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 톡톡] 학교폭력 관련 분쟁은 聖戰이다
[생활 속 법률 톡톡] 학교폭력 관련 분쟁은 聖戰이다
  • 엄경천 변호사
  • 입력 2014-10-06 11:28
  • 승인 2014.10.06 11:28
  • 호수 1066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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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문제가 심상찮다. 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자살을 하는 사건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학교 폭력은 아무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그 양상은 매우 복잡하다. 일반 성인들 간 폭력사건과 달리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는 게 아니라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학교와 교사가 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가 있다. 이런 복잡한 환경이 학교폭력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반 성인들 사이의 폭력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로 비교적 간명하다. 피해자와 가해자 각자 처해진 상황에 따라 사후 주장은 달라질 수 있어도 사건 당시의 상황에 대해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형사사건화가 되든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든 법적인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비교적 단기간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인들 사이의 폭력사건을 ‘전투’에 비유한다면 학교폭력은 ‘전쟁’에 비유할 수 있다. 원리주의자 내지 확신범의 폭력 ‘성전(聖戰)’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교폭력의 일차 당사자들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지만, 이차적인 당사자는 가해학생의 부모와 피해학생의 부모다. 부모는 기본적으로 제3자다. 일차적인 당사자이자 자녀인 학생을 통해 정보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다. 부모들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기 자식 말만 듣고 서로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갈등이 깊어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감정적인 말이 오가고 애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직접적인 당사자인 학생들은 사건의 진상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피해학생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피해학생이 잘 대처한다면 더 이상 학교폭력이 아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가장 가까이에서 학생들을 접하는 담임, 교감과 교장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어서 학교폭력에 대해 성인들 가운데 잘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이 쉬쉬하는 경우에는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폭력이 드러났을 때 학교의 대처 방법은 어떨까. 학교 입장에서 폭력은 불편한 진실이다. 학교폭력 문제가 드러나면 일반인들은 해당 학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교육청에서도 학교폭력이 이슈화되면 해당 학교에 문제가 있다고 취급한다. 교장이나 교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있고, 퇴직연금 삭감 등 경제적인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교장 입장에서는 조용히 지나가고 싶다. 교장 자신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싶지도 않다. 교장 입장에서는 학교폭력은 여러가지로 불편하다.

이와 같은 상황이다 보니 학교에서는 사건을 축소시키려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겨보기도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기도 한다. 심지어 교사로 하여금 피해학생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병행해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힌 것으로 처리하기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 것으로 처리하려는 경향도 있다. 학교폭력이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일로 축소하려고도 한다.

학교폭력과 그 파급효과는 피해학생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피해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피해학생이 자살하지 않더라도 피해학생이 기해자이기도 하다는 말을 듣게 되면, 피해학생의 부모는 ‘내가 자살을 해서라도 결백을 밝히겠다’는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가해학생의 부모 역시 자신의 아이가 가해자로 낙인찍히고 학생부 기록이 남는 것을 가만두고 볼 수 없다면서 필사적으로 대응한다. 학교폭력이 ‘성전(聖戰)’으로 치닫게 되는 이유다.

혼인 취소하면 가족관계등록부가 깨끗해지나?

“나 다시 돌아갈래” 한 배우가 철로 위에서 다가오는 기차를 향해 소리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가 있다. 사랑은 연필로 써야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는 노래 가사도 있다. 이혼을 하는 많은 부부들은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지금의 남편이나 아내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고, 흠 없고 희망이 있던 처녀·총각시절로 돌아가 조금 더 행복한 삶을 다시 살고 싶을 것이다. 무엇보다 서류(가족관계등록부)에서 이혼이라는 소위 빨간 줄을 지우고, 이혼남·이혼녀라는 낙인에서도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혼인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이혼 외에 혼인의 취소나 무효를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로지 서류(가족관계등록부)상에 혼인의 흔적이 남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혼인취소, 혼인무효를 한다고 해도 서류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혼인 당사자 일방이 서류를 위조해 혼인신고를 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은 경우에는 흔적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혼이라는 것은 일단 혼인이 성립된 후 혼인생활을 유지하다가 일방 또는 쌍방의 잘못으로 인해 파탄에 이른 것이고, 혼인무효나 혼인취소는 혼인과정의 문제로 인해 혼인을 해소하는 것이니 엄밀히 다른 제도다.

특히 강박 등 협박을 당해 혼인신고를 한 사람이라면 이혼이 아니라 혼인취소 판결을 받아둔다면 이혼에 따르는 선입견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혼인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판결을 받아야하고, 재판 과정에 혼인신고를 하게 된 경위 및 혼인 취소에 이르게 된 경위가 낱낱이 밝혀지게 되므로, 피해자는 혼인 취소 판결문 자체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구원이 될 수 있다.

결혼 소식과 동시에 파경을 알리는 어느 가수의 소식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반인과 다르지만 결국 상처받기 쉬운 개인의 사적인 파경소식을 계기로 이혼 외에 혼인취소 내지 혼인무효 제도가 언론에서 환기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특히 증가하는 국제결혼 피해자들은 자신의 혼인이 무효사유인지, 취소사유인지 한 번쯤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엄경천 변호사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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