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정동영 추미애 등 원로 및 전현직 의원 참여
비대위에 목소리 전달했으나 ‘묵살’되자 A의원 ‘격노’
전당대회 룰 규정 지켜본 뒤 ‘거사’가능성 시사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새 원내대표로 범친노 우윤근 의원이 선출됐다. 하지만 그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친노를 견제하던 비노가 비대위에 ‘비노 인사 참여’, ‘원내대표 합의추대’를 요구했지만 무산됐다. 게다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주승용 의원이 사퇴한 후 이종걸 의원으로 단일화를 주도해 친노를 견제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비주류의 패배는 새정치민주연합 존재 여부까지 뿌리째 흔들고 있다. 친노 인사들의 당내 영향력을 실감한 비주류는 ‘이대로는 어렵다’, ‘대선도 물 건너갔다’며 본격적으로 ‘친노 견제’에 나서고 있다.
이런 친노의 ‘반박기류’는 구당구국(救黨救國) 모임이 결성되면서 나타나고 있다. 이 모임에는 정동영 상임고문, 천정배 전 의원 등 당권 도전에 무게 둔 인사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전현직 의원과 원로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으로 ‘친노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친노와 비노간의 당권 경쟁 성격을 띤다고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구당구국 모임을 중심으로 중도, 온건파 성향의 모임과 연대해 ‘신당 창당’까지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가까운 중도, 온건 성향의 원내외 그룹과 비노 성향의 인사들이 주도하는 ‘구당구국 모임’은 지난달 22일 첫 모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에 중립 인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모았고,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정동영 고문, 추미애 의원 등의 비대위원 참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모임의 성격은 범친노 문희상 위원장, 친노 비대위원 정세균, 인재근 의원, 그리고 문재인 의원 등 친노가 전면에 나선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대철 상임고문 등 원로 인사와 추미애, 강창일, 이종걸, 박주선, 최규식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정세균 체제 때부터 “무대-문수 공존 부러워”

‘구당구국 모임'의 좌장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특별법 정국에서 당의 ‘좌클릭'을 걱정하는 원내·외의 목소리가 많았다. 원로부터 초·재선 의원까지 다양한 층에서 우려가 나왔다. 당의 몰락을 막기 위해 중도 노선을 강화하는 결사체가 시급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며 결성 이유를 밝혔다.

이어 “새정치연합이 스스로 개혁해서 신당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가장 바람직하다. 현재 지도부가 개혁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면서도 “변화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외부에서 깃발을 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분당 가능성까지 시사한 셈이다.

아울러 “이대로 가면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질 수밖에 없다”며 “이념적 스펙트럼을 중도와 우파로 확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모임은 당 리모델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해산, 분당의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수시로 자주 만남을 갖고 있으며 향후 어떤 정치행보를 취할지에 대한 교감을 상당히 진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구당구국모임’은 공식명칭이 정해지기 전부터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2년 정세균 체제 당시 쇄신파 인사들이 수시로 연락하고 지냈고, 당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명칭이 정해졌다고 한다. 일부 인사들이 ‘구당구국’이라는 명칭을 거론해 대외적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명칭은 ‘신쇄신연대’라고 한다.

정 고문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비대위에 여러 목소리를 전달했지만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방통행식이다. 이 과정에서 A의원의 경우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세요!’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라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권경쟁자인 김문수 전 지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해 함께 가고 있다. 그런데 야당 비대위는 계파정치에 목을 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노의 일방 통행식 행보로 인해 당내에서조차 공론화되는 것이 ‘분당’이다. 여의도 내에서 농담삼아 던지는 안주거리 주제가 대부분 ‘새정치연합 분당’에 대한 목소리다. 더욱이 친노 성향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비대위원으로 있는 문재인, 정세균 의원 등이 당권주자로 나선다면 10%대로 떨어진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범친노 인사인 우윤근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친노 인사들이 당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구당구국모임이 분당한 뒤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노 견제 맞춤형 모임 분당 시 정의당도 함께?

그런데 이 모임은 당장 분당에 방점을 찍고 있지는 않다. 앞서 말한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한 의사를 전달했지만 묵살됐다. 자기들끼리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좀 더 지켜볼 계획인 것으로 안다”며 “대의원 및 지역위원장 선정, 그리고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냐, 순수집단지도체제냐 등의 여부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이 모임과 연대할 수 있는 대상도 존재한다. 이미 중도·온건 성향 의원들이 중심이 된 ‘콩나물 모임’(콩나물국밥집 회동서 유래)과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등과 연대하거나 세를 불릴 수 있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비노 진영 한 관계자는 “구당구국 모임이 당장은 친노를 견제하고 나아가 친노와 당권경쟁에서 신당 창당으로까지 나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모임은 당내에서 친노의 위력을 실감한 뒤 친노 견제에 1차적 방점을 찍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시 분당으로 가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노 진영 한 관계자는 “지금 새정치연합은 패닉 상태다. ‘친노와 함께 가야 되겠느냐’라는 말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 더욱이 비노 진영에서 당내 절대 다수인 친노를 막기에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의원 등이 나서면 또 다시 친노가 당권을 장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대 공천권을 장악해 비노 인사들을 대거 내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구당구국모임 등에서 친노를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친노 마음대로 당을 운영하려 한다면 비노 진영에서는 분당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19대 공천에서 친노에 의해 배제됐던 인사들인 전직 의원들이 이 모임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고, 이들이 중심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노회찬 유시민 전 의원, 심상정 원내대표 등 정의당과 함께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구당구국모임’이 부상한 것은 비노계의 친노 견제를 위한 맞춤형이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야권은 재보궐 선거 패배, 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 무산 등으로 최대 위기에 빠져 있다. 특히 구당구국모임을 비롯해 비노에서는 ‘분당, 신당창당’을 언급하고 있다. 친노 인사들이 야권의 중심이 되어 당을 좌지우지 한다면 비노에서는 ‘새정치연합’을 버릴 명분을 만들고, 신당 창당에 불을 지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내비친 셈이다.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