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여 강경투쟁 노선에 맞서 (열린)우리당은 단독국회 강행 입장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될 조짐이 일면서 여야를 망라한 내부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여기에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우리당 전당대회가 내년 3월로 확정되면서 여권내 계파간 세확산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정국불안이 가중되자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의 물밑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차기주자간 연대론 등 정계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정동영-김혁규-한화갑 전략적 연대론’도 이러한 가능성에 기인하고 있다.‘정-김-한 연대론’은 정동영 통일부장관, 우리당 김혁규 의원, 민주당 한화갑 대표 등 세 사람이 처한 정치환경 및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정 장관과 당권을 겨냥하고 있는 김 의원, 호남 맹주와 민주당 부활을 꿈꾸고 있는 한 대표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어우러져 이러한 전략적 연대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향후 정치권 역학구도 및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해 나름대로 물밑 플랜을 구상하고 있는 세 사람이 각자 역할 분담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실리를 챙기는 동시에 ‘대망론(정권재창출)’을 이끌어 낸다는 게 연대론의 골자다.

현재까지 이러한 연대론과 관련한 세 사람의 입장이나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는 않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세 사람의 전략적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관련,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97년 대선때 DJ(김대중 전대통령)와 JP(김종필 전자민련총재)가 전략적인 DJP연대를 통해 공동으로 정권 창출에 성공했던 사례를 상기해야 한다”며 “차기 대권구도에서 주인공 내지는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정동영 김혁규 한화갑 세 사람이 전략적 연대를 통해 나름의 성과물을 얻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또 “차기 대선은 그 어느때보다 변수가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여야를 망라하고 후보자간 연대론 내지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계파간 합종연횡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세 사람의 전략적 연대론도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과 맞물려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가 소식통들도 세 사람이 처한 작금의 정치입지 및 향후 정치적 노림수를 감안하면 충분히 실현가능한 연대론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또 세 사람이 전략적 연대를 통해 역할을 분담할 경우 ‘정동영-대권후보, 김혁규-당의장, 한화갑-킹메이커역’이라는 이상적인 모델이 탄생할 것으로 이들 소식통들은 내다보고 있다.실제로 세 사람은 차기 대권구도에서 서로 동지가 될 수도 있고, 적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동지가 된다면 상호 천군만마를 얻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적으로 맞설 경우에는 서로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고 대망론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벌써부터 세 사람의 전략적 연대론이 부상하고 있는 배경에는 상황에 따라 ‘독과 약’이 될 수 있는 세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향후 대권구도론이 자리잡고 있다.따라서 정-김-한 연대론은 세 사람이 적대적 관계가 아닌 동지적 관계를 지향하면서 나름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출발한다.

대권을 노리고 있는 정 장관 입장에서는 텃밭인 호남권 민심과 당권을 장악해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당면과제를 풀어나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당에 대한 호남권 민심은 갈수록 등을 돌리고 있는 추세고, 자신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당권파의 당내 입지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장관은 당면과제를 해결하고 대망론을 펼치기 위해서는 김 의원과 한 대표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 장관이 내년 우리당 전당대회때 김 의원을 적극 지원할 것이란 소리와 민주당과의 통합 등 한 대표와의 연대 문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히 나돌고 있는 배경에는 정 장관이 처한 이러한 상황론이 자리잡고 있다.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는 김 의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정 장관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김 의원은 PK(부산·경남)지역 대표주자임을 자임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당내 지분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당내 최대 계보를 이끌고 있는 정 장관의 지원을 등에 업지 않고서는 당권 장악 꿈은 일장춘몽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게 김 의원의 현실이다.호남 맹주와 민주당 부활을 꿈꾸고 있는 한 대표도 향후 대권구도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할 입장이다. 지난 4·15총선에서 원내 4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이후 6월 전남지사 보궐선거와 10·30 재보선때 전남 강진, 해남 군수 선거에서 모두 승리, 부활 청신호가 켜지긴 했지만 정권창출을 견인한 과거 명성에 비하면 여전히 초라한 행색이다.

그렇다고 원내 4당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정국 반전을 꾀할 뾰족한 대안도 없다. 따라서 한 대표는 민주당 재건 플랜을 우리당과의 통합 또는 유력한 대권주자와의 연대 등 정계개편을 통해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이러한 관측에서 볼 때 여권내 차기주자 1순위로 자리매김한 정 장관과의 연대론이야말로 민주당 부활과 정권재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카드일 수 있다. 10·30 재보선 이후 사기가 충만된 민주당이 우리당과의 통합론을 직간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카드를 꺼내들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이른바 ‘김원기 답습론’도 이러한 정지작업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당과 통합을 하든 정 장관과 연대를 하든 확실한 킹메이커 역할을 담당해 정권재창출에 기여한 후 국회의장 등 향후 자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게 답습론의 골자다.한편 정동영-김혁규-한화갑 세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정-김-한 전략적 연대론’은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소수정예 정계개편론이나 정권재창출 플랜과도 무관치 않아 향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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