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꽁지’ 양심 폭로


최근 강원랜드의 VIP고객이던 김모씨가 강원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카지노 사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강원랜드 주변의 ‘꽁지(고리로 도박자금을 대출해 주는 사람)’가 양심고백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4년 간 강원랜드 고객들을 상대로 도박자금 대출 사업을 했다는 A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까지 꽁지로 일하다 자신의 눈앞에서 한 중년 남성이 자살을 기도하는 장면을 보고 며칠 동안 고민 끝에 꽁지 생활을 접었다.

그의 입을 통해 드러난 강원랜드의 실태를 들어보면 그곳은 절망의 공간일 뿐이다.

“추운 바닥에 엎드려 구걸하는 노숙자들이 불쌍하다. 하지만 강원랜드에 와보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패가망신하고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결국 오갈 데 없어져 목숨을 끊는 사람이 수 없이 많다. 그곳에 있다 보면 도대체 이런 곳이 왜 존재해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렇게 말하며 담배를 피워 문 A씨는 그곳 실상을 말하기에 앞서 자신의 목 언저리에 난 상처를 보여줬다. 조폭 일당이 돈을 강탈하기 위해 칼로 그의 목을 그었던 흉터라고 했다.

A씨는 “이런 험한 꼴을 겪으면서도 버텼는데, 눈앞에서 다른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보고난 뒤에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꽁지를 그만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박자금 마련위해 장기매매도

그에 따르면 마산에서 건설업을 했던 B씨는 100억원대 재산가였다. 하지만 강원랜드에 발을 들인지 불과 2개월 만에 그는 거의 모든 재산을 탕진했다. 그리고 그 돈을 만회해볼 생각으로 A씨를 찾아 온 것이었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B씨에겐 더 이상 대출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미 그가 A씨에게 빚진 돈만 300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절망감을 이기지 못한 B씨는 3층인 A씨의 사무실 창문을 통해 아래로 몸을 던졌다.

A씨는 “B씨는 창문으로 뛰어내리기 직전 나를 보면서 서글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도 그 표정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래로 뛰어 내려갔을 때 그가 처참하게 구겨진 채 경련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강원랜드가 지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
다.

강원랜드의 자살문제는 이미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카지노로 재산을 탕진하고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강원랜드가 마련한 조치는 배팅 상한선 제한과 출입금지신청이 전부다.

A씨는 “강원랜드는 겉으론 카지노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척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교묘하게 도박심리를 조장하고 있다. 얼마 전 김모씨가 폭로한 배팅상한선 편법 운영이 그 예다”라고 지적하면서 “강원랜드도 문제지만 그 주변에 기생하고 있는 전당포 등 꽁지들도 문
제다. 이런 것들이 있는 한 도박 중독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강원랜드 주변엔 도박자금을 빌려 줄 테니 회생의 기회를 마련해 보라며 도박을 권하는 유혹이 수 없이 많다. 이런 유혹에 빠져 돈을 빌려 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늪에 빠지기 시작한다.

물건이나 부동산 등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 주는 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젠 암암리에 신장 등 장기매매를 통해 도박자금을 마련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속당국은 비밀리에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단속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A씨는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은 강원랜드 주변을 배회하며 ‘앵벌이’라는 것을 한다. 말하자면 구걸행위나 잡일을 하는 것이다. 앵벌이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재산을 탕진하고 거리로 나앉은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의 삶은 실로 비참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앵벌이들은 전당포에서 식비 정도를 받고 대출손님을 물어오거나 강원랜드 고객들의 잔심부름 등을 해주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이들 중 일부는 ‘병정’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병정이란 말하자면 명목상의 게이머다. 강원랜드엔 1인당 1000만 원 이상 배팅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만약 게이머가 더 많은 돈을 배팅하고 싶다면 타인을 통해 배팅액을 늘이는 수밖에 없다. 이때 동원되는 것이 병정이다. 병정은 자신이 배팅하는 것처럼 하지만 실은 다른 게이머
의 돈을 자신의 명의로 대신 배팅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해주고 게이머로부터 일종의 사례비를 받고 살아가는 게 병정이다.


앵벌이 노예생활 수두룩

A씨는 “병정들은 대부분 도박중독자들이다. 그들 대부분이 카지노에서 수억 원을 날리고 병정이 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라며 “그들은 먹는 것도 자는 곳도 일정치 않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자금을 마련해 잃은 돈을 카지노에서 되찾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찌보면 무서운 일
이다”라고 말했다.

앵벌이를 하는 이들 중에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앵벌이 뿐 아니라 몸을 팔아 도박자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 중에는 다른 앵벌이와 짜고 꽃뱀행각을 벌이다 적발되기도 한다고.

이밖에 최근 카지노의 늪에서 벗어났다는 한 20대 남성은 강원랜드에 대해 마약보다 더 지독한 사이비 종교단체라고 말한다.

이 남성은 “어느 날 흡연실에서 앵벌이끼리 대화를 하는 걸 들어보니 많은 이들이 지금 앵벌이를 하고 있으면서도 그림만 좋으면 돈 딸 수 있다는 환상, 공식만 알면 된다는 허황된 꿈, 남들은 못해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어떤 한줄기 희망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뱅커 원투쓰리 다음에는 꺾인다든가 7줄 이상 나오고 난 뒤는 옆줄이 나온다는 등등 많은 공식들을 말한다. 뒷전 앵벌이들만의 묘한 공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도박 중독은 사이비종교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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