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바다이야기 ‘트럼프 방’ 이상열풍


강남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트럼프 방’의 인기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방은 얼마 전 선풍적으로 유행했던 보드게임카페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

트럼프 방은 음료수를 마시며 건전하게 카드게임을 즐기는 곳이다. 트럼프 카페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곳에선 원칙적으로 현금이 오가는 도박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원칙이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도박판을 묵인하는 변칙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카운터에 돈을 내면 카지노에서 쓰이는 칩을 제공하고 이를 이용해 도박을 벌이는 것이다. 단속이 나올 경우 이 칩은 무상으로 업소에서 제공하는 것이라고 둘러댄다. 이 칩은 현금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반 카지노와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변칙 영업을 일삼는 트럼프 방의 월수입은 수억 원대에 이른다. 영업이 잘 되는 곳은 하루 매상이 1억 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트럼프 방은 최근 들어 유행한 업종이지만 그 시장규모는 이미 바다이야기를 넘어섰다는 말도 나온다.

트럼프 방에서 주로 행해지는 카드놀이는 텍사스홀덤포커라고 불리는 것이다.

텍사스홀덤은 미국 상류층이 즐기는 게임으로 2장의 포켓카드(pocket card: 손에 든 카드)와 5장의 커뮤니티카드 (community card: 테이블에 오픈되는 공유 카드)를 가지고 하는 게임으로 총 7장의 카드 중에서 나올 수 있는 최상의 패로 승패가 결정된다. 패는 세븐 카드 스터드와 같다.


베일 벗는 변종 트럼프 방

텍사스홀덤에 대한 인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선 이미 수많은 관련 카페들이 생겨났다. 게임 노하우를 전수하는 강좌 사이트엔 연일 방문객들이 폭주하고 있다.

또 텍사스홀덤 단체도 생겨났다. 전문 게이머를 육성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텍사스홀덤대회에 출전하기 위함이다.

특히 대학가에선 텍사스홀덤을 모르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다.

캠퍼스 곳곳에서 텍사스홀덤을 즐기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건전하게만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부 트럼프 방은 공공연하게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 트럼프 방이 카지노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곳에선 한 달 치 월급을 몽땅 날리는 회사원, 한 학기 등록금을 날리는 대학생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탓에 사정기관의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교묘하게 합법으로 위장하고 있어 물증을 잡기도 쉽지 않다.

일부 업소는 도박을 묵인하다 단속반이 출동하면 손님들이 몰래 도박을 한 것일 뿐 트럼프 방의 책임은 없다고 꾸며대는 식으로 처벌을 피해가고 있다.

또 각종 이벤트를 빌미로 도박을 조장하기도 한다. 업소는 챔피언 선발전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게임대회를 열어 승자에게 상금으로 현금 10만 원~ 30만 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이것은 외형일 뿐 실제론 더 많은 금액을 상금으로 지급하고 패자에게 참가비 명목으로 상금만큼의 돈을 별도로 받는다. 이런 식으로 패자가 승자에게 돈을 주게 하기 때문에 도박과 다름없다.

이와 함께 강남의 일부 트럼프 방은 비밀 VIP룸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비밀 VIP룸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거액의 도박판을 벌이는 장소다. 이곳에서 오가는 판돈은 수십억 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증언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A트럼프 방은 VIP룸을 운영해 큰돈을 벌고 있다. 이 트럼프 방의 업주는 VIP룸 고객을 상대로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사채놀이를 겸하고 있다. 자동차 등을 맡기면 즉석에서 담보대출도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이 트럼프 방 업주는 하루에 수십억원의 돈을 움직인다.

텍사스홀덤 관련 사이트에 한 회원이 올린 피해 경험담을 보면 트럼프 방의 변칙영업은 위험 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 회원은 게시글에서 “처음엔 용돈으로 재미삼아 했는데 나중에는 소장하고 있던 귀중품을 모두 팔아 마련한 500여만 원을 이틀 만에 다 날렸다”며 “후회가 막심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나 같은 피해자가 더 늘어나기 전에 불법 트럼프 방을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에는 고위층인사들이 강남에서 트럼프 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한 네티즌은 B사이트 게시판에 “내가 잘 가는 트럼프 방이 있는데, 그곳 사장이 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종업원에게 직접 들은 말이기 때문에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위층 인사 불법 트럼프 방 운영 의혹

고위층인사들이 트럼프 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논현동에서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한 달 전 우리 업소 근처에 트럼프 방이 생겼는데, 조폭들이 운영하는 곳이다”며 “그곳에서 열리는 하우스의 수익 지분을 모 기업 간부와 전 국회의원인 P씨 등 몇 사람이 나눠 갖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 트럼프 방은 하우스로 꾀 유명한데도 단속이 없는 걸 보면 뭔가 수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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