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의원 자질론 심각

돈 주고 받고 파는 공천 사라져야
말 보다 정책 앞세우는 비례대표 키우자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김현 의원, 김광진 의원, 장하나 의원, 이석기 의원, 김재연 의원 이들은 현역 국회의원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점이다. 비례대표는 각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단위의 선거구에 입후보한 후보들에 대한 투표와 별도로 정당지지 투표를 실시해 그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으로 최근 변경됐다. 하지만 일반 국회의원들과 달리 이들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선거운동과 검증과정이 없다보니 자질에 대한 논란이 항상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여야 비례대표 의원으로 총 54명이 당선됐다. 이 중에는 중도하차한 의원도 있고 이를 대신해 새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도 있다. 지난 9월 기준 2년간 재직한 비례대표 의원은 48명으로 알려져 있다.

비례대표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선정한다. 정치인인 기존 국회의원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면서 새로운 정책들을 활발히 발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비례대표는 ‘혁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기존 정당의 이미지와 상반되거나 획기적인 이미지를 가진 후보를 선정함으로써 기존 정당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후보들이 채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정당의 대표나 현역 의원들이 지인을 비례대표로 추천해 후보로 선정되는 게 대부분이다. 이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보은인사용으로 제 식구를 비례대표 자리에 앉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 비례대표를 선정할 때 검증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성이야 후보들의 경력, 직장, 활동내용 등을 살펴보면 검증이 가능하지만 윤리·도덕적 성향과 이념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각종 사건 사고에 이들 비례대표들이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사례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 쉽지 않아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과 달리 4년의 임기가 끝나면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에 큰 뜻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재선을 위해서는 비례대표가 아닌 일반 국회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지역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재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비례대표의 경우 임기 말에는 국회에 있기보다는 재선을 위해 지역구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지역구민들에게 눈도장을 찍어가며 기반을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신’을 강조하는 분위기다보니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에서 재선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새누리당에서는 김을동(서울 송파병) 의원이 18대 때 친박연대 비례대표를 지내다 19대 지역구 의원으로 입성했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18대 비례대표 의원 중 19대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안규백(서울 동대문갑) 의원이 유일할 정도다. 이러다보니 일단 ‘튀고 보자’는 식의 행동을 보이는 비례대표 국회의원들도 많다.

튀는 행동·말로 말 많고 탈 많다

비례대표인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은 지난해 1월 트위터에 새해 소원을 '명박 급사'라고 답해 논란이 됐다. 이를 계기로 김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 올렸던 트위터 글들도 뒤늦게 알려졌다.

취미가 “아이와 놀아주기”라고 한 나경원 당시 서울시장 후보에게는 “알몸으로 벗겨놓고”라는 말을 덧붙여 조롱했고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는 “당신같은 어버이 둔 적 없다”며 욕설을 올리기도 했다.

같은 당 비례대표였던 임수경 의원도 한 탈북자 출신 대학생과 시비가 붙은 자리에서 험한 말을 내뱉은 일이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불거진 이후 대선에 불복한다며 재보궐 선거를 요구한 장하나 의원의 발언 역시 당내에서조차 돌출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비례대표이자 탈북자 출신인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당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광주의 경찰이냐”고 추궁했다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던 현영희 전 의원은 공천헌금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당 지도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공천해야 성공

최근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연루된 김현 의원도 비례대표 출신이다. 김 의원은 옛 새정치국민회의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여성 최초로 춘추관장을 역임했다. 이후 민주당 부대변인을 거쳐 2012년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화려한 경력에 비해 최근 보이는 행보는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김 의원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술자리에 같이 있었던 이유도 재선을 염두에 두고 지역관리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알려졌다.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밀실 공천하다보니 일부 무자격자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고 있다.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와 의견을 담기 위해 시작했던 비례대표제도가 일부 비례대표의원들의 잘못된 행동과 기존 정치세력의 제 식구 감싸기로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당 지도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비례대표 공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얼마나 현실화 될지 알 수 없지만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비례대표 공천은 결국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정치권 내부에서도 비례대표의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는 소리는 이미 나오고 있다.

야당의 한 핵심 당직자도 비례대표 의원들이 너무 강성으로 치닫고 있어 국회 물을 흐린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재선을 위해 너무 튀는 행동을 하다보니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비례대표는 공천 1년 전에 공모해 뽑은 후 훈련을 시켜 토론이나 연설을 통해 검증하고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의원도 있다. 그만큼 비례대표의 자질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인사가 만사인 시대’가 왔다는 점이다. 정책도 정책이지만 인물에 대한 평가가 곧 정당의 평가인 시대다. 옛말에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고 했다. 잘 뽑은 능력있는 비례대표 한 명이 한 정당을 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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