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경협 프로젝트 ‘대박론’본격 추진 임박…

박근혜 대통령, 세계 주요국 정상들과 외교 공감대
리수용 외무상 러 방문…북-러 정상회담 추진설

▲ <뉴시스>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국제적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한 듯이 동시에 외교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북한은 남한에 국빈이 방문하거나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갈 때마다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일부에서는 남한의 움직임에 발맞춘 행보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은 박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참석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각국 정상과 회담을 가진 직후인 지난 1일 눈길을 끄는 주장을 내놨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통일론이 자신들에 대한 ‘흡수통일론’이라고 비난하며 남북이 이미 합의한 연방제 통일론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이날 김일성 주석의 연방제 제안 34주년(10월10일)을 앞두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주석은 지난 1980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제6차대회에서 남측에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연방제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을 두고 “머지않은 시점에 남한과 북한이 중대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대한 논의’란 남북한이 통일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이 동북아 지역은 물론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어 향후 청와대의 대북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담화는 “우리 정부가 정권 교체 때마다 각기 다른 흡수통일론을 들고 나온다”면서 박 대통령에 대해 “현 남조선 당국자는 유엔무대에까지 찾아가 우리나라의 통일문제를 도이칠란드의 통일과 억지로 결부시키면서 흡수통일 야망을 공공연히 드러내놓았다”고 비난했다.

또 북한은 담화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해 “조선반도에서 동족대결과 전쟁만을 불러오게 될 ‘흡수통일’을 꿈꾸면서 ‘국제공조’로 반공화국 분위기를 고조시켜보려는 불순한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통일을 바란다면 북과 남이 합의한 통일방식인 연방제 통일방안을 지지해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언급한 남북 합의란 지난 2000년 제1차 정상회담 결과물인 6·15공동선언 제2항에 명시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의 ‘통일방안’을 가리키는 것이다.

담화는 또 “남조선 당국이 만일 진심으로 통일에 관심이 있다면 연방연합제 방식의 통일문제에 관한 민족적 논의에도 응할 수 있는지 자기의 입장부터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방제 통일’ 언급 부쩍 늘어

북한이 최근 들어 각종 성명, 담화를 통해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어 군 수뇌부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북한은 그동안 연방제 통일과 관련된 언급은 있었지만 통일방식을 놓고 남북한이 논의해야한다며 촉구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통일과 관련된 발언을 자제해오다 지난 7월7일 발표한 공화국 정부성명 이후 다시 연방제 통일 방안을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북한은 연방제 통일과 관련해 이 담화에서 “서로 다른 사상과 제도가 존재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겨레의 지향과 요구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면서 연방제 통일을 ‘합리적인 통일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리수용 외무상의 유엔 연설, 지난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을 계기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방제를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의 통일구상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일방안 논의라는 발언을 놓고 다른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향후 남-북 간의 통일논의를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드레스덴 제안은 “남북공동 선언에 거역하는 행위”라며 “북남선언 이행을 한사코 거부하고 외면하는 것은 흡수통일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한 관계자는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흡수통일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 아니다”라며 “비공식적으로 안정적 형태가 보장된다면 연방제 형태의 통일도 고려대상이지만 현재 북한의 핵문제 등 통일논의에 앞서 선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통일 논의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연방제 논의를 다시 끄집어낸 배경이 남측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흡수통일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남측의 명백한 약속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북한이 이처럼 통일논의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양측의 움직임은 별도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눈치다. 더 나아가 남북한이 경제협력과 관련해 초대형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한 핵심 인사 해외순방 잇따라

최근 정치권과 외교가 주변에서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남북한의 핵심 실무자가 제 3국 등에서 극비리에 만나 경제협력을 비롯해 통일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움직임이 그 근거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와 밀접하게 관련된 국가의 정상들과 차례로 만나 한반도 문제를 상의했다. 또 수시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핵심 정상들의 측근들과 접촉해 북한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우리 측이 접촉한 국가의 정상들 또는 핵심인사들과 차례로 만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사라져 여러 추측을 낳고 있는 가운데 북한 핵심 인사의 해외 순방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만남이다.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해 방러 일정을 시작했다. 최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리 외무상은 아랍에미리트(UAE)를 경유해 러시아로 들어갔다.

리 외무상은 러시아에서 10박11일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으로, 이는 외무상 임명 후 한 국가에서 머무른 일정으로는 최장기다. 특히 유엔 총회 참석에 앞서 이미 이란을 방문한 바 있는 등 광폭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리 외무상은 같은 달 1일 오전 11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두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간 정치 대화 활성화와 경제·통상 관계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6자회담 재개에 대해 논의하고 우크라이나 및 이라크의 핵개발 프로그램 문제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이어 모스크바에서 유리 트루트녜프 부총리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 니콜라이 페도로프 농업부 장관,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 등 러시아 정부 인사들을 면담, 경제·군사 협력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일각에선 리 외무상이 이란에 이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이 일종의 ‘반미 공조’를 과시하기 위한 차원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보다 남북한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보고 있다.

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러시아는 주목할 만한 내용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북한과 한국이 참여하는 에너지 분야에서 3국 프로젝트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남한-북한-러시아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이미 상당기간 전부터 추진돼 왔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3국 철도 연결 프로젝트 본격화

지난 1일 경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리 외무상과의 회담을 마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근 러시아 철도를 이용해 북한 나진항에 세워진 국제물류센터를 언급하면서 “나진항 물류센터가 앞으로 러시아, 북한, 한국 3국 참여 하에 시행될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 프로젝트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또한 “3국 철도 연결 프로젝트 실행 합의는 더 나아가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도 북한을 거쳐 러시아 에너지를 한국에 공급할 수 있는 3국의 또 다른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의 긍정적 검토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빠진 대형프로젝트를 위한 3국의 긴밀한 움직임은 이뿐만 아니다.

리 외무상이 러시아를 순방 중인 가운데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대미·대중·대남 관계 경색 상황에서 외교적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분위기여서 그 내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일 리 외무상과 회담 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 등 양국간 고위급 회담에 대한 합의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은 양쪽이 여러 문제에서 어떤 진전을 이룰지, 특정 수준의 접촉을 위한 여건이 어떻게 성숙될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제1비서의 첫 정상회담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북-중 고위급 교류가 사실상 단정되는 등 양국 상층부에 냉기류가 흐르는 상황에서 외교 다변화를 추구하는 북한에게 러시아는 현실과 명분에서 모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들어 북-러 간에는 경제·문화·학술 등 전방위적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북한 채무의 90%를 탕감해주기로 최종 결정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으로 건설한 함경북도 나진항 3호 부두 준공식이 열렸으며, 러시아는 지난달 유엔 세계식량계획의 대북사업에 300만달러(약 30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북한 사회과학원과 러시아 인문과학기금이 공동 연구기관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현지보도도 나왔다.

심지어 최근에는 외교가의 관심을 모은 사건이 있었다. 바로 김정은 제 1비서가 반 총장에 서신을 보낸 것이다. 외교가 주변에서는 김정은 제 1비서가 반 총장에게 북한 방문을 공식 요청했다는 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과 유엔 주변에서는 적극 부인하고 있어 ‘김정은의 서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했던 리 외무상은 지난달 27일 반 총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고 뒤 이어 반 총장 초청설이 불거졌다. 반 총장도 그 동안 “평화롭고 비핵화 된 한반도의 건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방북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기 때문에 초청설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의 스테판 두라직 대변인은 이날 반 총장의 방북설에 관해 관심이 집중되자 ‘근거가 없다’(totally groundless)’는 답변을 우리 외교부에 보내왔다. 외교부 당국자도 “북한이 반 총장에게 보낸 서한은 친서가 아닌 ‘답전’(reply message)”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대변인실 측이 김정은 제 1비서가 반 총장에게 보낸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반 총장의 방북설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반 총장을 먼저 만났고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독대해 남북문제를 극비리에 논의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에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반 총장의 만남, 김정은의 편지, 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그리고 다시 반 총장의 방북 소문 증폭 사이에 조용한 움직임이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반 총장에게 전달된 김 위원장의 친서를 지나치게 확대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엔의 다른 관계자는 “반 총장은 회원국의 건국기념일에 맞춰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9월9일에 맞춰 북한에도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김정은의 친서는 이에 대한 의례적인 답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편지 내용이 의례적이라고 하더라도 작년까지는 반 총장의 축하 메시지에 아무런 응답도 없었던 김 위원장이 올해에는 친서까지 주면서 장관급을 파견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를 가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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