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여대생 이윤희 어디로? ->

지난 2006년 6월 6일 전북 전주에서 전북대학교 수의학과에 재학중인 이윤희(당시 29)양의 실종 사건이 사건발생 1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수사는 이렇다 할 단서도 없이 원점을 맴돌고 있다. 실종 당일 이양은 OO주점에서 종강모임을 마치고 원룸 자취집으로 귀가한 뒤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양의 원룸에서 OO주점까지의 거리는 도보로 15분 거리. 이양의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양이 실종 당일 ‘성추행’, ‘112’ 라는 단어를 컴퓨터로 검색한 사실을 밝혀냈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이번 사건에서 유력한 용의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이양을 원룸까지 배웅한 B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으나 결국 혐의점을 잡는데 실패했다. B군에 대한 심증은 다른 어떤 용의자보다 짙었으나 아무런 증거가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양은 당일 누구와 함께 있었으며 어떤 일을 겪었던 것일까.
이양의 부모 등 주변인들의 말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 보았다.



종강모임은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06년 6월 5일 밤 10시경 학교 앞 OO주점에서 있었다. 이날 모임에는 같은 학과 교수를 비롯해 학생 4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은 술자리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인 새벽 2시 15분경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께 모임에 참석한 학과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양이 일어나자 B군도 자리에
서 일어나 따라 나섰다.

경찰진술에서 B군은 이날 이 양을 따라나선 이유에 대해 “밤이 늦었으니 이 양을 원룸까지 바래다주기 위해 같이 술집을 나섰다”고 진술했다.


이양에게 어떤 일이

경찰이 이양의 학과 친구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건 당일 B군은 평소 이양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던 사실이다.

B군은 경찰 진술에서 이양과 술집을 나온 뒤 특별한 이야기 없이 근처 소방서 건너편 주유소까지 함께 걸어갔다고 밝혔다. 주유소 앞에서 이양이 B군에게 그만 가라고 했고, B군은 곧바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발생한다. 집으로 들어간 이양은 새벽 2시 58분경 인터넷에 접속해 ‘성추행’, ‘112’ 등의 단어를 검색했다는 것이다.

또 경찰이 이양의 컴퓨터를 조사한 결과 컴퓨터는 이날 새벽 4시 21분까지 켜져 있었다.

경찰은 이양이 사건당일 입었던 옷가지가 원룸에 없는 것으로 미루어 집으로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곧바로 컴퓨터를 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이양이 집으로 돌아온 시간이 2시 55분경이라 보고 있다. 원룸과 OO주점 사이의 거리가 불과 15분 거리인 점을 감안하면 이양은 오는 길에 어디선가 시간을 지체했다고 볼 수 있다.

도대체 그 공백시간 사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만약 원룸 주변에서 실랑이가 있었거나 원룸 안에서 성폭행 시도가 있었다면 누군가 이 소리를 들었어야 하지만 아무도 이상한 점을 감지하고 있지 않았다. 경찰이 이양의 원룸 이웃과 동네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당시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거나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은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만약 누군가 이양의 방에 침입해 이양을 성폭행하려 했다면 이웃들이 이 소란음을 못 들었을 리 없다”며 “원룸건물이란 것이 대체로 부실하기 때문에 가구간이나 층간의 소음이 쉽게 들린다. 그런데 이날 이상한 소릴 들었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컴퓨터 켠 사람 범인일 수도”

이양의 아버지 이동세씨는 지난 6월 7일 애타는 마음을 달래기 위함인지 전주에 위치한 이 양의 원룸에 머물고 있었다.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씨는 “내 딸 윤희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전북대로 편입했다”며 “참 똑똑하고 예쁜 아이였는데, 이렇게 사라져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또 이씨는 사건 당일 이양의 행적에 대해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윤희는 그날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본다”며 “윤희의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켠 것은 범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윤희의 원룸 대문은 열쇠가 아니라 비밀번호를 눌러서 잠금장치를 여는 방식이다”며 “비밀번호를 알아 낼 수 있는 인물이라면 쉽게 드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증거없어 수사는 맴맴

이씨는 “이번 사건에서 안타까운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며 “내 딸은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사건발생 직후 방 창틀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하지만 관리소홀로 그것이 그만 사라져 버렸다”고 통탄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뿐 아니다. 이 양이 며칠째 학교에 나오지 않아 B군을 포함한 학교 친구들이 경찰과 이양의 원룸으로 들어갔다. 이양이 없는 것을 확인한 경찰과 친구들은 신고 접수를 위해 경찰서로 갔지만 B군은 원룸에 남아 원룸 안을 물걸레로 닦는 등 대청소를 했다는 것이다. 만약 B군이 범인이라면 이는 완벽한 증거인멸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B군은 윤희가 키우고 있던 강아지의 배설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등 방 안이 매우 불결한 상태여서 청소를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하지만 주인 없는 방에 혼자 남아 청소를 했다는 것은 순수한 의도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경찰은 B씨를 포함한 학과교수 등 용의선상에 오른 이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다. 몸에 손톱에 의한 상처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나체조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거짓말 탐지기도 동원해 진술에 대한 진실성을 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용의자들로부터 증거나 단서를 잡는데 실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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