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쓴소리…내년 5월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미국하고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포지션을 취할 것인가가 얼마나 국가적으로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그 문제를 넣었다가 뺐다가 무슨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들이 합니까?”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청와대를 향해 날린 ‘돌직구’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 때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는 견해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는 말이 발언 자료로 배포됐다가 삭제된 일을 문제 삼으면서다.

‘얼라’는 어린아이의 경상도 사투리다. 당장 박 대통령의 젊은 ‘가신 3인방’인 청와대의 정호성 1부속실 비서관, 안봉근 2부속실 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3인방이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일까지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추궁이었던 셈이다.

유 의원은 다음날엔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으나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까지 비판했다. 통일부 국감에서 최근 북측 ‘실세 3인방’의 청와대 예방 거부와 관련해 쓴 소리를 날리면서다.

유 의원은 김무성 대표와 마찬가지로 ‘원조 친박’ 중에서도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던 핵심 측근이었다. 박 대통령이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로서 당을 이끌 때 유 의원은 비서실장을 맡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당시 당 사무총장은 지금의 김 대표였다.

2007년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맞붙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유 의원이 박근혜 캠프에서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을 맡아 경선공약 작성 등을 진두지휘했다. 그 때도 김 대표는 조직총괄단장으로서 유 의원과 호흡을 맞췄다.

당시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두 사람은 박 대통령과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했다. 특히 유 의원은 ‘미래의 권력’으로 자리 잡은 박 대통령의 주변에서 ‘대변인 격’이던 이정현 최고위원과 가신 3인방이 위세를 떨치는 것을 매우 못마땅해 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친박계의 신(新) 실세들로부터 견제를 받았다. 유 의원은 스스로를 ‘짤박’(짤린 친박계)이라고 자조하곤 했다.

유 의원도 서서히 ‘자기정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 7·14 전당대회 때 당 대표 경선 도전을 검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여권 핵심부에서 김무성 후보와 맞서는 서청원 후보의 친박 표가 분산될 것으로 우려해 만류했다고 한다.

한 차례 기회를 흘려보낸 유 의원은 내년 5월에 있을 차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비주류 결집 차원에서 그에게 제의한 사무총장 자리를 고사한 것도 원내사령탑을 목표로 잡았기 때문이다.

유 의원이 원내사령탑에 오르면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TK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최근 대구지역 한 언론사가 지역 오피니언리더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 의원이 ‘대구·경북을 대표할 정치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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