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그룹 → 당권, 측근의원 → 대권 엇갈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친노 현역, 총선 ‘패배’시 대권 물 건너가 ‘반대’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참모그룹과 친노 국회의원 그룹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2012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 가족회의에서 ‘불출마’ 입장을 밝혔지만 참모들과 측근 그룹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대선에 나선 것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단독]문재인 대선 불출마 선언 가족회의서 논의.지령 939호) 이번에는 당권과 대권 사이에 참모와 국회의원 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당권 도전을 종용하는 그룹은 참모그룹으로 정치에 꿈이 있는 그룹들이다. 반면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그룹은 당권·대권 동시 도전은 무리라는 입장으로 대권 도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 의원 본인의 의사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2012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참모그룹과 측근그룹의 당권.대권 도전 사이에 문 의원이 꼭두각시로 전락했다는 평마저 나오고 있다.

2012년 대선 주자로서 패배한 이후 잠행을 거듭하며 어쩌다 ‘한마디 정치’, ‘트윗 정치’를 하며 대중들과 소통했던 그였다. 문 의원을 아는 사람들이 ‘애초부터 정치할 마음이 없었다’, ‘담백한 성정으로 정치와는 맞지 않는다’고 평가해 대선 직후에는 문 의원의 원내 입성이나 당권·대권 도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하지만 2012년 4월 부산지역 총선에서 당선돼 원내 진출하면서 조금씩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초 문재인 측에서는 ‘이제 정치를 알았다.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말을 흘리면서 대권 재수를 할 것이라고 말도 돌았다. 4.16 세월호 참사는 잠자고 있던 문 의원을 깨우는 단초가 됐다. 게다가 7.30재보선에서 야당의 대패로 비주류 대표인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물러난 것은 본격적인 문재인 등장을 예고했다. 결국 문 의원은 세월호 정국에 유가족과 동반 단식을 하면서 본격적인 정치 재개를 도모했다.

박영선 전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각’을 세우고 문희상 비대위체제에 위원으로 들어간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당해체론’주장에 ‘당 혁신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노무현 대통령 기념심포지엄에서 일성은 사실상 당권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문 의원의 발빠른 행보에 맞춰 참모그룹들은 지난 대선 때 활동했던 조직들을 재정비하고 나섰고 민주캠프, 시민캠프 별 카카오톡방을 개설해 본격적인 세불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당권·대권 도전에 관해선 일체 함구한 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 패배 그리고 지방선거에 이어 재보선까지 연이은 패배에 ‘나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존 발언이 무색할 정도다.

文, 트윗정치->한마디 정치->호통정치로 진화

야권에서는 문 의원의 성품과 달리 강경한 태도에 대해서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인간 문재인’에 대해서 호평을 하고 있지만 ‘친노 정치인’으로서는 야권 지지세력으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는 게 그동안 선거 결과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친노를 ‘폐족’이라고 평할 정도였다.

그런 문 의원이 ‘180도’ 변해서 당권과 대권 도전설이 동시에 나오는 배경에 문 의원의 핵심 참모 그룹들이 지목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대선 때 민주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문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3인방을 야당에서는 꼽고 있다. 문 의원과 청와대에 함께 근무했고 노무현 재단에서도 같이 활동할 정도로 문 의원의 핵심 참모들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설 당시 양정철, 이호철 두 인사는 전해철 의원과 함께 ‘3철’로 불리며 캠프를 좌지우지했다가 ‘측근정치’, ‘문고리 정치’라는 비판을 받고 캠프에서 빠지기도 했다. 이런 3인방이 다시 뭉쳐 ‘문재인 당 대표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야당 한 관계자는 “문 의원실에 윤건영 보좌관이 카톡방을 개설해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 역시 문 의원과 사전에 교감했다기보다는 이들 측근그룹들이 먼저 선수를 쳐 움직이는 것”이라며 “주군이 당권을 잡아야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어 참모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문 의원이 스스로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 입장을 보이기에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대선 패배에 대한 당내 후유증이 여전한 데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물러나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문 의원이 나서는 것은 너무 속보이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주류인 박영선 전 원내대표까지 물러나는 데 친노 강경파가 한몫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당 대표 출마는 ‘차기 총선에서 측근 챙기기용’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문고리 정치’ 대선캠프 잘린 ‘3철’ 활동 재개

그러나 이들 참모그룹들은 “당의 구심점을 잡아야 할 인물은 대중성과 인지도를 갖춘 문재인 의원이 적격이다”부터 한발 더 나아가, “2016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선에 재도전해야 한다”고 문 의원의 당권 도전을 강력하게 설득하고 있다.

비주류 야당 당직자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자 꼬리가 몸통을 잡고 뒤흔드는 꼴”이라며 “사실상 정치에 나서려는 참모들이 주군이 당 대표가 돼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욕심 아니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이 인사는 “차라리 당권에 나오려면 대권 불출마 선언을 하고 나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는 별도로 부산 지역구 민심도 흉흉하다는 점도 참모그룹들이 당권 도전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지역구인 사상에서조차 박 대통령에게 득표율이 밀렸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구청장을 비롯해 시·구의원이 전패했다. 20대 총선 승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또한 부산 출신의 비례대표 친노 배재정 의원의 행보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배 의원은 올해 부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그 장소가 문 의원의 지역구인 사상이었다. 최근 폭우로 부산이 물난리가 났을 때도 서둘러 부산에 내려가 현장을 챙겼다. 결국 문 의원이 그나마 당 대표에 나서야 총선에 출마하기에 모양새가 낫고 ‘비례대표’로 남을 수도 있는 데다 자연스럽게 고향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줄 수도 있게 된다. 한 마디로 참모 그룹 입장에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당권 도전인 셈이다.

한편 참모 그룹들의 입장과는 달리 친노 국회의원들은 입장은 문 의원이 ‘대권 재도전’에 정치일정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주장은 문 의원이 조기 등판할 경우 대권 주자로서 상처가 날 공산이 높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자칫 2016년 20대 총선에서 패할 경우 입을 정치적 상처가 크고 2017년 대선 도전은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당 대표는 친노 대리인이 맞고 문 의원은 대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2년 대선출마, 가족반대 참모들 때문에...

관건은 문 의원의 결심이다. 현재까지 보이는 강경발언을 보면 ‘당권 도전’쪽으로 가면서 대권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과정에서도 대선 출마에 고심을 거듭하다 가족회의까지 열어 ‘불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하지만 <일요서울> ‘문재인 대선불출마 선언 가족회의서 논의’ 보도 이후 참모그룹과 측근그룹들이 대거 문 의원을 찾아가 대권 출마를 설득했고 ‘사람’좋은 문 의원은 결국 참모 그룹들의 끈질긴 구애에 무릎을 꿇고 출마했지만 대선에서 패배했다. 당시 문재인 딸은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가 문재인 대선출정식 행사에 나올 것을 부탁해 오자 “전 아버지 출마도 개인적으로 반대고 저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은 더욱 싫다”고 밝힌바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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