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배우의 일상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이제 ‘에로배우’라는 직업은 우리 사회에서 한물간 직업이나 마찬가지다. 과거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수많은 청춘들이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에로 비디오를 빌려 즐거움(?)을 추구했었지만 인터넷의 발달은 이를 사양사업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수많은 외국계 처자들이 포르노물에 등장하는 마당에 한국산 그녀들의 매력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내 에로 비디오가 완전히 괴멸된 것은 아니다. 비디오 형태의 제작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콘텐츠’로 제작돼 인터넷이나 전국의 모텔에 방영되고 있다. 시장이 축소된 만큼 에로배우들의 수도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그곳에서 남아 성심성의껏 자신의 역할을 소화해내는 여성들도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에로배우들의 일상은 어떨까?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또 무엇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솔직한 속내를 들어볼 수 있었다.

전직 에로배우 감독이었던 최모씨는 화려했던 과거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에로감독은 비록 사회적으로 떳떳하지는 못했지만 돈만큼은 짭짭할게 벌수가 있었다. 밀려드는 시나리오와 에로배우 지망생들 틈에서 돈도 벌고 재미도 보는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패러다임이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큰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다. 오히려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적응하기 바빴으며 적지 않은 여배우들이 뉴스 사진을 모바일에 제공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광대역 속도로 전국에 깔린 인터넷은 더 이상 국내산 에로물의 인기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밀려드는 외국산 포르노는 그들에게 최대의 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솔직히 당시만 해도 그 인기가 영원할 줄 알았죠. 저 역시 나중에 더 이상 현장에서 감독을 하지 못할 때에는 프로덕션을 차려서 제작자로 나가려고 했었던 것도 사실이었구요. 그런데 문제는 순식간에 시장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두 손 놓고 당한 꼴이라고나 할까요? 특히 국내는 모자이크 처리가 엄격했고 외국산 포르노들은 그런 것들에서 완전히 자유로웠으니 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죠. 지금으로 치면 당시 활동했던 배우들 중 100명 중에 한명? 아니 1000명 중에 3~4명이나 남아있을까요? 어쨌든 그녀들만이 근근이 먹고 살고 있는 형편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현재 그녀들은 어떻게 활동하고 있으며 또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만약 그녀들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에로배우 일만 했을 때 한 달에 벌 수 있는 돈은 평균 100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조금 더 번다고 해도 200만 원을 넘기기는 힘든 일이라고. 일단 출연료 자체가 과거보다 저렴해졌을 뿐만 아니라 불러주는 곳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2~3편 정도 찍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 현재 모텔 쪽으로 방송이 납품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재진은 현직 에로비디오에 출연하고 있는 한 여성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그녀는 주변의 많은 동료들이 이 업계를 떠나갔지만 자신이 남아있는 이유를 “그래도 내가 연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이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저도 이 판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한 달에 100~200만 원으로 언제까지나 삶을 꾸려나가기도 쉽지 않은 상태이고 저의 미래도 생각한다면 지금 여기서 방황하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당장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서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고, 그래도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쪽 업계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이제 점점 나이가 들어가서 결혼도 하고 싶고, 또 남자의 보호도 받으면서 살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아요. 에로비디오 배우라는 딱지까지 있어서 정말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구요.”

투잡도 뛰기 힘든 현실의 그녀들

실제 그녀 역시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것이 바로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였다. 어차피 얼굴과 몸매가 되고 유흥도 그리 싫어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그쪽 업계가 제일 만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에로배우라는 이유만으로 심각하게 변태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보자.

“가끔씩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에로비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죠(웃음). 그런데 2차를 나가게 되면 변태적인 행위만 하려고 하는 남자들이 대부분이에요. 제가 에로배우였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함부로 하거나 제가 변태적인 여자라고 착각을 하는 모양이에요. 그게 너무 괴로워서 룸살롱에서 오래 일하기가 힘들었어요. 거기다가 술자리는 좋아하지만 그다지 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하는 성격이라 그것도 힘들었구요. 결국에는 6개월 정도 버티다가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했어요.”

그렇다면 그녀들은 평소에는 어떤 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그녀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일을 하지 않는 평소에도 ‘에로 판’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만나는 사람이 거의 비슷한 쪽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쇼핑을 해도, 밥을 먹으러 가도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쉽사리 일반인들과의 만남을 가지기 쉽지 않다고 한다. 취재진은 전직 에로배우였던 또 한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쪽 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면 사람들을 만나는 폭이 굉장히 적어져요. 그러다 보니 동료들이나 선후배들하고만 만나게 되면서 더 이상 다른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는 가능성마저 차단되는 경우도 많구요. 또 점점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나 자신을 설명하는 것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제 국내 에로 비디오 업계는 더 이상의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최근 에로비디오 업계도 한류의 바람을 타고 외국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한국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는 일본이나 동남아 남성들을 위한 수출이다. 하지만 장벽은 인터넷이다. 일본이야 그나마 인터넷이 잘 구축되어 있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일상적으로 인터넷을 접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느린 속도 등의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만드는 고화질 대용량의 비디오를 보기에도 한계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비디오의 경쟁력이 ‘한국여자의 출연’이라는 것 말고는 거의 없다는 것. 모자이크를 제거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많은 돈을 투자해서 멋진 인테리어의 집이나 훌륭한 전망을 가진 장소에서 촬영을 하기 힘들다. 거기다가 출연하는 여성들 자체가 다양하지 않으니 외국인들에게는 선택의 폭도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출연하는 한국 여자들이 극히 한정되어 있다 보니 20~30편정도 감상을 하다보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온갖 변태적 포르노 비디오물이 판을 치고 있는 마당에 ‘한국여자’만으로 승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외국에서는 실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원하는 경우는 많기 때문에 이러한 한류가 잘못 불똥이 튀면 한국 여성들이 기존보다 더욱 대규모로 원정 성매매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듯 하다.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