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구원파 “헌금으로 조성된 재산은 우리 것”
檢 “유씨 재산 확인 시 보상금 위해 가져 온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망 이후 세월호 사건이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자연스럽게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던 인물들에 대한 관심도 멀어져 갔다. 그런 가운데 지난 추석 직전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혜경(53) 한국제약 대표가 미국에서 체포됐다. 김씨가 체포되자 국내에서는 그녀의 ‘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미 국토안보수사국과 공조해 그동안 김씨의 뒤를 쫓고 있었으며, 국토안보수사국 워싱턴DC 지부와 국내 지부가 함께 김 씨 검거에 성공했다. 김씨를 쫓던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HIS 추적 팀은 여러 거주지를 급습했지만 번번이 허탕이었다.

3교대로 일주일 넘게 잠복근무를 밥 먹듯이 했지만 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워싱턴D.C. 인근 한인 밀집지역인 ‘타인슨스 코너’의 한 아파트에서 김 씨와 관련된 IP주소가 포착됐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 4일 오전 11시쯤, HSI 직원들이 해당 아파트로 출동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순간, 동양인 여성과 맞닥뜨렸다. HSI 직원들은 김혜경 씨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지만 김 씨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얼굴 확인이 힘들었다. 영어도 못하는 척 연기를 했지만, 체포에 성공했다. 당시 현지시각으로 5일 오전 11시 6분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조속한 송환 지시

김씨는 유씨의 두 아들인 대균씨와 혁기씨에 이어 일가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3대 주주다. 김씨는 1990년부터 유씨의 비서로 일하며 재산을 직접 관리해온 것으로 전해져 검찰의 유병언 일가 수사 초기부터 타깃이 된 인물이다.

김씨가 검거 된 지 보름정도가 지났다. 그녀는 그동안 횡령·배임 등 화이트 칼라 범죄 전문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들어와 유씨의 은닉재산과 비자금 의혹에 대해 수사에 협조하는 대신 자신의 횡령 혐의에 대한 선처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정부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법무부와 검찰은 유병언 측근인 김혜경 씨가 미국에서 구속이 된 만큼 속히 국내에 들어와서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진실을 밝힐 기회를 주기 바란다”며 조속한 송환을 지시했다.

또 “그렇게 해야 세월호의 오래된 실타래를 풀고 다시는 그런 기업이 횡행하는 일이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는 반드시 유병언을 잡지 못해 실추된 검찰의 위상을 다시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까지 나서 송환을 지시하자 검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김 씨를 국내로 데려오는 건 쉽지 않다. 만일 자진귀국 의사를 밝힌다면 수사관을 급파해 국적기에 태워 국내로 데려 올 수 있지만, 이를 거부하면 이민재판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민재판 과정에선 우리나라 법원처럼 항소나 상고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재판 과정이 길어지면 10년 가까이도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송환조사 이뤄지면 범죄액은 크게 늘 것“

현재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검찰이 미 국토안보수사국, HSI와 함께 김씨 강제추방을 위한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은 검찰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그녀의 송환 여부는 그녀의 선택에 달렸다.

미 국토안보수사국은 김씨의 횡령액이 23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30억 원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유씨 일가 계열사들의 돈을 빼돌려 비자금으로 관리하거나 부동산 구입 등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은 앞서 기소된 유병언씨의 장남 대균씨의 범죄 금액 73억 원보다 3배 이상 많은 액수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의 차명재산과 횡령 금액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30억원은 현재까지 파악된 금액이라는 말이다. 김씨가 수천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주식 등 유씨 일가의 차명재산을 관리해 온 점으로 미뤄 송환 이후 조사가 이뤄지면 범죄액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재산 대부분 담보 적은 알짜 부동산

지금까지 검찰이 확보한 김씨 명의의 유씨 차명 재산은 모두 104억 원이다. 이런 가운데 TV조선은 김씨가 버지니아에 고급주택을 언니 명의로 차명보유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지난 2006년 미화 110만 달러, 우리 돈 약 12억원을 주고 이 저택을 구입했다가 2년 뒤, 이 집의 소유권을 언니에게 무상으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언니 이름으로 돌려놓아 재산 은닉을 시도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이후 김씨의 언니는 세월호 사건 직후인 지난 5월 초, 이 집을 급매물로 내놨다가 유씨의 시신이 확인된 지 사흘 뒤인 7월 25일 돌연 매물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김씨가 구속 직전 경기도 이천과 강원도 강릉 등 전국의 땅을 집중 매입한 사실도 포착했다. 검찰은 이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유 전 회장이 빼돌린 돈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이 김씨의 송환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구원파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관리·보유한 수천억대의 차명재산에 구원파의 헌금 등이 흘러들어 갔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가 국내로 송환되면 검찰과 구원파 간 유씨 재산 확보를 둘러싸고 총성없는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씨가 관리해 온 재산은 담보가 적은 알짜 부동산들로 추정된다. 검찰은 이 재산들이 유씨 재산이라는 점만 입증되면 쉽게 환수할 수 있다. 추가로 김씨가 또 다른 차명재산의 단서를 제공할 경우 검찰은 더욱더 차명재산을 확보할 수가 있다.

검찰은 세월호 피해보상금을 확정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에게 재산 환수는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검찰은 부실한 유씨 일가 수사로 땅에 떨어진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김씨의 차명재산을 반드시 회수해야하는 상황이다.

구원파 내부에서도 김씨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현재 구원파 내부에서는 김씨의 재산형성에 사용된 자금이 결국 유씨가 준 것일 텐데 그 돈은 결국 구원파 헌금이니 당연히 되찾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귀국하면 결국 숨기고 찾는 ‘돈의 전쟁’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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