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비박 간 ‘이이제이’에 측근 구설수에 오르기도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가을 정기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가 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당 대표다. 가을 야구가 본격화되면서 전국민이 환호와 탄식 사이를 오간 다면 여의도는 ‘개헌’이라는 카드를 들고 도박을 하고 있는 김 대표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김 대표가 대선 결선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당을 리모델링해야 하는 임무와 함께 비박 당 지도부 구성을 새로 짜야 하고 당무 감사를 통한 친박 인적 교체까지 이뤄야하는 만만찮은 과제들이 뒤따른다. 게다가 집권여당 당 대표로서 미래권력인 청와대와 맞대결을 대비해야 하는 고비도 남아 있다. 실패하면 평범한 ‘야인’으로 돌아갈 운명이지만 성공할 경우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로서 막대한 권력을 누릴 수도 있다. 김 대표의 행보를 정치권이 주목하는 배경이다.

“여의도 정치가 당분간 모든 것은 김무성으로 통한다”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김무성 대표는 대한민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세월호법 처리에서부터 개헌, 그리고 국민연금개혁까지 정국의 핫이슈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비록 집권여당 당 대표지만 YS정치를 닮은 데다 ‘부산 사나이’ 특유의 거침없는 언행으로 당 대표 전부터 ‘여야간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당 인사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 거칠 것 없어 보이던 김 대표가 최근 몸조심, 말조심하며 자숙모드에 들어갔다. 차기 대권 지지율마저 떨어지면서 ‘무대(무성대표) 정치’가 시험대에 올랐다. 그 단초는 단연 개헌 발언이다.

개헌 후폭풍, 개헌정국 돌파가 최대 난제

김 대표가 ‘다소 성급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며 ‘개헌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서먹서먹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더 냉담해졌고 지난 박 대통령 시정 연설후 가진 비공개회의에서도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눈길조차 마주치지 못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뿐만 아니라 ‘개헌’ 후폭풍으로 비박계 최고 위원이던 김태호 의원이 직을 사퇴하면서 김 대표를 당혹감에 빠뜨렸다. 친박 비박 균형을 맞춰 구성된 최고위 구성이 김 의원이 자진 사퇴하면서 친박계가 절반을 넘어 향후 최고회의 의사결정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김 대표는 ‘삼고초려’를 넘어 ‘십고초려’를 했지만 김 의원은 요지부동이다.

또한 1951년생으로 평상시 말을 놓고 친구처럼 지내던 당 보수혁신위원장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개헌 관련 ‘5년 단임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고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딴죽을 걸면서 김 대표를 옥죄고 있다. 김 대표로선 당 대표로서 지상 최대 과제가 개헌정국 돌파가 된 희한한 정국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로선 당 대표 이후 ‘박근혜 색채’를 지우고 당을 ‘김무성 당’으로 만들려는 중차대한 시기에 우군인 ‘비박계 인사’에게 역공을 받으면서 기운이 빠진 모습이다. 반면 청와대와 친박계 입장에서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다스림) 전략이 먹히면서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 됐다. 김 대표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었지만 김태호 의원 역시 최고위원직을 던진 명분이 크게 설득력이 떨어지면서 ‘생뚱맞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김 의원이 빠진 자리를 전국위원회에서 한달 안에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개최해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친박계가 주류인 상황에서 김 의원 후임으로 친박 인사가 들어올 공산이 높아 비박계가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현재로선 홍문종 전 사무총장과 유기준 의원이 친박계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산넘어 산 무대 ‘절친’ 김문수도 엇박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 대표는 대표 고유권한인 지명직 최고위원에 비박계 인사를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후보군으로는 김문수, 나경원, 정몽준, 박세일 등 과거 친박계와 친분이 없는 정치권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 대표의 고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을 김무성당으로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인적 교체 카드 또한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9월 조강 특위를 구성해 당무감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역은 제외하고 원외 당협 위원장에 한해서 실시하면서 김빠진 당무 감사가 되고 있다. 당초 김 대표는 246개 지역에 대해 다 실시하려고 했지만 친박 교체용이라는 친박계의 비판에 부딪혀 원외로 한정하게 됐다.

현역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원외위원장들 역시 김 대표에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이성헌 전 의원은 최근 한 사석에서 “저도 4년간 부총장도 해봤지만 당무감사 결과만을 갖고 원외위원장을 교체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면서 “당무 감사를 통해 원외를 옭죄는 식은 맞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개헌, 지도부 구성 나아가 당 인적교체 카드로 꺼낸 당무감사까지 꼬이면서 김 대표의 리더십에 흠집이 생긴 게 사실이다.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당 대표로서 야심차게 꺼낸 보수혁신위 역시 또 다른 당내 잠룡인 김문수 위원장과 ‘엇박자’를 내면서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당초 당 대표로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경쟁자까지 품는’ 모습을 연출해 평가를 받은 바 있지만 민감한 현안에 대해 자주 충돌하면서 김 대표가 ‘김문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완전히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김 대표가 당내외 정국의 난맥상을 풀기 위해선 ‘정면돌파’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시각과 당분간 ‘정중동’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전자를 주장하는 참모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살아 있는 권력과 미래 권력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김 대표가 여기서 멈춘다면 결국 차기 대권도 없다”고 강경한 모습을 주문하고 있다. 반면 온건파 입장에서는 “너무 일찍 청와대와 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면서 “충분히 할 말은 다 했다고 본다. 당분간 정국을 관망하면서 정책과 공부에 매진하는 게 향후 대권 도전에 도움이 된다”고 ‘조기대망론’ 표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했다.

‘김무성 흔들기’? 측근 금품수수 의혹에 반박

한편 김 대표가 코너에 몰리자 친박계의 보이지 않는 ‘카더라식 흑색선전’까지 ‘김무성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SNS를 통해 김 대표의 측근인 강모씨가 대표실에서 물러난 것과 관련 ‘모 기업으로부터 수십억 원 금품수수로 인한 문책성 인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김 대표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강씨는 최근 대표실 상근 근무에서 비상근으로 직을 옮기면서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대표실 측에서는 사석에서 “언급된 업체들이 능력도 안 되고 강씨도 모르는 업체”라며 “문책성 인사가 아닌 업무조정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실측에서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전형적인 흠집내기로 강씨는 심성이 착한 사람으로 경기도 인근에서 장모님을 모시고 5천만원 보증금에 70만원 짜리 월세를 살고 있다”며 “술과 사람은 좋아하지만 분별없는 사람이 아니고 대표의 신뢰도 확고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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