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지난해 5월 고등학생 전모군은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태권도 대표선수 선발전에 출전했다가 패했다. 대학교 태권도학과 교수 아들과의 시합에서 심판이 경기 종료 50초를 남겨놓고 경고 6번을 주는 바람에 반칙패로 진 것이다.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본 전군의 아버지는 편파 판정을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억울한 판정에 이어 아버지까지 잃은 전군은 큰 충격을 받고 한동안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도 심리 상담치료를 진행 중이다.

전 군은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 경고를 받았을 때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는데 경고가 계속 나오니까 이상했다. 감독님한테 여쭤보려는 찰나 전광판에 이미 감점된 점수가 나왔다”며 “당시는 너무 힘들어 태권도를 그만 둘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지난 15일 서울시태권도협회의 승부조작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 조사에서 심판 최모(47)씨는 “당시 5번째와 7번째 경고는 주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경찰은 또 심판위원장이 심판 배정에 대한 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에 심판들이 부정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도 알아냈다. 경찰에서 피의자들은 “서울시 태권도협회뿐 아니라 지방태권도협회에서도 승부조작건이 비일비재하고 학연이나 지연을 통해 많이 이뤄진다”고 진술했다.

경찰 발표에 대해 전 군은 “늦게라도 승부조작 사실이 밝혀져 다행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 소식을 알았으면 좋겠다”라며 “이번일을 계기로 기량만으로 완벽하게 승부를 펼칠 수 있는 태권도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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