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대학의 신입생 수시 모집 광고 경쟁이 가열되어 가고 있어 우려된다. 신입생 모집 기간이 되면 매일 대학의 학생모집 광고가 일간 신문 광고지면을 대문짝만하게 장식한다. 한 면의 전부를 차지하거나 절반 또는 4분의1을 점유하며 여러 차례 낸다. 어느 대학은 주요 일간지에 돌출 광고를 매일 내다시피 한다. 대학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경쟁적으로 광고한다. 대학의 광고는 기업의 얄팍한 상품 광고 문구를 연상케 한다. 광고 문안중에는 ‘대한민국 유일 취업률 5년 연속 1위’ ‘이노베이션의 맛을 즐겨라’ 등 상품 광고처럼 야하게 튄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대학은 학생모집 광고를 신문 광고란에 조그맣게 실었다. 기껏해야 한 지면의 8분의1 정도로 그쳤다. 내용도 모집 학과와 장학금 혜택 정도뿐이었다. 지금처럼 상품광고 같은 전면 광고는 없었다. 대학의 신입생 모집 광고는 반교육적이고 소모적으로 전락했다. 대학의 품위를 잃고 재정의 출혈을 강요하는 광고 경쟁은 자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은 광고비로 쏟아붓는 그 많은 돈을 대학 내실 다지기를 위해 써야 한다. 1회 당 수천만원 또는 수백만원씩하는 광고비를 대학 연구시설, 수업 환경, 교수 연구비, 학생 장학금 등으로 돌려야 한다. 대학의 우선 순위는 우수한 연구시설, 훌륭한 교수진, 여유로운 학생 장학금 등을 확보하는 데 있다. 그러나 대학은 요즘 광고비로 너무 많은 교비를 축낸다. 그 돈은 대부분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온다.

물론 대학 측은 고교졸업생 감소로 대학들 사이에 학생 유치 경쟁이 치열한 터이므로 광고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학 간의 신입생 광고 경쟁은 도를 넘었다. 마치 기업 경쟁 사간의 출혈 광고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기업의 광고는 판매를 촉진한다는 데서 투자한 만큼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 광고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 지원생들은 이미 대학의 평판을 숙지하고 있는 터이므로 튀는 광고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광고는 대학 인지도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과도한 광고는 교육 내실화에 역행하고 대학 재정을 병들게 할 따름이다.

대학의 과잉 광고는 단지 교비를 탕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허위·과장 광고로 일탈한다. 한 2년제 대학 홈페이지에는 화려한 광고가 떴다. 우리대학에서는 ‘취업 걱정이 없습니다. 지역 최고의 취업 중심 대학으로 우뚝 서 있습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학의 작년 취업률은 고작 46.5% 였고 올 해는 48.1%였다. 영락없이 부실 기업의 허위 광고를 닮았다.

또 어느 대학은 홈페이지에 ‘세계 50여개 대학과 학사 교류’를 실시한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실제 이 대학이 작년 교류한 대학은 단 2개 국가에 두 개 대학뿐이었다. 또 다른 대학은 국내외 학술지에 교수 1인당 4.36 편의 논문을 실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개재된 논문은 교수 1인당 1.6편에 불과했다. 진리를 탐구하는 교육기관이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이다.

허위·과장 광고로 교육부의 시정 조치를 받은 대학은 198개 4년제 대학 중 무려 85개교에 달한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부실 기업의 허위·과장 상품 광고가 소비자를 속이는 것과 같이 부실 대학의 허위·과장 광고도 학생을 속이는 것이다. 학생들을 속여 모집한 대학이 반듯한 교육을 제대로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허위 광고와 대학 재정을 축내는 과잉 광고는 중단해야 한다.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137개 2년제 대학의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자율 규제에 나서야 한다. 교육부에도 책임이 있다. 대학의 최대 신입생 유치 비결은 반교육적이며 교비를 탕진하는 소모적 과잉 광고에 있지 않다. 그 돈을 아껴 대학의 내실을 다녀 신뢰와 명성을 높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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