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VS다음 보수 - 진보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각종 선거때마다 진보진영의 연이은 패배에 따른 원인 분석 중에 야권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이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이 영호남 인구수의 격차, 고령화 추세, 편향된 언론환경 등 보수화가 뚜렷해지고 있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가 힘들다는 자평이다. 이는 야당의 아픈 소리처럼 들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뉴스를 공급하는 포털에서도 보혁 구도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뉴스 유통업체로 시장 점유율이 80%나 되는 네이버의 경우 우파 논객들이 점령했다는 평가다. 반면 진보 진영 인사들이 본령으로 여기는 다음은 시장 점유율이 20%에도 못미쳐 상대가 되지 못하는 형국이다. ‘총성 없는 전쟁터’ 포털에 우파의 대반격 실태를 알아봤다.

대한민국의 언론 환경이 좌파 진영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방송2사를(SBS 제외) 비롯해 종편 방송에다 조중동으로 불리는 일간지 신문까지 보수 편향의 언론사들이 다수가 됐다. 그나마 2000년대 초기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인터넷 매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진보 진영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지난 이명박 정권 초기인 2008년 촛불시위를 겪은 이후 상황은 돌변했다. 보수 우파 진영 역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인터넷 여론몰이에 돌입했고 보수 성향의 인터넷 매체를 만들면서 대항하기 시작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포털 진보는 없다?

게다가 인터넷 시대에 맞춰 포털이 급성장하고 종이신문이 위축되면서 공급자보다 유통자가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 기사 생산자와 공급자가 명확히 구분되면서 기존의 고전적 갑을관계가 바뀌었다. 여기에 휴대폰을 통한 모바일 뉴스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언론 환경이 종이→포털→모바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나 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포털의 뉴스 편집과 노출 그리고 댓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 댓글사건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로 포털의 영향력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막강해졌다. 진보진영이 차기 총대선을 앞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우려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진보세력이 인구수와 언론 환경에 이어 뉴스 편집과 유통을 다루는 포털에서까지 보수 진영에게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진보 진영의 놀이터로 인식되던 포털에 언제부터 보수 진영이 활개를 치게 된 것일까. 진보 진영이 인터넷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도 ‘바보 노무현’ 열풍 속에서 시작됐다. ‘노사모’라는 인터넷 팬카페가 온-오프라인을 장악하면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하는 데 일조했다. 또한 좌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데일리서프라이즈 , 폴리뉴스 등 진보 성향의 인터넷 매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당시 ‘권력은 총알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나온다’는 말이 대한민국 사회에 유행했다.

이런 열풍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노무현 탄핵 사건 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급기야 50석이 채 안되는 ‘마티즈 정당’으로 불렸던 열린우리당은 같은해 치러진 총선에서 152석이라는 의석을 차지해 당당히 원내 1당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뿐만 아니라 보수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영향력은 여전했다. 이명박 정권이 탄생된 직후 2008년 벌어진 ‘광화문 촛불시위’를 주도적으로 이끈 것 역시 좌파 진영이 포털을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때부터 보수진영에서는 본격적으로 인터넷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인터넷 여론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다.

2008년 촛불 2014년 세월호 우파의 진화

특히 광화문 촛불시위 당시 포털은 보수와 진보로 확연하게 나뉘었다. 사실상 촛불시위를 주도한 다음 아고라는 좌파가, 그동안 무색무취했던 네이버에는 우파 논객들이 대거 참여했다. 당시 촛불집회에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다음’을 찾아 글을 올리는 반면, 이를 반대하는 입장의 네티즌들은 ‘네이버’를 찾는 경향이 커졌다. 2008년 6월 27일에 게재된 ‘시위대-경찰 이틀째 격한 대치 … 물대포 또 등장’ 연합뉴스의 기사에는 네이버와 다음 모두 많은 댓글이 달렸지만 내용은 크게 달랐다.

다음 베스트글에 오른 ‘sg90819’의 글은 촛불집회를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말로만 듣던 촛불집회, 정말 어떤 게 진실인지 처음 다녀왔다. 대부분은 직장인이나 대학생 그리고 가족단위 사람들이었다. 일부 사람들이 과격해질 때마다 오히려 시위대 쪽에서 화내는 걸 여러 번 봤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배후설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오히려 경찰은 집회하는 사람들을 자극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의심스러우신 분들은 저처럼 한번 다녀오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적었다. 이 글은 네티즌 80명의 추천을 받아 베스트글로 오른 상태다.

반면 네이버에 오른 같은 기사의 베스트 댓글은 촛불집회에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112건의 추천을 받은 ‘delatores’는 “평일날 밤 새워 불법 폭력시위하는 백수들이 언제부터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됐냐. 데모하는 백수들은 미국산 쇠고기는커녕 닭고기도 먹기 힘든 사람들 아니냐. 그런데도 국민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일부 신문과 방송사는 좌익 빨갱이 아닌가”라고 적었다.

이런 현상은 2014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올해 2월 6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았다. 이튿날인 7일 김 전 청장의 외압 사실을 밝혔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판결을 반박했다.

이 소식을 전한 <연합뉴스> 기사는 ‘권은희 수사과장 “예상치 못한 충격적 재판 결과"’로 네이버에는 댓글 5400여개가 달렸는데, ‘자랑스러운 광주의 딸 권은희 민주당 공천받겠네'(아이디 ‘laiz****')가 3344건의 공감(비공감 1699)을 얻어 호감도 1위에 올랐다. (이하 클릭수는 12일 오후 6시 현재) ‘정말 지역색이라는 게 존재하는 건가? 재판부의 판결문에 권은희 본인의 주장 중 객관적 사실과 어긋난 부분이 조목조목 지적되어 있는데도 저렇게 적반하장 식으로 나올 수 있다니…'(아이디 ‘byun****'·공감 2395-비공감 843) 등 호감도 상위에 오른 다른 댓글들도 비슷했다.

반면 다음에서는 ‘권은희 수사과장 “예상치 못한 충격적 재판 결과"(종합)'(연합뉴스) 기사에 댓글 1200여개가 달렸다. ‘권은희 수사과장님 항소하겠다는 기자회견~ 멋지다! 권은희 수사과장님 힘내세요!!'(아이디 ‘paula'·찬성 2795-반대 179)와 ‘법관 새끼들 고시공부하면서 아부하는 것만 배웠나'(아이디 ‘초록물감'·찬성 2487-반대 145)가 추천 1, 2위에 올랐다.

포털 장악한 보수 SNS까지 엿보나

‘보수=네이버’, ‘다음=진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는 네이버에 우파 논객들이 점령하면서 사실상 포털을 우파가 장악했다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파 논객들이 온라인커뮤니티나 댓글을 통한 배설장으로 활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오프라인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세월호 참사에 따른 유가족 단식농성장에 대표적인 보수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회원들이 ‘폭식투쟁’에 나선 바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수 우파 논객들이 포털을 장악하고 거리로 나온 데는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 정권이 연이어 집권한 탓도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보수언론사에 종편을 허용해줬고 하루종일 보수 진영을 옹호하는 언론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지난 대선 국정원 댓글 사건을 통해 박근혜 정권이 탄생하는 데 일조한 점은 과거 이명박 정권이 ‘촛불시위’를 통한 인터넷의 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검찰은 카카오톡, 네이트온 메신저 등을 통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에 대한 수사방침을 밝히면서 불똥은 다음카카오에 튀었다. 검찰 수사방침이 메신저 검열 논란으로 번지면서 네이버에 맞서 카카오톡과 합병한 다음은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

당장 ‘검열 논란’이 일자 200만 명 넘는 카카오톡 회원이 탈퇴했다. 탈퇴한 일부 회원들은 서버가 외국에 있어 보안성이 뛰어난 ‘텔레그램’ 메신저로 말을 갈아타고 있다. 논란이 인 지 일주일만에 러시아산 텔레그램으로 40만 명이 ‘사이버망명’을 했고 현재 우리나라 이용회원만 150만 명에 달하고 있다. 보수 우파가 오프라인에 이어 인터넷 포털 나아가 SNS까지 앞서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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