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딛고 일어설 절호의 기회였나?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최고위원직 큰 의미 없다, 언제든지 던지겠다” 자가발전?
당 지도부 비박 2명, 친박 3명…지명직 정몽준 나경원 거론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최고위원이 발언할 때만하더라도 일부에선 ‘조건부 사퇴’로 해석했다. 그런데 언론사 속보를 통해 ‘사퇴’ 메시지가 뜨면서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심지어 ‘김태호 난’으로 일컫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인사들은 김 최고위원에게 ‘차라리 의원직을 내던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사퇴 이유로 내건 ‘경제활성화법 발목잡기’의 경우 세월호참사 이후 지속돼온 여야대립이 직접적 원인인데도 불구하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것은 아무래도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친박계 인사는 미소를 지었다는 후문이다. 김 최고위원의 사퇴로 김무성 대표로서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판이다.

“예상치 못한 엉뚱한 곳에서 ‘시한폭탄’이 터졌다. 친박계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해 김무성 체제를 흔들 것으로 봤는데, 김태호 최고위원이 사퇴의사를 밝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그의 ‘워딩’ 강도도 엄청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발언들이 나왔다. 김태호가 누구냐. 전당대회 때 김무성 대표 때문에 PK(부산·경남)지역에서 표를 받지 않았는데….”

새누리당 핵심당직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의 사퇴 발언이 나오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김 최고위원은 “나의 진심은 개헌이었고 또 끝도 개헌”이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김무성 대표 체제를 흔드는 데 예상했던 시나리오 중 ‘친박계 서청원 사퇴’가 아닌 김 최고위원이 가장 앞장섰다는 취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대표 측에서는 김 최고위원의 사퇴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혹시 모를 정치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김태호 역습

이런 가운데 여권에서는 ‘김태호 사정설’이 흘러나왔다. 검찰 사정에서 일부 비리 발견, 청와대와 빅딜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김 최고위원 소식에 밝은 관계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결심했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같은 당 대권 후보인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전 지사가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문무(김문수-김무성)’가 부각되고, 김 최고위원은 부각되지 않아,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이다.

실제 김 최고위원 측근들 사이에서는 거취와 관련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게다가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을 끝내고 귀국한 자리에서 김 대표에 대한 불만을 상당히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 측 인사들을 만났을 당시 ‘최고위원직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언제든지 던지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며 “대권 후보로서 부각되지 못한 것을 염려,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자가발전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도 “주목받지 못한 것에 대한 조급증”이라며 “김 대표에게 가려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인 목소리를 못 내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개헌론으로 먼저 치고나간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갖가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단 ‘청와대와의 교감설’이다. 김 최고위원이 친박계와 교감 하에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총리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김 대표 측에서 경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친박계인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 등이 동반 사퇴하고, 이인제 의원도 친박으로 돌아선다면 김무성 체제는 붕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친박 중심으로 당이 재편된다.

실제 김 최고위원이 사퇴를 할 경우 비박계에는 김 대표와 이인제 최고위원, 친박계는 서청원, 김을동, 이정현으로 친박계가 주도권을 잡는다. 따라서 김 대표 측에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비박진영의 나경원 의원, 정몽준 전 의원, 김문수 혁신위원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김 최고위원의 자리를 놓고 친박과 비박계간의 사활을 건 승부수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대망론’을 띄우기 위한 것이다. 대다수 정치권 인사들은 이런 관측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더구나 김 대표와 청와대와의 불협화음이 새어나오고 있던 터였다. 청와대는 김 대표가 중국 상하이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헌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당-청 간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이에 대해 여권 한 관계자는 “PK지역에서 김 대표를 견제하고, 친박계로 전향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권 인사들 역시 이번 사퇴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 궁금해하면서도 “박 대통령에게 ‘나는 친박이다’라고 공개적으로 사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인사는 “PK 지지기반이 겹치는 김 대표를 견제하고, 홍준표 지사까지도 견제해 ‘영남발 대망권’을 실현하기 위해 사퇴한 것”이라며 “친박계에서 마땅한 대권 후보가 없는 점을 고려해 김 최고위원이 이러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귀띔했다.

이 가운데 김 최고위원 측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김 대표를 따르나 MS계에 포함되지 않은 이들과 친박계이면서 핵심에 합류하지 못한 인사들을 섭렵하려는 것 같다. ‘반 김무성계, 반 친박계’인 인사들이 뭉쳐, 김 대표를 견제하고 친박계 인사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활성화 법안만이라도 제발 좀 통과시켜 달라.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애절하게 말씀해 왔지만 국회는 오히려 개헌이 골든타임이라며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퇴언급 놓고 설왕설래

그러나 여권 일부에서는 김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사퇴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 김 대표의 몸값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를 감싼다고 해서 김 최고위원이 얻을 것이 하나도 없다. 더구나 서청원 최고위원과 이정현 최고위원 등도 사퇴를 고려하지 않은 이상 나 홀로 그만두게 돼 생각보다 큰 파급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박계와 교감이 있는 상황에서 빅딜이 있었다면 정치적으로 손해볼 것이 없지만 교감없이 거사를 진행했다면 ‘자가발전’에 그칠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친박계로 전향해 김 대표 체제를 흔드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평도 있다. 친박계가 공석이 된 김 최고위원 자리를 홍문종 의원 등이 꿰차, 김 대표를 흔들고 친박 중심으로 당을 운영할 수 있는 폭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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