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움직인다” 국내활동 잰걸음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조풍언(68)씨가 지난 10일 전격 입국하면서 조씨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입국하자 그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취하고 그를 불러 대우그룹 로비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씨는 지난 1999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으로부터 대우그룹 퇴출을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치권에 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씨가 돌연 한국으로 입국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의문의 증폭되고 있다. 조씨는 그동안 대우로비의혹 등 여러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검찰은 그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고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지금에서야 조씨를 조사하는 것일까. 더구나 조씨는 그 동안 한국을 자유롭게 드나든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이번 조치는 더욱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검찰이 조씨에 대해 출금조치를 취하자 그 배경을 둘러싸고 많은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조씨가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입국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조씨는 그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국내를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또 조씨가 작심하고 입국했다는 시각도 있다. 주변인들은 조씨가 그동안 자신에게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들을 벗어던지기 위해 검찰 조사를 자청했다 보고 있다.


수상한 대우정보시스템

이밖에 검찰이 수사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운 좋게 조씨의 움직임을 포착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조씨는 홍콩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렸다 검찰에 발목잡혔다는 것이다. 대우정보시스템의 최근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현재 이 회사의 대주주는 외국계 회사인
Glory Choice China .Ltd다. 이 회사는 외국계 M&A 전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말까지 대우정보시스템의 최대주주는 홍콩계 투자회사 KMC였다. 이 회사는 조씨가 홍콩에 세운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다.

대우정보시스템의 전체 지분 중 43.1%, 약 83억원 정도의 지분을 이 회사가 소유하고 있었다.

대우정보시스템은 대우 계열사 중 알짜 기업으로 최근 각종사업을 활발히 진행하는 등 전망이 밝았다. 그럼에도 KMC는 100억원 가량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대우정보시스템을 Glory Choice China .ltd에 팔았다.

주목을 끄는 것은 조씨가 입국하기 직전 이 같은 일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왜 조씨는 대우정보시스템의 2대주주로 물러난 것일까. 일부에선 검찰수사의 초점을 흐리려는 의도된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대우정보시스템은 조씨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의 커넥션을 규명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기 때문이다. 조씨가 대우정보통신을 인수할 당시 증권가에선 인수자금이 김 전 회장의 비자금이며 따라서 김 전 회장의 소유나 마찬가지란 소문이 나돌았다.

또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빼돌린 막대한 비자금을 조씨가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여러 의혹들에 대해 조사하던 검찰은 조씨에 대한 직접조사가 힘들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조씨는 검찰 수사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 특별한 이유 없이 대우정보통신의 대주주에서 물러났고 뒤이어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 점들을 미뤄 조씨의 갑작스런 입국과 기다렸다는 듯 이뤄지는 검찰조사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다분하다.

검찰은 조씨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지난 2005년 수사에서 밝히지 못했던 대우그룹 정관계 로비의혹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검찰은 지난 2000년을 전후해 벌였던 한국형 고속철도사업에 대해서도 조씨의 개입여부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검찰조사가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뤄지는지를 놓고 온갖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칼날을 어디로 겨누고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정관계 인사들 사이에선 “이명박 정부 사정기관이 모두 TK 라인으로 교체되면서 DJ, 노무현 정권의 각종 의혹들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이라는 소문이 대선 직후부터 떠돌았다. 이에 이번 조씨의 입국이 두 정권에 대한 심판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조씨 기획입국설 대두

이를 뒷받침하듯 검찰은 이용호 게이트 사건, 친노의원들에 대한 여러 의혹들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두 정권 때 숙제로 남겨둔 DJ비자금 의혹과 각종 게이트들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씨는 김홍걸(DJ의 3남)씨의 뒤를 봐줬고 DJ정권 실세들과 매우 가까웠던 인물로 당시 각종 비리사건에 깊숙이 개입돼 있는 인물이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대우로비의혹, DJ의 비자금 의혹 등과 관련, 핵심인물인 조씨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점들은 조씨가 현 정부의 정치적 숙청 작업을 위한 카드일 수도 있다는 주장에 힘들 싣고 있다.

미국시민권자이자 거물급 무기중개상인 조씨가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 안에 감춰진 내막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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