉴욕타임즈는 “푸틴의 핵심 지지층 중 하나가 중년 여성인데 그가 본처를 버리고 젊은 여성과 결혼한다면 민심이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혼에 대해 엄격한 러시아 정교가 지배하는 러시아에서 대통령이 이혼을 감행한 것은 1698년 표트르 대제 이후 푸틴이 처음이다.

대통령의 염문녀, 더 큰 꿈 꾼다!

특히 카바예바가 주목을 받는 것은 굳이 최대 언론사의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었느냐는 점이다. 내셔널 미디어는 이미 푸틴의 ‘돈줄’로 불리는 동향 출신의 최측근 소유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푸틴이 카바예바에게 다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언론사 수장이란 경력을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푸틴은 1952년 러시아 레닌그라드에서 출생해 연방보안국의 전신인 소련 국가안보위원회 해외정보국 요원으로 독일에 파견돼 활동했다. 이때부터 ‘노련한 추기경’으로 불리기도 한 푸틴은 귀국 후 레닌그라드 대학 부총장, 대통령 총무실 부실장, 크렘린궁 제1부실장을 지냈고 1999년 8월 총리에 올랐다. 그리고 1999년 12월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지명됐고 2000년 3월 26일 러시아 사상 두 번째 직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후 20004년 재선에 성공했다가 2008년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주고 총리가 돼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2011년 9월24일에 2012년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이듬해 3월4일 대통령에 당선돼 3대, 4대 대통령에 이어 6대 대통령이 됐다. 2009년 발효된 개정 헌법에 따라 차기 대통령 임기가 현행 4년에서 6년으로 연장됨에 따라 푸틴이 다시 연임할 경우 2024년까지 대통령 재임이 가능하다. 카바예바가 영부인이 될 기회가 그 만큼 넓어진 셈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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