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출신 협상가 세월호 정국돌파 시험대

재수 끝 원내사령탑 올라…정기 국회 일정 소화 관건
옅은 계파색 당내 갈등 진화 진땀…균형추 역할 기대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5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원내대표 선거에서 분패했던 우윤근 신임 새정연 원내대표가 재수 끝에 원내 지휘봉을 거머쥐었다. 우 원내대표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잔여임기만을 책임지는 만큼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낼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산적한 원내 현안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우 원내대표의 앞길이 박 전 원내대표만큼 순탄치는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분열 위기에 놓인 새정연을 구출해낼 수 있을지 우 원내대표의 도전기를 만나본다.

3선의 우윤근 의원(전남 광양·구례)은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소속의원 118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64표를 득표해 이종걸 의원(53표)을 누르고 당선됐다.

앞서 실시된 1차 투표에서는 이종걸 의원이 43표, 우윤근 의원 42표, 이목희 의원 33표를 각각 얻었으나 재적 과반(60표) 득표자가 없어 결선 투표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우 의원과 이목희 의원으로 분산됐던 친노·구주류 표가 결집하면서 우 의원이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우 원내대표는 박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내년 5월 초까지 원내사령탑을 맞게 됐다.

우선 우 원내대표가 처리해야 할 숙제는 정기국회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다. 국정감사는 본래 ‘야당의 무대’라고 불렸지만 올해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 등에 발목이 잡혀 분리 국감 계획이 취소되고 급하게 시작됨에 따라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고단한 국민의 삶에 위안과 희망이 되는 야당, 대안 있는 야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국감을 비롯해 예산안 심의, 주요 법안 등에 강한 야당의 면모를 세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지난 10일 원내대표로 처음 참석한 비상대책회의에서 우 원내대표는 “이번 국감에서 세월호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서민 증세 등 소위 최경환노믹스 실상을 밝혀내고 진짜 민생법안, 가짜 민생법안을 가려내겠다”면서 “가계소득중심의 서민을 위한 법안과 정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로서 이달 말까지 ‘미완’으로 끝난 세월호 특별법의 후속 협상 마무리 및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방지법) 처리를 마무리해야 한다.

주요 쟁점 놓고 해법 찾기 고심

이런 상황에서 우 원내대표는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에 빠짐없이 참석해 협상의 연속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별검사 후보군 추천 과정의 유가족 참여 여부를 둘러싼 난제를 풀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3차 협상안을 놓고 유가족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 후보군 선정 작업에 유가족의 직접 참여를 관철시켜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또 여전히 여야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바꾸게 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이와 함께 세월호 특별법과 연계 처리하기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도 여당과의 대결구도를 피할 수 없다.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 해체 여부를 놓고 여야의 시각차는 뚜렷해 이들 법안에 대해 여야 간 패키지 처리를 합의한 상황에서 자칫 성과물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우 원내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3대 입법 과제 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활성화 법안에 대해서도 비판적 자세로 일관해온 만큼 적절한 대안 제시 및 일관성 유지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예산안 처리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올해부터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1월 안에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2월 1일 예산안이 자동 상정돼 싸울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의 예산안을 놓고 ‘서민증세’논란, 어린이집 보육료 문제 , 무상급식 등의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집중 포화를 날리고 있다. 여야간에 더욱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우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 시절인 지난 9월 예산 정책 기자간담회에서 “부자 감세 철회 없는 서민 증세를 막고,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바 있다.

또 그는 원내대표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서 “민생을 위한 것인지 기업을 위한 것인지 진짜 민생과 가짜 민생을 가려내겠다”면서 “무조건적이고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각종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할지 시험대에 올랐다.

우 원내대표는 여당을 상대로 총공세를 펼치겠다는 뜻을 내놓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당내 계파 갈등 의식…화합 강조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당내 뜻을 모으는 것부터 숙제다. 우 원내대표는 “일방적으로 쏠리지 않게 하겠다”며 “협상도 130명, 투쟁도 130명이 하는 강력한 야당이 되도록 모든 걸 바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정연은 사분오열된 상황이다. 정책에 따라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있고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우 원내대표 역시 계파를 놓고서는 자유롭지는 않다. 그는 18대 국회에서 이강래 원내대표 체제하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고 국회 법사위원장을 거쳐 박 전 원내대표와는 정책위 의장으로 호흡을 맞추는 등 당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2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때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내면서 친노(친노무현)계와 가까운 범친노계로 평가 받는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우 원내대표는 범친노·구주류의 지원을 받으면서 이들 진영의 당 장악력이 강화됐고 지도부 일선에서 배제된 비노 중도온건파의 반발이 커지면서 계파갈등의 불씨가 됐다.

다만 그가 변호사 출신답게 합리적 성품을 갖췄고 범친노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계파색이 옅다는 점에서 계파갈등을 비켜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이념적으로는 강경일변도에서 벗어나 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소외론’에 휩싸인 비노 중도파를 포용하며 계파간 ‘균형추’ 역할을 수행해간다면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우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계파의 걸림을 넘어 당내 소통과 화합을 이끄는 원내대표가 되고 당내 불균형을 바로잡는 소통과 화합의 균형추가 되겠다”고 전했다.

또 그는 “대립과 갈등을 접어야 한다”면서 “소통과 화합으로 나가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확신한다. 소통과 화합은 어려운 과제다. 지난 10년간 계파는 없었다. 해보지 않았다. 계파의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가 상처를 보듬고 생각과 계파를 넘어 소통과 대화, 화합이 진정으로 야당이 강해지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우윤근 원내대표에게 물어보니
-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카운터파트너인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의 관계 설정은.
▲ 이완구 원내대표와 직접적인 카운터파트너는 아니었지만 정책위의장으로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관련해 수차례 만났다. 충분히 이야기가 통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다. 다만 저희들이 보기에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여러가지 이야기할 것이 남았다. 이 남은 부분에 대해 적극 노력할 생각이다.

▲세월호특별법을 이번달 말까지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목표나 방향은.
▲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미완으로 남아있다. '유가족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방법은 TF(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하든지 할 것이다. 주말 정도는 돼야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듯하다. 여야간 합의 사항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

- 정부가 말하는 경제회복을 여야가 함께 풀어갈 의향은.
▲ 아직 그 문제는 책임있는 답변이 어렵다. 추후 문희상 비대위원장, 비대위원들과 상의해야 할 것이다. 경제회복을 위해 여야가 있을 수 없지만 수단은 달리할 수 있다. 비대위원들과 수시로 논의하겠다.

- 당내 일부 의원들이 비대위원 인선을 놓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하는데 향후 탕평인사 계획은.
▲ 기울어진 인사가 원내대표 소관은 아니다. 비대위원들은 당무와 관련한 것인데 저도 당연직으로 비대위원이긴 하지만 그 부분은 답변드리기 어렵다. 제 소관으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기국회에 주력할 생각이다.

- 앞으로 원내수석이나 부대표단 인선에 대한 방향이나 내용은.
▲ 국감 중이라 인사가 예민할 수 있다. 저도 내일 국감이 있다. 이번 주말에 여러 의원들과 인사 문제를 충분히 논의 수렴해서 결정할 생각이다.

- 계파 극복 이야기가 많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 계파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지만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 대립이라는 언론보도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강조하려고 한다. 계파 문제에 대해 답변드리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국회 내 대표적 개헌주의자로서 언급한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한 일정은.
▲ 200명 넘는 분이 개헌이 필요하다는 마당에 여야를 떠나서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뜻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155명의 개헌 모임 간사를 맡았는데 과반수 넘는 의원들의 요구를 청와대가 반대한다고 해서 (하지 않는 것은)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 반드시 의원들의 뜻을 반영해야 하고 각계 원로들도 같은 의견이 많다. 정기국회 중 개헌논의를 위한 특위를 구성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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