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죽는 맞대결, 승자는?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여야 정치인이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보수혁신위원장을 맡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다. 새누리당 공천룰을 비롯해 혁신을 이끌며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다른 한 명은 지난 대구 시장 선거에 출마해 40% 득표율을 보이며 석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야당의 혁신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0순위’로 거론됐지만 본인이 고사해 무산됐다. 두 사람이 주목받는 배경은 다음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출마가 확실한 김 전 의원에 맞서 김 위원장이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자는 대권 가도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의 맹주로 우뚝설 공산이 높다. 막역한 선후배지간에 벌어지는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의 냉엄한 정글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김문수 vs 김부겸

1958년생인 김부겸 전 의원과 1951년생인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정치 인생을 두고 한판 대결을 벌일 공산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북 영천이 고향인 김 위원장과 경북 상주가 고향인 김 전 의원은 경북고/서울대 선후배지간으로 막역한 사이다. 두 사람이 주목받는 것은 2016년 있을 20대 총선에서 차기 대권을 앞두고 전초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총선 승패를 떠나 ‘대망’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패자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대권 선호도 2위 vs 4위 대결 주목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차기 대권 선호도 조사를 벌인 결과 김 위원장은 여권 주자만을 상대로 한 지지도 조사에서 김무성 대표(18.6%) 다음으로 11.6%를 받아 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김 전 의원은 박원순(17.9%) 시장, 문재인 의원(16.4%), 안철수 전 대표(9.7%) 다음으로 6.2%를 받으며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김 위원장은 여권내 2위, 김 전 의원은 야권내 4위를 달리고 있지만 관건은 두 인사의 대권 가도의 최대 관문은 20대 총선이다.

김 전 의원이 TK 정치 일번지로 불리는 대구 수성갑 출마가 확실한 가운데 여권에서는 그 대항마로 김 위원장이 그럴듯하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 수성갑 지역은 새누리당 출신의 4선 이한구 의원이지만 최근 주소를 경기도 분당으로 옮기고 지역구 민심이 돌아서면서 출마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는 김 전 의원이 19대 총선 출마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으로 나서 40%대 넘는 득표율을 보인 점도 한몫하고 있다. 나아가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이정현 최고위원이 지난 7.30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 텃밭인 전남 순천에서 당선되면서 대구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또한 대구 수성갑이 TK지역의 ‘정치1번지’에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지역 출신으로 야당 의원이 차지할 경우 그 후폭풍은 ‘이정현 당선 효과’보다 몇 배 여당에게 치명타를 줄 공산이 높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지만 ‘포스트 박근혜’가 여당이 자신의 텃밭을 통째로 야권 주자에게 넘겨주게 될 경우 차기 대권 게임에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당내에서는 경쟁력 있는 김문수 혁신위원장이 나서 대구 수성갑을 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누가 나와도 상관없다’는 입장인 반면 김 위원장 측은 ‘아직 먼 얘기’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일단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직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 상승과 보수층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고교·대학 선후배

김 위원장이 여당의 텃밭에 출마하면서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는 데는 화력한 경력 이면의 정치적 현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박 대표 잠룡으로 당내 주류 세력이 아닌 데다 같은 비박인 김무성 대표에 비해 주목도도 떨어지고 있다. 나아가 현 보수여당에 정치 입문하기 전 경력이 보수층으로부터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외형상 대권 주자로서 경력은 화려하다. 국회의원 3선에 경기도 지사 2번으로 무게감이 상당하다. 반면 정치권에 들어서기전의 경력을 보면 보수층으로부터 미덥지 않은 시선을 받기에 충분하다. 1971년 전국학생시위로 제적당하고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국장,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서울노동운동연합 지도위원, 1987년 구속, 민중당 후보로 14대 총선 출마 등 노동운동의 대부격의 이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 위원장이 민중당 정치실험이 끝나자 바로 보수 정당으로 말을 갈아타 1996년 신한국당의 공천을 받아 부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김 위원장의 정치행보는 보수층의 신뢰를 받기 위한 짝사랑에 헌신했다. 최근 경기도지사직을 그만둔 이후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 내려가 3일간 대구 택시기사 체험을 하며 민생탐방에 나선 배경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에서 대권 주자로 나섰다가 ‘불쏘시개’ 역할만 한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고문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김 전 의원 역시 동병상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 전 의원은 대구초등학교 대구중학교 경북고를 나온 전형적인 보수지역 출신 인사다.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독수리 5형제’와 함께 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바꿔타면서 정치적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이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지내면서 3선을 지냈지만 당내에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오죽하면 ‘나는 민주당이다’라는 책을 출판할 정도로 야당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왔다.

소속된 정당은 다르지만 정치 행보가 비슷한 두 인사가 20대 총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에 정치권이 주목 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다. 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차기 대권을 꿈꾸는 두 인사가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맞붙게 된다면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여야에서 힘겹게 정치 행보를 이어온 데다 고등학교 대학교 선후배지간에 정치 인생을 건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 인사는 “누가 우세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두 인사 모두 차기 대권 가도에 서로가 최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대권가도 최대의 ‘걸림돌’

현재 새누리당 혁신을 담당하고 있는 김문수 위원장은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국회의원·당협위원장 겸직 금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개선 등 하나같이 민감한 이슈를 들고나오면서 친박 주류와 보수층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반면 김부겸 전 의원은 특강 등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침몰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이끌 차기 리더로 꼽히면서 개혁과 변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두 사람이 당도 구하고 본인의 대망도 이어갈 수 있는 최고 정점의 시간이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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