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섹스쇼핑’중독 중


성매매가 공식적으로 불법화 된지 4년째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직후 관련 업소와 숙박업은 일대 위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단속의 눈을 피해 물밑으로 숨어든 유흥업소들이 살아남기 위해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일본·동남아 등지에서 인기를 끄는 일명 ‘하드코어’ 서비스를 한국식으로 각색, 인기몰이에 나선 업소들. 이들이 신선하다 못해 변태적이기까지 한 서비스를 쏟아내는 이유는 일명 ‘유흥마니아’로 불리는 단골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밤문화 탐험대’를 자임한 이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업소와 아가씨에 대한 정보 등을 나누며 경험치를 쌓는다. 문제는 일부 유흥마니아들이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업소 체험에 쏟아 붓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유흥업소들은 이들 주머니에 의지해 매출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한 제보자는 “월급을 고스란히 탕진하고 한 달 만에 5백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만 남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섹스쇼핑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의 단면을 들여다봤다.

직장생활 3년차 강모(29)씨는 지난해 9월 회사동료들과 마사지업소를 찾았다. 중소기업 내근직으로 일하는 강씨는 풍문으로만 들었을 뿐 유흥업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초짜였다. 2시간 가까이 ‘서비스’를 받은 그가 지출한 돈은 15만원. 직장인에게 있어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그날 이후 강씨는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연 기분이었다.


커뮤니티 ‘정모’서 단체 성매매

직업여성의 파격적인 서비스에 빠져든 강씨는 인터넷을 통해 본격적인 자료수집에 들어갔다.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 회원으로 가입한 강씨는 오래지 않아 열성적인 ‘유효회원’이 됐다.

카페 게시판에는 룸살롱·안마방 뿐 아니라 대딸방·스트립바 등 유사 성행위 업소들에 대한 체험기가 줄줄이 올라왔다. 커뮤니티에서 또 다른 회원과 친분을 쌓은 강씨는 곧 본격적으로 업소 탐방에 나섰다. 속칭 ‘번개’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만난 이들은 2~3명씩 모여 체험기가 올라온 유흥업소를 직접 경험했다.

강씨는 커뮤니티에서 한 달에 한번씩 ‘정모’도 있었다. 정기적으로 카페회원 10여명이 만나 친목을 다지는 자리다. 늦은 저녁 모인 회원들은 술집에서 가볍게 1차를 하고 아가씨들이 나오는 유흥업소에서 2차를 즐긴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처음 커뮤니티 정모에 참석한 강씨는 회원들과 함께 업소를 찾았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업소 여성들과 하룻밤을 보냈다. 이미 커뮤니티 운영자와 업소 사이에 ‘단체할인’ 약속이 돼 정가의 25%씩 에누리도 받을 수 있었다.

강씨가 본격적으로 섹스쇼핑에 중독된 것은 지난 2월부터. 4년 간 사귀던 여자친구와 올해 초 헤어진 강씨는 병적으로 유흥업소에 집착하게 됐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동료들과 함께 재미삼아 들르던 안마방을 혼자 찾게 된 강씨. 일주일에 1~2번이었던 그의 업소 방문 기록은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월급 2백만원을 버는 강씨는 한 달 만에 800여만원을 유흥업소에 쏟아 부었다. 특히 단골로 지명한 아가씨에게 들어간 돈도 만만치 않았다. 강씨는 이야기가 잘 통하는 업소 여성에게 ‘애인모드’를 주문했고 그만큼 추가비용이 들었다.

그는 결국 월급을 고스란히 날린 것은 물론 유흥비를 마련하기위해 5백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쓰는 신세가 됐다.

이 같은 사연은 강씨가 이달 초 인터넷 커뮤니티를 탈퇴하며 게시판에 긴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그의 하소연에 많은 회원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자신을 자영업자라고 소개한 또 다른 회원은 “나 역시 월 수익 대부분을 업소출입에 쓴다. 하루에 업소를 2번씩 찾을 때도 있었다.

일주일에 유흥업소를 10곳 넘게 돈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회원은 “(강씨의 경우)그 정도는 약과다. 어떤 사람은 한 달 동안 5천만원을 화대로 날린 적도 있다더라”고 전했다. 섹스쇼핑에 중독 된 사람이 상당수이고, 이들이 탕진하는 유흥비도 엄청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렵게 기자와 전화통화를 허락한 강씨는 “내 경우엔 그래도 빨리 발을 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돈 수백만원이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업소 여성에 빠져 새로운 사랑을 하지 못할까 겁이났다. 그곳에서 경험한 자극에 익숙해질수록 나 자신이 섹스기계로 전락하는 듯한 경멸감에 빠져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밤문화에 중독 된 뒤 유흥비 탕진은 물론, 일반 여성과 자연스러운 연애 감정을 나누는 것도 힘들어 졌다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유흥마니아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1년 사이 가입자와 활동 회원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업소 정보를 얻으려는 일반인 뿐 아니라 이들을 상대로 업소 홍보를 하려는 업계 관계자들도 인터넷 카페에 몰려들고 있다.


“한 달에 5백만원 수천만원까지”

A씨는 “단순히 정보 공유를 위해 개인적으로 카페를 개설했다. 하지만 회원이 많아질수록 일부 업소에서 직접 광고제휴를 요청해오는 경우도 많다. 카페에 해당 업소에 대한 체험기가 올라오면 손님이 몰려 매출이 급증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단속 당국이 밝힌 우리나라 유흥산업 규모는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직접적인 성관계를 제공하는 퇴폐업소는 전체시장의 절반을 넘는 2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해당 업계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1년에 수백~1천억대의 수입을 올리는 업소들이 판을 쳐, 못해도 한해 60조에 이르는 돈이 유흥시장으로 빨려들어 간다는 것이 업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물론 이들의 막대한 수입은 유흥업소에 빠진 ‘섹스쇼핑’중독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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