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 존재는 현실…국방부 시각 바꿔야”

“싱크홀과 석촌호수 수위하락 원인은 땅굴”
군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조치 진행할 예정”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때 아닌 땅굴논란이 뜨겁다. 땅굴안보연합회 대표인 한성주 장군의 북한의 남침 땅굴이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해 국방부가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한 장군은 “부끄럽지만 나도 현역시절 남침땅굴 존재를 부정했다”며 땅굴 존재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국방부는 “(북한 남침 땅굴은)사실이 아니다. 그러므로 절대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과연 어느 쪽의 말이 진실일까. 남침땅굴을 주장하는 한 장군은 누구일까.

1976년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한성주 장군은 전투기 조종사로 임관했다. 34년 동안 정보, 작전, 군수 및 전략분야에서 기량을 발휘한 한 장군은 제105대 전투비행대대장, 제18대전투비행전대장, 제8전투비행단장을 역임했다. 또 공군본부의 전쟁연구과장, 전략기획처장, 합참의 전쟁모의과장, 군사정보차장 및 비서실장 등 다양한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그리고 공군군수사령관직을 마지막으로 2010년 1월31일 소장으로 예편했다.

“북한 특수군 수천 명 청와대 땅 밑에서 나올 것”

현재 땅굴안보국민연합공동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한 장군은 수년 전부터 사비를 들여 땅굴을 찾고 있다. 그런 그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지난 7월 땅굴의 실태와 이에 대비하지 않는 안보 책임자들을 고발하는 내용의 책 ‘여적의 장군들’을 펴내면서다.

책에서 한 장군은 “안보 책임자들의 (땅굴이 없다는)잘못된 시각 때문에 예비역 장성인 내가 북한 땅굴 탐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면서 “땅굴을 찾는 일을 하면서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고 땅굴 탐사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한 장군은 이어 “1주일 동안 청와대와 경복궁 그리고 북악스카이웨이 땅굴망을 뒤졌다”면서 “청와대에 최소 84개의 땅굴이 있고 경복궁 지하에는 5개 이상의 북한 기지가 건설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 갑자기 북한 특수군 수천 명이 청와대와 경복궁 땅 속에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는 청와대 경호 병력을 압도하는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강화도 동막해변에서 영종도 북단 스카이72 골프코스로 들어가는 곳에서 최소 36개 가닥의 땅굴망을 발견했고 강화도 북쪽해변 밑으로 북한군의 남침 땅굴망이 최소 96개가 뚫려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장군은 제2롯데월드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의 이유도 북한 땅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강에서 9개의 땅굴망이 30m 깊이로 제2롯데월드 지하로 파고들었고, 송파구청으로도 최소 21개의 땅굴망이 있는데 이 땅굴로 석촌호수의 물이 일일 450t 정도 새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장군은 청와대에 “경복궁 북쪽 의심 지역에 깊이 20m 가량을 팔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석촌호수의 남북단에서 전기 비저항 지질검사를 실시하면 호수 밑을 지나가는 땅굴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장군은 김관진 안보실장도 비판했다. “땅굴은 없다”고 외치는 김 실장과 국방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軍 “식별 징후 없고 자동굴착기 살 능력 없어”

땅굴 논란을 일으킨 한 장군은 지난 27일 ‘남침땅굴 위기알림’ 출범식을 가지고 또 다시 남침땅굴에 대해 언급했다. 결국 국방부는 닫혀 있던 입을 열고 한 장군의 주장을 전면으로 반박했다.

같은 날 국방부는 ‘예비역 장군의 남침 땅굴 주장 관련 국방부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내고 서울·경기 일대 장거리 남침 땅굴 굴설 주장에 대해 검토한 결과 어떠한 징후도 식별된 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사분계선에서 서울까지 60km를 뚫으면 폐석이 5톤 트럭 14만대 분량이 발생되지만 현재까지 식별된 것이 없다. 또 한 장군이 땅굴 탐지에 사용하는 방법은 테스트 결과 검증에 실패한 방법이다. 이어 국방부는 “전국 곳곳에 바둑판처럼 연결돼 있다는 장거리 남침 땅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지 남침 땅굴 존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 민원 제기지역을 탐사했지만 단 한 건의 땅굴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북한 남침땅굴 주장은)사실이 아니므로 국민들은 절대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지난 30일 ‘남침땅굴을찾는사람들’ 회원들이 경기 양주시에서 남침용 땅굴을 발굴했다고 기자회견을 열었고 국방부는 바로 “현장조사를 했지만 남침용 땅굴이라는 증거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과거 농지개간 과정에서 만들어진 굴로 추정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같은 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 장군 주장은) 북한이 대형 자동 굴착기계 300여 대를 도입해서 굴설에 활용한다는 것”이라며 “자동 굴착기계는 1대당 800억 원이다. 300대면 2조4000억 원인데 북한의 경제력을 볼 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많은 양의 자동 굴착기계를 구입하면 국제적으로 소문이 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굴착기계를 도입했다는 정황은 없다”며 “이 같은 허위주장을 국민에게 퍼뜨려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군이 의도적으로 이러한 땅굴의 존재를 감추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우리 군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자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방부는 한 장군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남침 땅굴은 한 장군의 주장처럼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없는 것일까. 앞으로 밝혀질 진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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