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실종사건 미스터리 추적
화성연쇄실종사건이 장기화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최근 화성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이 불법체류외국인노동자(불체자)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수사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면서 유력 용의자가 쉽게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소문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뜬소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보는 관점에 따라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 근거를 살펴보면 연쇄실종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화성, 실종자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안산, 그리고 최근 또 다시 부녀자 실종사건이 발생한 곳은 안성이다. 이 세 지역의 공통점은 공단이 많아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또 이들 지역은 수년 전부터 외국인 범죄가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급증한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경찰이 용의자를 쉽게 파악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범인이 외국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주고 있다. 지난 2004년 10월 27일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여대생 노모양 살인사건도 불체자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점이 바로 화성의 와우리 공단 주변이기 때문이다. 와우리 공단 역시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이에 화성, 안산, 안성을 차례로 찾아 이 지역 경찰관계자와 주민들의 말을 직접 들어 보았다.



지난 5월 8일 경기도 안산시 사사동 구반월사거리 인근 야산에서 화성연쇄실종사건의 두번째 피해자인 노래방 도우미 박모(37)씨가 암매장된 채 알몸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경찰 수사는 새 국면을 맞는 듯 보였다.

당시 경찰은 시신 부검을 통해 새로운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신의 보존상태가 나빠 DNA를 대조할 수 있는 타액 검출에 실패하는 등 사건 해결을 위한 추가 소득을 얻을 수는 없었다.

또 암매장 지점 주변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추정할 만한 유류품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추가 시신 발굴을 위해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추가 시신 발굴에 실패해 실종자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 놈’의 완전범죄 시나리오

경찰이 화성연쇄실종사건이 미궁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용의자를 추려낼 수 있는 결정적인 물증과 단서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용의자의 것으로 판단되는 체모나 체액 또는 지문이라도 발견돼야 수사의 발판이 마련되겠지만 그런 것이 전혀 없다.

경찰은 박씨의 시신 부검이 끝난 후 “부검 결과 교살됐다는 것 외에는 특별하게 밝혀낸 사실이 없다”며 “시신은 부패가 심하고 산짐승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지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이며 수사망을 좁히려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화성, 안산 지역의 일부 베테랑 형사들을 비롯, 주민들 사이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른바 불체자들의 범행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화성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이 근방은 공단이 많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이다”라며 “이 때문에 해마다 이들에 의한 범죄율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사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데 있어서 외국인노동자들도 용의선상에 올려 두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단서가 드러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추측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개인적으로는 외국인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모든 실종여성들이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보고 내국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4명 정도의 공범이 움직였다면 여성이 저항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산단원경찰서의 관계자도 비슷한 견해를 내 놓았다.

이 관계자는 “시신이 발견된 형태나 부녀자들이 범행대상인 점으로 미루어 성욕 해소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범인이 움직인 동선을 대략 파악해 보건대 외국인 노동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 부녀자실종사건은 외국인노동자의 소행”

화성과 안산의 주민들은 외국인노동자들 범죄 가운데 특히 성 범죄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술집과 집창촌을 안방 드나들듯 이용하는 것은 물론, 4~6명이 떼 지어 다니며 늦은 시간 귀가하는 부녀자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특히 안산 주민들은 화성연쇄실종사건의 피해자 시신이 안산지역에서 나온데 대해 외국인 노동자의 소행이 거의 확실하다 보고 있었다. 강력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도 허술할 뿐만 아니라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기에는 최고의 조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현재 외국인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외국인의 소행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성 봉담리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들이야 말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사실 여자들이 실종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한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나돌았다”며 “사실 2년 전쯤에도 밤에 이 근방에 사는 40대 여성 2명이 산책하다 외국인 노동자 4명에게 강간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은 범인을 여태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
다.

화성 동화리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46)씨는“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이사를 가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밤에는 그 사람들 때문에 무서워서 나다니지도 못할 지경이다”라며 “이곳뿐 아니라 안산, 안성, 의정부, 인천 등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지르는 범죄 때문에 거의 무법천지
화 되어버린 곳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화성의 밤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빼앗긴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김씨는 “뉴스나 신문에 잘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이 근방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한 각종 사건이 거의 매일같이 터진다”며 “강도 강간은 말 할 것도 없고 절도와 폭행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진다. 이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밤에는 집안에서 꼼짝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안산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안산 원곡동의 코시안타운이라는 동네에 가서 그곳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한 범죄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여자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극에 달한 상태”라고 혀를 찼다.

또 주민들은 이런 외국인 범죄에 대해 경찰이 무성의하고 안일하게 대처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고를 해도 오히려 짜증을 내기 일쑤고 출동하는데만 30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지만 확인결과 코시안타운이 있는 원곡동 지구대의 관계자는 코시안타운이 무엇을 말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또 외국인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처리하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조차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사건처리의 미숙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편 경찰은 이들에 대한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강력사건을 저질러도 불체자의 경우 신원이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에 용의자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찰에 덜미를 잡힌다 하더라도 살인 등 심각한 사안이 아닐 경우 외국인이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화성경찰서 관계자는 “불체자의 경우 현장에 흔적을 남겼다 하더라도 현장검거가 아닌 이상 잡기가 힘들다”며 “신원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다음날 출국해 버리면 도저히 알아낼 방법이 없다.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산 코시안타운 주민이 특별 순찰

밤늦은 시간, 안산 원곡동의 코시안타운을 찾아가 보았다. 코시안타운은 코리아와 아시안의 합성어로 이곳에는 각국에서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살고 있다.

석가탄신일인 지난 5월 24일 저녁 10시 20분경 비가 내리고 있어서인지 거리는 다소 한산해 보였다. 하지만 술집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코시안타운 인근에 거주하는 원곡동 주민 이모(여·42)씨는 “밤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려다니는데, 성인인 나도 무서워 밤에는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성폭행 사건을 자주 만드는 건 사실이다. 특히 초·중교에 재학 중인 어린여자애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자주 발생해 주민들이 특별순찰활동을 벌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이씨는 “시흥공단 쪽에서도 이런 성폭행 사건이 많다고 들었다”며 “이들은 13살 어린 여자애들도 무차별로 강간한다. 실제로 바로 우리 옆 동네 아무개는 중학교 1학년짜리 여자애가 외국인 노동자들한테 강간당해서 이사가버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성과 안산경찰서 관계자들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

안산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한 범죄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로 술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성폭행 관련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화성경찰서의 관계자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범죄가 늘어나서 우리(경찰)도 골치가 아프다”며 “외국인이기 때문에 사건처리도 쉽지 않고 수사도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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