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주자들 차별화 시도에 ‘자의반 타의반’ 黨 떠나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기업인(현대건설)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5년 임기 내내 ‘탈(脫)여의도’를 지향했다. 자신도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컸다. 그 반작용으로 이 전 대통령은 정치권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집권자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참모를 지낸 한 인사는 “MB는 재임기간의 치적이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 국제금융위기 극복 등 많은 일을 했는데,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은 이유도 정치권과의 마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MB는 임기를 마칠 때까지 집권여당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은 유일한 직선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그 이전의 직선 대통령들은 달랐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이 모두 임기 말에 여당 당적을 버렸다. 여권의 차기 유력주자로 부상한 ‘후계자’들이 차별화를 시도하는 바람에 자의반타의반으로 당을 떠나곤 했다. 이 경우 정국은 여당 없이 원내 다수당의 위치만 점한 채 운영됐다.

노무현, 철저한 당정분리주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철저한 당정분리주의자였다. 자신도 여당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테니, 당도 대통령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주의였다. 그러다 임기를 꼭 1년 앞둔 2007년 2월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했다. 여당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까닭이다. 당시 노 대통령의 잇단 실책과 실언 등으로 국정운영 지지도가 곤두박질치고 덩달아 열린우리당의 지지율마저 동반하락하자 당에서 당적 이탈을 요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세 아들이 각종 비리의혹 사건에 연루돼 지탄을 받자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자신이 창당한 민주당을 떠났다. 그 때 여당인 민주당의 노무현 대선후보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차원도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이회창 후보와의 갈등 때문에 탈당했다. 이회창 후보는 그해 10월 22일 현직 대통령 YS의 탈당을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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