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숙자 전의원 언론인 변신 >>

변신을 거듭하는 데에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주변 환경이 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직업을 ‘완전히’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갖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교육자에서 국회의원으로, 그리고 또다시 언론인으로 ‘전직’한 사람이 있다. 16대 국회의원이었던 강숙자(62) 세계일보 부산본부장이 바로 그 주인공. 국회의원시절 막강한 재력으로 ‘금배지’를 샀다는 비난을 들었던 강 본부장은 최근 세계일보 부산본부장으로 취임해 이목을 끌고 있다. 17대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세인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던 강 본부장. 어느 날 문득 언론인으로 컴백하면서 정치권과 언론계에선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정계를 떠났던 강 본부장이 최근 새롭게 변신했다. 지난 6월8일 통일교계 언론인 세계일보 부산광역시 본부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이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행사에 자주 얼굴을 비쳤던 것으로 알려진 그가 통일교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세계일보와 연을 맺자,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강 본부장은 거액의 공천헌금으로 금배지를 단 전력이 있다. 2000년 총선 당시 30억원 대의 공천헌금을 내고 민국당의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았던 것.

아울러 강 본부장은 상당한 재력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편인 김모씨도 부산에서 손꼽히는 성형외과 병원을 운영하며 재력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부산 지역 일각에서는 강 본부장의 ‘갑작스런’ 재산 형성 과정을 놓고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6대 의원의 첫 재산 등록 때 강 본부장이 신고한 재산은 69억 1600만원이었다. 재산 신고액만 놓고 보면 의원들 가운데 랭킹 7위를 차지할 정도. 그의 재산 대부분은 부산 일대의 부동산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 본부장의 정계진출이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그의 잠재해 있던 정치력이 뒷받침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부산시 교육위원회 2기 의장 선거를 계기로 지역사회로부터 이미 주목받기 시작했다. 의장 선거전 초반에는 압도적인 열세였으나, 뒷심을 발휘해서 상대 후보를 단 한 표 차로 제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당시 선거전을 지켜봤던 한 인사는 “한 표를 행사하게 될 교육위원들을 맨투맨 식으로 접촉하며 끈질기게 달라붙었다”면서 “부산시내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도 빠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강 본부장만의 ‘특유의 정치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그의 정치적인 성향이 작용한 것일까. 세계일보 부산본부장이라는 타이틀은 다소 의외라는 게 주변의 반응이다.

이에 대해 강 본부장은 지난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밝고 희망적인 언론을 만들고, 자아실현을 위해 언론인의 길을 택했다”면서 “앞으로 꾸준히 도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 강숙자 세계일보 부산 본부장
“돈으로 살만큼 대단한 직위 아니다”

- 세계일보 부산본부장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평소 평화대사로 활동하다보니, 평화사상아카데미에 관심이 많았다. 평화사상아카데미는 세계일보 남북평화연구소가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한 리더십을 배양하고 지구촌 시대에 걸맞은 시민의식을 드높이고자 개설한 강좌다. 이에 세계일보 행사에 자주 참석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연을 맺게 된 것이다.

- 어떤 일을 하게 되나.
▲ 세계일보 부산본부의 총괄적인 업무를 맡는다. 교육, 미담,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관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각종 행사는 물론 평화대사 모임, 시민단체 모임 등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취임 이래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무척 바쁘다.

- 통일교관련행사를 전담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 사실무근이다. 통일교 재단의 언론사에서 하는 행사에 관심 있는 것이지, 통일교와는 아무 상관없다.

- 이번에도 ‘돈으로 직위를 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말도 안 된다. 이 자리가 돈으로 살만큼 대단하고 명예로운 직위도 아니고, 단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에 몸담은 것뿐이다. 지난 일은 지난 일로만 봐 달라.

- 언론인으로서 어떤 포부를 갖고 있나.
▲ 사실 과거 여러 의혹에 시달리면서 언론에 서운한 점이 많았다. 언론의 부풀리기로 인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언론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언론의 이같은 횡포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밝고 희망적이고 건강한 언론인이 되겠다.

- 향후 계획은.
▲ 워낙 도전을 좋아하고 성취욕을 즐기기 때문에 정치권이 아닌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 조만간 ‘의원 시절 비하인드 스토리’ 내지 ‘재미있는 경험담’ 등의 내용으로 책도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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