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기회 찾기

변화에 대응 못하면 최악의 결과 초래
주가 수준 높은 우량주도 몰락은 한순간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데에는 일정한 틀이 작동한다. 이 틀 안에서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게 된다. 앞서 토머스 S. 쿤은 자신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이 틀을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패러다임이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즉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이론이나 방법, 문제의식 등의 체계를 뜻한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시기에 다른 모든 천문현상은 이 천동설의 테두리 내에서 설명됐다. 하지만 화성의 역행운동 등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겨졌고 천동설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이 지나게 된다. 르네상스의 기운이 움트던 15세기 마침내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로 오랜 의문을 해결하며 세상의 바라보는 틀을 바꾸게 된다. 이것을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한다.

2012년 초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단히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것은 바로 코닥의 파산 선언이었다. 코닥은 무려 백 수십 년 전에 자동 스냅샷 카메라를 선보이며 사진을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이들의 삶과 뗄 수 없는 것으로 탈바꿈시킨 역사적인 회사이다. 사진을 찍어 인화지에 현상하고 다시 이것을 앨범에 보관하는 행동이 일반화된 것은 전적으로 코닥의 공로였다. 그 덕에 우리는 앨범을 넘겨가며 추억에 잠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디지털 혁명과 함께 사진에도 거스를 수 없는 바람이 불게 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인화된 사진을 요구하지 않았고 그저 디지털 이미지를 보관할 뿐이었다. 코닥에게 위기가 닥친 것이다. 코닥 경영진은 주위 세계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가 야기할 충격적인 미래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과거의 성공에 사로잡혀 그 중대한 시기를 놓쳐 버렸다.

그렇게 허송세월로 보낸 20년의 결과는 참혹한 파산 신청이었다. 코닥은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 적절한 준비나 대응을 못할 경우 어떤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반면교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것은 바로 코닥의 전자사업부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고 주가 수준 역시 높은 우량한 회사일지라도 몰락은 한순간이다. 특히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를 인지하지 못할 때 해당 기업의 몰락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모든 회사가 정체되지 않은 기업문화, 활기찬 내부 분위기를 유지하려 기를 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관심 가는 종목이 있다면 그 기업이 기존 패러다임에 갇혀 고민 없이 운영되고 있는지 혹은 다소의 마찰은 있더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려 애쓰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바로 그 부분에 투자의 기회가 있다.  

<이동윤 현대증권 안양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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