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특별 사면 둘러싼 의혹들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재벌 총수 ‘특별 사면론’ 군불 때기에 나선 배경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들이 증폭되고 있다. 대선 당시 내걸었던 ‘대통령의 특별 사면권 제한’까지 파기하면서 총수 특별사면을 강하게 밀어붙이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단 이들은 경제 살리기 차원이라고는 말하지만 ‘정경유착의 구습이 재현됐다’는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 배경이 무엇인지 <일요서울>이 짚어봤다.

“기업 총수 특별 사면을 거론한 것은 기업과 정부 간의 ‘기브 앤 테이크’가 적용되지 않았겠는가.”
재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가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기업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적극 지원하는 대신 일부 기업에 특혜를 주거나 구속된 재벌 총수들의 ‘특별 사면’ 등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정부 이해관계 맞아

청와대는 지난달 2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창조경제 확산의 구심점으로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 지역 내 창업·벤처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 지자체 등 지역별로 창조경제 역량을 결집시키는 것을 병행해 생산·마케팅망 및 기술·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서울-CJ, 울산-현대, 제주-다음, 대구-삼성, 세종, 대전-SK, 부산-롯데, 경남-두산, 인천-한진, 경기-KT, 광주-현대, 전북-효성, 전남-GS, 충북-LG, 충남-한화, 경북-삼성, 강원-네이버 등이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기업이 지역 내 창업·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구체화하고 사업 모델 및 상품 개발, 판로 확보 및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한편 우수 기술을 직접 매입하거나 해당기업의 지분투자 등을 시행함으로써 전 단계에 걸쳐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설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 벤처기업은 대기업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대기업 입장에서도 상생경제에 기여하는 윈-윈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런데 대기업이 투자를 결정한 뒤인 지난달 24일 전후, 갖가지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의 경우가 그렇다. 지난달 2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관련, 이통사·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단말기 보조금을 각각 구분해 공시하는 ‘분리공시’를 시행하려 했지만 삼성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로 인해 타 기업 및 소비자들을 외면, 국제 경제 활동을 이유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법저체 유권 해석 결과에 따라 분리 공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하였고, 법저체에서 분리공시는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로 인해 분리공시를 시행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케이스라면 (기업인들의 사면·가석방을) 차단할 필요는 없지 않나. 지금은 그런 검토를 심도 있게 할 필요가 있다”, “(비리 기업인 사면 등과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긍정적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안다” 등 ‘재벌 총수 특별 사면론’을 거론하면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특별 사면’을 거론했던 인사들은 곤혹스러워했다. 최 부총리는 “일부 언론에서 확대해석해 사면까지 가는 것 아니냐고 보도하는데 정확한 팩트는 황 장관이 가석방 문제 언급하시고 무차별이 아니고 요건이 될 경우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말”이라고 해명했다.

갖가지 로비설 파다

그럼에도 정재계 일각에선 특별사면을 놓고 여전히 의혹에 찬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형기 3분의 1이상을 복역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이재현 CJ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이 우선적인 ‘특별사면’ 대상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비설’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다. B기업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인사를 앞세워 사장 구명 로비에 나서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재계 안팎에서는 B기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C씨가 MB정부에서 한 자리를 꿰찼던 D 인사와 수시로 만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까닭에 B기업 사장으로 채용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구명 로비 차원에서 이른바 ‘B기업 자회사 사장 내정설’이 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감형 등을 위해 B기업 C씨는 친분이 두터운 D와 수시로 만나며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특히 D는 B회장 집무실, 강남 유명 술집 등에서 C씨와 자주 만나고 있다”며 “이러한 얘기는 D씨가 사석에서 일부 인사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퍼졌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사자 “사실무근”

그러나 해당 인사들은 이러한 소문에 대해 일축했다. B기업 측은 D씨의 사장 내정설에 대해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것은 사실이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그 인사가 박근혜 정부에서 무슨 힘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당사자들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재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소문을 예의주시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라는 속담처럼 언제 어디서 연기가 피어오를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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