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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회 발언’ ‘대통령-박태규 건’ 등 민감한 소송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야당 최대 저격수로 통하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72.3선) 의원이 4개 송사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직계 가족 그리고 청와대 측근까지 연루돼 하나같이 민감한 송사로 재판에서 질 경우 형사처벌도 면치 못할 전망이다.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 재판에서 박 의원 측 핵심 증인이 ‘대가성 진술’이라는 검찰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또한 KMDC 이영수 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건 역시 정치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같은 당 동료이자 후배 의원과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공산이 높아 자칫 망신살이 뻗칠 수도 있게 됐다. 연이은 송사로 까맣게 속 타는 박 의원의 속사정을 알아봤다.

2003년 현대 비자금 의혹 사건으로 시작해 12년간 검찰과 질긴 악연을 이어가고 있는 박지원 의원이 검찰로부터 5번째 기소를 당했다. 과거에는 금품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여러번 받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부터 여권 실세들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명예훼손 관련 소송인 만큼 감옥에 갈 정도의 중대한 사안은 아니지만 정치적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 의원은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검찰 12년간 질긴 악연 5번째 기소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저축은행 금품 수수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핵심 증인이 ‘대가성 진술’을 한 정황이 검찰로부터 제기돼 2심 판결에서 선고가 뒤바뀔 수 있는 처지에 몰렸다. 검찰은 박 의원이 무죄를 받는 데 결정적인 증언을 한 전직 경찰간부 한모씨가 지난해 5월 증인출석 전에 박 의원에게 “보석으로 석방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사실이 항소심 법정에서 공개했다.

총 8000만 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의원의 공소사실에는 2010년 6월 전남 목포시 선거사무실에서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포함돼 있다. 박 의원은 2012년 7월 검찰 수사 당시 “오씨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전남지방경찰청 과장이었던 한씨가 동석했다”고 주장했고 한씨는 2013년 5월 법정에서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 나도 있었다”며 “오씨는 빈손이었고 금품도 주고받지 않았다”고 증언해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9월16일 박 의원 항소심 공판에서 새롭게 지난해 4~5월에 구치소 접견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는 함바 비리사건으로 구속된 한씨가 부인 김씨와 지인에게 “여의도에 가서 답을 받아서 나한테 오라고 해라. 서00한테”, “서변이 왔다가야 한다. 조율할 것이 있다”, “서변에게 전화해 형님한테 결심을 받고 오라 그러면 알아”라고 말했다.

한씨가 언급한 서변은 박 의원과 친분이 깊은 변호사를 지칭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 의원 측이 한씨의 보석 석방을 도와주는 대가로 박 의원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것으로 의심이 든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한씨는 같은 해 5월21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검찰은 한씨의 아내 김씨가 “시숙님(박 의원)에게 문자와 전화를 했다”고 말한 내용도 공개했다. 이에 박 의원은 “김씨와 친분이 있어 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했다”면서 “단순한 연락이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에 한씨를 검찰 측 증인으로 채택한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검찰은 박 의원은 올해 6월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청와대 비선라인인 ‘만만회(이재만, 박지만, 정윤회의 줄임말)의 국정농간’ 의혹을 제기해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지만씨와 최태민 목사 사위였던 정윤회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문창극 전 총리후보가 낙마했을 때 새누리당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추천한 게 아니니 책임이 없다’는 말이 나와 비선라인 얘기가 나오던 중 만만회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만만회가 누구인지 말한 적 없는데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박지만씨 정윤회씨와도 싸움

이와는 별도로 박 의원은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과 저축은행 로비스트 접촉설’을 제기해 명예훼손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박 의원은 2012년 4월8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막역하게 만났다”고 말한 게 빌미를 제공했다.

또한 같은해 5월18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이 박씨를 수차례 만났는데 이 만남이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발언해 각각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박 대통령과 박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이에 대해서 박 의원은 언론을 통해 “이미 언론에 많이 나온 얘기였고 믿을 만한 고위인사가 나에게 확인해준 사실”이라며 “당시 야당 원내대표로서 공익 위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의원이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된 게 자원외교 관련 에너지개발 업체인 이영수 KMDC회장과 소송사건이다. 2011년 7월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에 박 의원이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간사인 우제창 의원을 통해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의 불법자금 24억 원 한나라당 전당대회 유입설을 퍼뜨려 이 회장과 홍준표 전 당대표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같은 해 7월 초순 우 의원에게 “신삼길 회장이 2007년 대선 당시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끌던 이 회장을 통해 24억 원을 홍 전 대표에게 전달해 2010년,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사용했다는 제보를 받았는데 파헤쳐보라”고 제안했다. 이에 우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영수 대표가 신삼길 회장에게서 불법자금 24억 원을 받아 한나라당 7.4 전당대회 때 특정 고위관계자에게 전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작년 중순 이 회장은 우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같은해 11월에는 박 의원을 명예훼손죄(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교사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이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언론을 통해 “우 의원이 당시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니 ‘이런 게 있으니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 적은 있는 것 같다”며 “이후 우 의원 측 변호사가 ‘박지원 원내대표가 의원회관으로 불러 폭로를 지시했다’고 주장하긴 했으나 사실이 아니며 우 의원 또한 이에 대해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영수 “박 정치인생 끝날 수도…”

하지만 이 회장의 주장은 박 의원과 달랐다. 이 회장은 25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이미 박 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우 의원이 거짓말은 아니고...’라고 인정했다”며 “또 안대희 총리 후보 시절 낙마시킨 앙금으로 자신을 고소했다는 말 역시 고소한 시점보다 청문회 시점이 훨씬 뒤”라고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히려 이 회장은 향후 재판에서 우제창 전 의원과 박 의원 간 진실 공방으로 변질될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재판에서 박 의원이 시켜서 했다고 진술한 우 전 의원은 진술을 번복할 경우 위증죄에 해당하고 인정할 경우 박 의원은 처벌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동료 선후배지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경우 박 의원이 망신을 당할 공산이 높고 자칫 정치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 전 의원과는 올해 초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박 의원과는 소송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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