汎친노계의 분화는…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러 계파가 복잡하게 얽혀 구성돼 있다. 크게 나누면 노무현 전 대통령 계열인 ‘범친노’(汎親盧)와 ‘비노’(非盧)로 대별되지만 세력판도가 다양한 갈래로 엇갈려 있다. 분류하기에 따라선 10개 이상의 파벌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중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 범친노계의 분화다. 2012년 대선까지는 친노계가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이 나섰던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분화가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전후해 새누리당 친박계가 분화했던 때와 비슷한 시기다.

아직은 범친노 진영 안에서 문재인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 지난 9일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의 우윤근 의원 승리에서 보듯 결속력도 강하다. 계파 안에는 참여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 상당수 들어가 있다. 문재인계는 문 의원에게 ‘대선 재수(再修)’ 기회를 주기 위해 우선 내년 초 당권 장악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하지만 범친노계 안에서도 비(非)문재인계의 생각은 다르다. 문 의원이 한 차례 기회를 놓쳤으므로 다음 대선에선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야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비문재인계에선 문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 세월호 특별법 파동 등을 거치며 정치력의 바닥을 드러낸 만큼 대선주자로서의 자질에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즉 ‘제3의 대안론’이 비문재인계 결속의 고리다.

비문재인계는 제3의 대안으로 안희정 충남지사를 주목한다. 안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지를 이어받을 수 있는 적통인데다, 나이(49세)도 젊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안 지사는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계파를 형성 중이다. 지난 9월 17일 국회 도서관 앞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안 지사가 참석하자 기자들이 대거 모여든 것도 그의 변화된 위상을 반영하는 풍경이었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다른 계파의 수장들도 안 지사의 세력을 빌리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9월 28일 천안에서 열린 충남도당 당원토론회에 참석해 “옛날부터 중원을 장악해야 대권을 잡는다고 했는데 충청도에 큰 별이 있다고 해서 그 별을 보러왔다”며 안 지사를 차기 대권주자로 치켜세웠다.

정세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세균계도 하나의 별도 계파로 자리잡았다. 정 의원은 이상돈 영입 파문으로 당이 혼란을 겪을 때 ‘박영선 사퇴론’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직업적 당 대표’를 언급한 건 이미 두 차례 당을 이끌었던 정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범친노 그룹은 이밖에도 원로그룹, 이해찬계, 한명숙계, 김두관계 등 여러 소(小)계파가 존재한다. 특히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의 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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