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은 우리의 밥줄 “영계 몰러 나간다~!”


10대의 탈선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흥가를 중심으로 속칭 ‘영계 사냥’이 확산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있다. 영계사냥은 나이트클럽 등 업소에서 10대 여고생과 중년남성들이 부적절한 만남을 갖는 것을 말한다. 심지어 일부 룸살롱에서는 10대 여고생들을 고용, 공공연하게 영계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마케팅이 늘어난 것은 남성들이 어린 여성들을 선호하는 성향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트클럽에선 여고생과 부킹(즉석미팅)을 주선해 주는 웨이터에게 특별팁을 쥐어주는 게 관례처럼 벌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에선 수시모집이 여고생들의 탈선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일찌감치 대입 걱정을 털어버린 여고생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유흥가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영계사냥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 현장을 나가보았다.

각 고등학교마다 학생 관리에 애로점을 토로하지 않는 곳이 없다.

학생들의 탈선이 자주 적발되지만 이에 따른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A씨는 “교사들에 대한 권위가 땅에 떨어진데다 학생들도 예전같지 않아 도무지 컨트롤 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또 입시가 학교 수업 중심이 아니라 학원중심이기 때문에 학교가 더 이상 아이들을 잡아둘 수 없다. 학교를 예전처럼 늦게 끝낼 수 없다는 말이다. 학생들을 위해 학교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 남아 있어봤자 특별히 배울 것도 없는 데다 특별한 관리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교사로부터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으로 가는 건 아니다. 밤늦게까지 학원 수업을 듣는 학생들 있는가하면 또다른 학생들은 밤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학생들과 휩쓸려 유흥가로 젖어드는 여학생들은 꽤 많다. 더욱 큰 문제거리는 성숙치 못한 이들의 심리를 이용해 제살 불리기에 급급한 일부 어른들의 행태다. 돈 벌기에만 급급해 미성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감아 주기 바쁘다.


10대 유흥진출 나날이 증가

단속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점이나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미성년자들에 대한 출입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업주들은 미성년자 출입에 대해 자체적으로 검사를 실시해야 함에도 이를 생략하거나 검사를 하더라도 흉내만 내는 식이다. 경기도 어려운데 미성년자 손님이라도 받아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업소의 경우 신분증 검사를 통해 미성년자임이 드러나면 만일의 사태, 즉 불시 단속이 실시될 때를 대비해 비상출입구나 뒷문 쪽의 자리를 권하며 “단속이 나올 경우 이리로 도망가라”고 알려주며 술을 팔기도 한다.

물론 단속이 나올 경우 황급히 도망갈 이들을 위해 술값을 미리 받아두는 철두철미함까지 보인다.

이에 대해 탈선 청소년들은 뭐가 잘못됐냐는 식이다.

대학로에서 만난 한 여고생은 “1년 후 20살이 돼서 술 마시나 지금 술 마시나 다를 게 뭐가 있느냐”며 “술 마시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오히려 불만을 표출했다.

적반하장격이긴 업주들도 마찬가지다.

대학로에 위치한 B업소의 업주는 “이곳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술마시고 즐기겠다는데 그게 무슨 잘못인지 모르겠다”며 “그리고 솔직히 손님들 중 20%가 10대 청소년이다.

매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들을 다 내쫓고 무슨 장사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의 현 실태를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다는 주점을 수소문해 직접 찾아가 보았다.


여고생 노린 부킹 인기

지난 10일 저녁 홍대 앞에 위치한 C나이트클럽. 이곳에는 이미 수십명의 남녀가 뒤섞여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업소 앞 대로변에는 웨이터나 삐끼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여성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웨이터에게 영계(여고생)들이 많이 있냐고 물었다. 명함을 돌리던 웨이터는 두말하면 잔소리라며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보고 거짓말이면 그냥 가도 된다고 호언장담했다.

이 웨이터에 따르면 영계 중심의 업소가 뜬다는 것은 어느 업종을 통틀어 불문율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여고생들에 대한 출입여부에 업소 자체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것.

웨이터와 실랑이를 벌이던 한 20대 여성과 얘기를 나눠 보았다.

대학교 3학년의 박혜진(22)양은 “대부분 나이트에서 여성들에게 공짜 술 제공을 미끼로 수질 관리를 부탁한다”며 “요즘 나이트에 고딩들이 왜 이렇게 많은 지 모르겠다. 22살 나이에 노친네 취급까지 받는 지경이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노려 나이트클럽만 돌아다니는 ‘죽순이’들도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그는 전했다.

박양에 따르면 10대들이 잘가는 업소는 특정업소 몇 군데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그가 알려준 업소를 찾아가 봤다.

신촌 부근에 위치한 N나이트클럽이 영계가 많은 곳 중 하나다. 이를 입증하듯 업소 입구에는 1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 상당수가 서성이고 있었다.

제법 어른스럽게 치장을 하긴 했지만 여드름이 듬성듬성한 얼굴과 어색한 화장은 고교생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4백여평 규모의 나이트클럽 안에는 2백여 명에 달하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자리를 잡고 분위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 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20대 대학생이나 30대 직장인은 나이트클럽을 잘 찾지 않는다. 대부분이 10대청소년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 자리 잡은 손님들 상당수가 하나같이 앳된 얼굴의 여성들이었다.

소위 ‘골뱅이’(만취상태의 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보이는 여성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여고생들의 경우 술이 약해 간혹 위급한 상황을 보이기도 한다. 여고생들의 경우 스트레스 풀러 왔다는 이유로 한 두 잔씩 먹다보면 골뱅이(만취) 되기 일쑤다”며 “몇 몇 남자 손님들의 경우 골뱅이 여고생만 노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영계만 노린 늑대들 기승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계에서만 통용되는 말이지만 골뱅이 고딩들을 상대로 남성에 대한 부킹이 공공연히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미 골뱅이 부킹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문제를 야기 시키며 업계에서도 자정의 노력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영업수익을 올리려는 일부 악덕업계 관계자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웨이터들은 손님들이 쥐어주는 팁은 가장 큰 수입이 되고있다. 때문에 두둑한 팁과 함께 ‘영계 골뱅이’를 부탁하면 그들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웨이터와 취재를 하는 동안에도 다른 웨이터들의 손에 이끌려 이리 저리 부킹에 끌려 다니는 여성들이 여럿이 보였다.

또 웨이터는 “고딩들은 술 몇 잔에 분위기만 타면 어쩔 줄 모르는 얘들이다. 그냥 앉은자리에서 로또 당첨되는 거다”라며 은근히 별도의 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밖에 수개월 전에는 소문으로만 들려오던 여중생 노래방 도우미가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적발된 이 노래방들은 ‘도우미’들을 한 달간 알선하고 수백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이들 도우미 중에 여중생이 둘이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업주들은 경찰조사에서 “외모로만 봤을 때 도저히 10대로 보이지 않았고 중학생이라는 사실을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업주들은 적발되면 한결같이 이렇게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또 남자 고교생들로 구성된 보도방이 경찰에 적발된 적도 있다. 이들도 단지 돈을 쉽게 벌기 위해 속칭 ‘호스트바’ 등지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접대부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10대 소녀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성매수자들은 공무원, 공사 직원, 중소기업 대표, 회사원, 대학생 등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과 직업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대학 강사, 대학생, 회사원 등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성매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이들의 집, 사무실, 모텔 등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10대 청소년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남성들은 자신의 집으로까지 불러들여 안방과 건넌방을 번갈아 오가며 10대 소녀 2명과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고 한다. 또 돈을 안주고 도주하고, 성관계가 끝난 후 10대 소녀가 샤워를 하는 사이 지불했던 성매매 대금을 훔쳐 도망가는 등 파렴치한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어른들의 그릇된 성문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반인들이 잘 모를 뿐이다. 업주들을 조사하다보면 기막혀 말이 안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10대 소녀들과 각종 변태행위를 한 이들을 일벌백계로 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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