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아 그것이 문제로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지역위원장 공모 안철수계 대거 ‘철수’…탈당할까 노심초사
경합지역 차기 지도부에서 위임…안철수계 배려 목소리까지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안철수 전 대표의 당과 거리두기.’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비대위원에 불참한데 이어 송호창 의원 역시 조직강화특위에 불참했다. 나아가 지역위원장에 안철수계 인사들이 대부분 지원을 하지 않음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의 속내는 복잡·미묘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장 전국 246개 선거구 지역위원장을 모두 공모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부터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든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선 경합 지역은 차기 지도부에서 결정하도록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선 안철수계 인사들을 배려할 것이냐, 배려하지 않을 것이냐도 골칫거리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참여뿐 아니라 지역별 지역위원장 선정에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협위원장을 선정하는 조직강화특위에 안철수계 몫으로 이름을 올린 송호창 의원도 특위 위원직에서 물러나는 등 안 전 대표 측은 당 지도부와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문희상 비대위 러브콜에 안철수 ‘불참’ 의사 확고

안 의원은 대신 ‘민생’ 행보를 예고했다. 안 전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내게 맞지 않는 역할을 했다”며 “경제와 교육에 전문성이 있다. 전문분야에 집중해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해주지 못한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재보선 이후 정치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안 전 대표가 원외세력 결집을 통해 재기에 나섰다는 평이다. 특히 대권주자인 안 전 대표가 원외로 활동영역을 바꾸면서 친노계 인사들과 경쟁구도로 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런데 안 전 대표가 당내 지분을 포기, 원외 행보를 보이자 당 일부에서는 분당설에 힘을 실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분당설’에 대해 “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정치가 해결해주지 못한 것들’이라는 주제로 지역을 돌며 시민들과 직접 만날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여전히 ‘혹시나’ 하는 분위기다. 문희상 비대위 구성에 대해 원내에서는 비주류 세력들이 반발했고, 원외에서는 구당구국모임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안 전 대표까지 원외 활동을 선언하면서 분당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에서는 당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안 전 대표를 끌어들여야한다는 말이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비대위원을 구성할 당시 계파 안배 등을 고려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안 전 대표 측을 어떻게 해서든 비대위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위원장은 지난 22일 비대위원장 취임 한 달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의 ‘거리두기’ 행보와 관련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비대위 구성의 기본 콘셉트는 어려운 당의 상황을 책임질만한 분들을 전부 모시되 원내로 국한하는 것이었는데, 그중에는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문을 열고 출발해 (안 전 대표가)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고, 지금도 (안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 분(안 전 대표)이 안 오시면 어쩔 수 없지만 문은 지금도 열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문 위원장의 러브콜에도 불참 의사를 못 박았다. 중도·온건파의 수장으로 비춰지는 것에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안 전 대표는 이달 초 측근들과 만나 지역위원장 공모 참여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뜻을 함께 한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우리 전체가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에 헌신해 달라는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계파갈등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21일 마감한 새정치연합 지역위원장 공모에서 안철수계 신청자는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 당무혁신실장과 정기남 전 정책위 부의장, 정표수 전 공군 소장 등만이 신청했다.

현실론과 이상론 충돌
安, 배려하자 vs 안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위원장 선정 범위를 어디까지 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일부에선 단수지역 이외에 경합지역은 ‘차기지도부에 넘기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 위원장 등은 당을 재건하기 위해 지역위원장을 모두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당내 계파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지역위원장은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대의원 선정과 총선 공천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차기 당권과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계파 간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고양 덕양을의 경우 손학규 전 대표의 측근으로 19대 총선에 출마했다 석패했던 송두영 전 지역위원장과 고(故) 김근태 전 의원 인맥으로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문용식 전 인터넷소통위원장, 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의 이태규 당무혁신실장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게 빼앗긴 전남 순천·곡성에서는 계파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의원에게 패한 친노계 서갑원 전 의원과 손학규계의 노관규 전 순천시장, 현역 비례대표이자 친노계인 김광진 의원, 안 전 공동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정표수 예비역 공군소장이 맞붙는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단수지역의 경우 선정할 수 있으나 경합지역은 계파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있어, 차기 지도부에서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경합지역은 ‘차기지도부에 넘기자’는 의견에 대해) 당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안 전 대표 측 인사를 배려하기 위한 방안이다. 자격 미달 등으로 인해 지역위원장을 선정하지 못할 경우 재공모를 절차를 걸쳐 안철수계 인사들을 대거 배려, 안 전 대표에게 어느정도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며 “안 전 대표는 야권의 대권후보인 만큼 ‘탈당’ 등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비대위에서 모두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역위원장이 전당대회 대의원 선정 등을 하는 자리인 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지역위원장 공모에 나선 인사들의 경우 총선 공천권을 보고 인생을 걸고 싸우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당내 중요한 자산이기는 하지만 또 다시 이들을 배려하면 당은 더더욱 위기에 빠질 공산이 크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래저래 안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일단 당 재건에 방점을 찍고, 지역위원장을 모두 선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안 전 대표가 ‘탈당’ 할지, 아니면 당에 남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팽배해 안철수계 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안 전 대표가 당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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