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일탈’로 싸우는 부부들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추석이 지났지만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고된 음식 준비와 친척들 간 신경전은 그렇다 쳐도 남자들끼리 술 먹고 노래방 도우미와 놀아나거나 심지어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들통 나 부부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혼까지 생각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남자들끼리 쉬쉬해도 카드내역 등을 의심한 아내가 이를 추궁하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명절을 대목으로 노리는 각종 유흥가들의 적극적인 영업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명절 연휴동안 각종 유흥업소들도 문을 닫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명절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고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물론이고 혼자 사는 사람도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 내려가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다 유흥가를 전전하는 경우도 생겼다. 설사 지방에 갔다고 하더라도 ‘지방 아가씨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노래방에 가기도 한다.

물론 처음에는 노래만 부르기 위해 가겠지만 술과 노래가 있으면 여자가 그립고, 옆에 여자가 있으니 만지고 싶은 것이 일반적인 남자들의 심리다. 그러다 보니 점점 상황은 심각해지고 결국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난 추석 연휴에 친척과 노래방에 가서 도우미를 불렀다가 아내에게 들켰다는 김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명절에 다 그렇듯 처음에는 가볍게 한잔으로 시작하지 않나.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척들과 몇잔씩 마시다 보면 유흥을 더 즐기고 싶고 자연스럽게 노래방으로 향하게 된다. 문제는 아내가 동네의 모든 노래방을 다 뒤지고 다녔다는 것이다. 시골에 노래방이 몇개나 있겠는가. 많아봐야 4~5개다. 결국 아내는 나를 찾아냈고 도우미 아가씨와 포옹하며 춤추는 현장을 딱 들키고 말았다. 나도 잘한 건 아니지만 명절에 그렇게까지 해야했나 싶다.”

이런 경우에는 ‘괘씸죄’까지 추가된다. 아내는 힘들게 시댁에서 일을 하는데, 남편이라는 작자는 다른 여자와 키스하고 춤을 췄다고 했을 때 열 받지 않을 아내는 없다. 결국 명절 연휴 이러한 사건은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발전한다. 실제 명절 직후에 각종 이유로 이혼을 신청하는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또 다른 한 남성은 다른 지역 안마시술소에서 사용한 카드내역이 걸려 아내와 심하게 다퉜다. 그는 평소 안마시술소 등 성매매 업소를 자주 다녔지만 현금을 사용하며 아내를 속여왔다. 하지만 이번 명절에는 준비한 현금을 모두 친척 자녀들에게 주다보니 수중에 돈이 없었고 결국 카드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지방이라고 해서 딱히 여자들이 다르겠냐만은 그래도 남자의 호기심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색다른 여자와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내에게는 장시간 운전하느라 피곤해서 안마를 받았다고 둘러댈 생각이었지만 아내는 이미 그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내가 어쩜 명절에 그럴 수가 있냐며 이혼을 요구하고 있지만 나는 반성하며 매달리고 있다. 이혼까지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하는 아내, 매춘하는 남편

이같은 남편들의 ‘명절 일탈’을 보는 아내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썩어들어간다. 다른 때도 아니고 명절 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니 여자로서 무시를 받았다는 생각에 이혼까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 부끄러워서 어디 말도 못하겠다. 명절 때도 그런 짓을 벌였다면 평소에는 대체 어떤 짓을 하고 돌아다닌다는 말인가. 그간에도 오해와 다툼이 있었기는 해도 내가 괜한 오해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남편의 실체를 깨닫게 됐다. 앞으로 같이 살 일은 없을 거다.”

그런가 하면 친척들과 지내기 싫다며 해외여행을 가는 남자들도 있다. 문제는 아내는 집에 두고 자기들끼리만 여행을 가는 경우다. 아내에게는 ‘나 없이 푹 쉬라’고 말하고 떠나지만 해외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처음에 아내들은 대부분 이런 휴가를 반긴다. 시댁에 적당한 핑계도 대주고 휴일 내내 밥상 차려야할 일도 없으니 말 그대로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여기에 감춰진 남자들의 속내를 간파하지 못하는 게 불행의 시작이다. 남편들은 동남아 등 가까운 곳에서 질펀한 섹스관광을 즐기다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범죄란 쉽지 않다. 특히 매일 살을 맞대며 한 집에 사는 여성들의 육감은 여간해서 틀리지 않다. 특히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라면 성병까지 옮아올 수 있어 이른바 ‘2차 피해’까지 번질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당해본 아내라면 이제는 남편이 혼자 여행을 가겠다고만 해도 의심의 레이더가 작동한다.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번 명절에 남편이 친구들과 베트남에 간다고 했다. 나도 혼자 편안하게 쉴 생각에 그냥 다녀오라고 했는데 가서 무슨 짓을 했는지 돈도 많이 썼고 카드 내역에도 이상한 영어들이 적혀있더라. 레이디(LADY)나 핫(HOT)이라는 들어가는 곳도 많았다. 그런 경우라면 당연히 여자들이 있는 술집 아닌가? 일반적인 업소명에 잘 쓰지 않는 이름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같다. 남편을 추궁했더니 결국 직장동료 한명과 여자가 있는 술집에 갔다고 했다. 물론 섹스는 하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하더라. 하지만 여자 있는 동남아 술집에서 성매매를 하지 않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여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이번 일로 남편에게 크게 실망했다.”

이러한 남자들의 명절 일탈에 대해 같은 남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솔직히 남자라면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오랜 만에 좀 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들뜨는 것이다. 물론 고향에도 가야 하고 친척들도 만나겠지만 그런 게 뭐가 힘들겠나. 그저 아내들이 힘들 뿐이지. 남자들은 말 그대로 연휴를 즐길 수 있고 그 풀어진 과정에서 일탈까지 즐기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번 걸리면 상황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세상 뭐든 타이밍이 중요하지 않은가. 좋은 것을 해야 하는 타이밍도 있지만 꼭 하지 말아야할 타이밍도 있는 법이다. 명절 성매매는 최악 가운데에서도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본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럴 때 만큼은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40대 직장인 남성)

명절은 말 그대로 풍성하고 즐거운 연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고된 가사 노동과 오랜 운전시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듯 잘못된 일탈의 심정으로 스트레스를 풀려다 보면 적지 않은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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