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갑자기 나타난 북한 최고위급 3인의 깜짝쇼에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지휘부와 새누리당이 놀아났다. 평양에선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 3명이 내려왔고, 우리측에서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부장관 등이 그들을 맞이했다.

황병서는 남북간에 “대통로(大通路)를 열자”고 운을 뗐다. 남북정상회담에 매달리는 남측에게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던진 미끼였다. 그러면서도 황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친서도 받아오지 않았다. 단지 11월초에 2차 남북고위급 접촉을 재개하자는 데만 합의했다.

그런데도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전날 남북 연락관들 사이의 청와대 방문 타진 언급만 듣고 평양 3인에게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그의 제안은 북측에 의해 가볍게 거절당했다. 일방적인 구애로 끝났다. 특히 북한 국방위원회가 며칠전 까지만해도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가장 악질적인 만고 역적” “극악한 특등 대결광(狂)” “빨리 제거해버려야 한다” 등 욕설을 퍼부었음을 상기하면, 류 장관은 자존심도 없느냐고 묻고 싶다.

평양측 3인이 인천을 다녀가자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이번을 계기로 5.24조치를 적극 해제해야 한다.”고 들떴다. 나경원 의원도 “굳이 껍데기만 남은 5.24 조치를 붙잡고 명분을 삼아가는 게 맞느냐“며 흔들렸다. 북한이 도발에서 화해로 갑자기 돌아선 줄 오판한 탓이었다.

5.24 조치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때까지 남북교역과 지원사업 중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5.24 제재는 제2의 천안함 참변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여당 의원들이 이 조치를 해제해 북에 퍼주자고 앞장선다. 무책임하고 경망스럽다.

평양 3인의 인천 “깜짝 방문”과 “대통로” 발언쇼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놀아났다. 어느 일간 신문 칼럼은 평양 3인의 방남을 ‘외교적 쿠테타‘라고 했다. 터무니 없는 비약이다.

평양 3인이 돌아간 뒤 사흘 만에 북한 경비정은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우리 해군과 교전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10일 북한은 남한 측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하자 우리 측 비무장(DMZ) 지역으로 대공 기관총을 발사했다. 북측의 요구로 15일 판문점에서 남북군사당국 간 회담이 열리긴 했으나 북의 의도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 요구에 있었다.

북한의 대남정책은 최고지도부 3인이 인천 국제행사에 잠깐 나타났다고 해서 ‘외교적 쿠테타’라고 할 정도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북의 남북대화 목적은 화해와 평화정착을 위한 데 있지 않다. 북한은 대화를 대남교란과 적화책동의 수단으로 여길 따름이다. 정상회담을 비롯 어떤 대화든지 거기에 평화와 화해협력을 기대해서는 아니 된다. 늘 방어적으로 조심해야 한다.

북한의 대남정책은 ‘최선의 방어는 공격에 있다’는 전술교본에 바탕한다. 김정은 우상화를 보존하고 남한을 적화하기 위해서는 항시 공격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믿는다. 북한은 남한 내 종북세력 침투, 천안함 공격, 연평도 포격, 대북전단 풍선 기관총 사격, “서울 불바다” 협박 등 끊임없이 공격적으로 나온다. 북한은 교류협력도 두 체제 간의 공동번영이 아니라 경제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길 따름이다. 때로는 남의 경제지원을 북에 바치는 “조공”이라고 왜곡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북한의 공격적 적화전술을 감지하지 못한 채 평양 3인의 인천 깜짝쇼에 넘어가 남북간에 “대통로”가 트일 것으로 착각했다. 체통없이 대통령 면담을 제안했는가 하면, 5.24 조치를 풀어야 한다며 성급히 나섰다. 모두가 프로 아닌 아마추어 수준이다. 아마추어들에게 대북관계를 맡길 수는 없다. 북한을 먼저 근본적으로 간파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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