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ilyoseoul.co.kr

김무성-김문수-이재오 3각 동거에 위기감
조강특위 구성 놓고 김무성-서청원 충돌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골프에서 ‘헤드업’하면 OB가 나게 돼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의 핵심으로, 사무총장을 지낸 홍문종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한 말이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끌어들인 보수혁신위원회 결성, 조직강화특위 구성에서 친박 색채빼기를 시도한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뜻과 배치되는 ‘개헌론’에 불을 당긴 김 대표에 대한 경고다.

요즘 새누리당 안에는 전운이 감돈다. 친박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까닭이다. 김 대표가 중국에서 개헌공론화를 언급했다가 “대통령에게 죄송하다”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마저도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로 파악하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김무성 공격’의 선봉엔 홍 의원이 섰다. 그는 김 대표의 ‘상하이 개헌’ 발언에 대해 “치밀한 ‘타임 스케쥴’에 따른 의도적 도발”이라며 “상하이에서 국내를 향해 쌈빡한 메시지를 남기고 싶으셨던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의원이 친박계를 대표해서 칼자루를 쥔 건 이유가 있다. 김 대표가 당내 친박계 탈색을 위해 최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구성해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사무총장 시절 자신이 인선한 40여 명의 친박계 당협위원장이 위기에 몰렸다고 판단하고 적극 반격에 나섰다.

“당 운영 잘 모르시는 것 같다”

홍 의원은 “김 대표가 (당을) 처음 맡으셔서 (당 운영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며 “조강특위는 비어 있는 당협위원장을 모시는 것이지, 있는 분의 목을 쳐내고 새로운 사람을 모시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조강특위 구성 문제를 놓고 김 대표와 본격적으로 전선을 형성했다. 7·14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서 김 대표에게 패한 뒤 공식석상에 잘 나오지 않고 관망하던 서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에 전격 참석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김 대표는 조강특위에 자신과 가까운 이군현 사무총장과 강석호·정양석 사무부총장(이상 당연직), 이한성·권은희·김현숙 의원을 포진시키려 했다. 이에 서 최고위원은 회의 석상에서 “1차 경고다. 이런 식으로 안 된다”고 일갈한 뒤 친박계 의원을 최소 2명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조강특위에는 김 대표의 카드 가운데 이한성·권은희 의원이 빠지고 친박계인 함진규 의원과 강은희 의원이 들어갔다. 김현숙 의원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활동한 만큼 친박계로 분류한다면, 일단 조강특위는 비박과 친박이 각 3명씩으로 수적으론 균형을 맞추게 됐다. 앞으로 원외 당협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친박계와 비박계가 곳곳에서 충돌할 여지를 남긴 셈이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최근 잇달아 교차모임을 갖고 비박계 핵심 트리오인 ‘김무성-김문수-이재오 3각 고리’를 끊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당초의 ‘관망 자세’에서 벗어나 ‘조직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유기준 의원이 이끄는 친박계 모임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의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포럼은 당초 오는 29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어 세를 결집할 계획이었지만 일단 유보한 바 있다. 여야가 세월호특별법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을 이달 말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한 마당에 여당에서 계파 모임을 갖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부글부글 끓는 친박 분위기

하지만 지금은 김 대표의 도발이 인내의 한계를 넘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친박이 결속해 방어망을 치고 역공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많다. 친박계 핵심 중진인 A 의원은 필자에게 익명을 요구하며 부글부글 끓는 내부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에서 친박계 탈색을 시도하기 위해 자기 사람을 심고 있는데...

“김 대표가 자기 체제를 굳건히 다지려다 보니 이런 저런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 대표가 됐으니 자기 사람을 심는 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너무 급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론 어떤 부분이 그런가.

“조강특위 문제도 그렇고, 김문수 위원장도 뭔가 거창하게 진행할 것 같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지 않나.”

-김 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성공에 힘을 보태기보다는 자기정치만 하고 있다고 보나.

“말로는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행동은 다르게 하고 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니 과연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건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년도 안 됐는데, 대통령을 위해 자신이 손해 볼 줄도 알아야 한다.”

-김 대표가 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다고 판단하나.

“결국은 박 대통령이 성공해야 본인의 성공과도 연결되는데,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어떤 길이 바른 길인지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김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가 한창인 지난 13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방문했다. 동행취재 기자단만 34개 언론사였다. 박 대통령이 다음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을 위해 출국할 때 동행한 기자단(35개사)과 비슷한 규모다. 세 과시 성격이 짙다. A 의원은 이 대목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 대표가 국감 기간에 11명의 현역 의원들을 대동하고 중국으로 갔는데...

“국정감사는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만약에 당 대표가 아닌 다른 의원이 그렇게 했으면 대표가 한마디 하면서 혼을 내지 않았겠느냐. 그런데 본인이 그랬으니 다른 사람이 다음에 그렇게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앞으로 친박을 어떻게 결속할 계획인지.

“친박은 원래 자생적 조직이다. ‘박근혜’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온갖 풍파를 다 겪으며 모였다. 지금 당장 오합지졸처럼 보일지 모르나 한 번 결집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친박이 지리멸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앞으로 친박계의 대대적인 반격이 예상된다”며 “김 대표는 자칫 ‘알묘조장(苗助長-곡식의 싹을 잡아당겨 빨리 자라도록 돕는 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억지로 일을 진행시킴)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