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들의 막가파식 해외사업 >>

국내 조폭의 해외 진출로 국가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최근 폭력조직 양은이파 부두목이 가담한 조폭 일당이 베트남의 호텔 카지노 경영권 다툼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0월 22일 베트남의 호텔 카지노 투자자를 협박해 60억원대의 카지노 경영권을 빼앗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변모(49)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변씨와 함께 폭력에 가담한 일당 5명 가운데 2명을 구속하고 양은이파 부두목 강모씨 등 달아난 3명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월 3일 베트남 하노이시에서 호텔 카지노 투자자 송모(56)씨의 집에 찾아가 폭력을 휘두르며 송씨를 위협해 현지 호텔 2곳의 카지노 경영권 포기각서를 작성하게 해 60억원 상당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이 사건은 조폭들의 해외활동 실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실제적으로 해외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조폭들의 활동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교민들은 지적하고 있다.
타지에서 피땀 흘려 일하는 교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조폭들.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현 실태를 교민들을 통해 들어 보았다.


베트남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베트남에서 함께 카지노 투자사업을 하던 이모씨가 투자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이씨가 폭력조직과 짜고 송씨를 협박해 카지노 경영권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송씨를 협박해 “카지노 경영권을 모두 이씨에게 양도했으니 직원들은 잘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호텔 카지노 직원들에게 말하도록 강요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해외교민들 가운데에는 송씨와 같은 피해자가 하나 둘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조폭들의 횡포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진출

경찰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조폭들이 주로 진출해 있는 나라는 동남아에 이어 중앙아시아 쪽이 가장 많다. 중앙아시아는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사회 경제적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당국의 제재를 거의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 가운데 가장 국내 조폭들이 특히 많은 곳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폭들은 이곳에서 나이트클럽, 가라오케 등 유흥업소와 국내 중소업체들의 현지 사업 이권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은 그리 쉽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제법상 양국 간에 미리 상호협의가 맺어졌거나 중대 사안에 대한 특별요청이 있어야 경찰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중앙아시아 등의 해외에서 조폭들의 횡포에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대사관과 영사관을 통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며 “하지만 경찰이 손을 쓰기 곤란한 해외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단속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맹점을 노린 조폭들은 각종 뇌물로 현지 경찰을 매수한 뒤 자유롭게 활개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6년간 머물며 사업을 하다 지난 2005년말 귀국한 김모(48)씨는 현지에서 조폭들이 어떻게 횡포를 부리는지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김씨는 “한국인 무역업자가 사무실과 물건 창고로 쓰기 위해 애써 시내 건물에 마련한 공간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빼앗아 나이트클럽으로 만들었다”며 “이뿐 아니라 한국에선 절대 불가능한 일이 그곳에선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조폭들이 현지 조폭들과 연계해 한국인들을 집중적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전하면서 “서로 도와도 모자랄 판에 같은 나라사람 등쳐먹는 조폭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며 “현지인들도 한국인들끼리 약탈하는 모습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해외 종교사업도 관여

수년전 우크라이나에서 상사 주재원으로 근무하다 현재 러시아의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는 조모(52)씨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조씨는 “그 많은 조폭들이 어떻게 러시아까지 진출했는지 몰라도 모스크바에도 조폭이 상당수”라며 “조폭들이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해 각종 사업이권을 챙기고 있어 러시아 경찰도 골치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씨는 베트남의 송씨가 당한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러시아에서도 있었다며 사건 하나를 전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모 관광호텔의 사장 A씨가 3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러시아에 카지노를 세웠다가 조폭들에게 빼앗기고 투자금 중 100억원 정도만 회수한 채 사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사건이 지난 2000년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조폭들의 해외진출이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당시 러시아의 ○○○호텔에 개업하려 했던 A씨의 카지노를 접수한 조폭은 이를 다시 러시아 마피아에 거의 빼앗기다시피 되팔아 소액의 이익금만 챙겨야 했다고 조씨는 전했다. 결국 러시아 마피아만 어부지리로 이득을 본 것이다.

조씨에 따르면 조폭들은 러시아내 종교 사업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조씨는 “러시아에는 한인교회가 많은데 이들끼리 신도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며 “과거 가까운 지역에 세워진 두 개척교회가 싸움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이때 한쪽 개척교회에서 조폭들을 고용해 반대편 교회를 초토화시킨 사건이 발생했었다”고 전했다.

또 조씨는 “나는 그 전까지 조폭의 러시아 진출 실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이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폭이 러시아에 그렇게 많이 와 있는 줄 처음 알았다”며 “현재 조폭들은 러시아 곳곳에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온갖 나라망신을 다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조폭들은 한국식당과 한국 가라오케 등 한국관련 유흥업소를 거의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의 한 교민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태국 관련 카페에 현지 조폭에 대한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이 교민은 현지 조폭 실태를 고발하는 글을 통해 “여행사를 비롯해 관광지에서 운영되는 업소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조폭들의 갈취가 심각하다”며 “현지 경찰들을 의식해 현지인들에겐 손끝하나 대지 않으면서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한국 업체들만 괴롭히는 조폭들을 막을 방법이 없으니 너무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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