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의 튀는 정치가 또 한 차례의 큰 파문을 만들어냈다. “내년부터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않겠다”는 홍 지사의 폭탄선언 배경은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는 것이다. “무상급식 예산을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사업 보조금으로 시, 군에 직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한 아무런 법적책임이 없는 만큼 찬, 반 논란이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

경남 도내 시, 군에서는 대부분 무상급식 감사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곧 다른 시, 도 지방자치단체들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홍준표 지사가 서울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패배하고 경남도지사가 된 후 여론의 중심에 다시 오른 것은 진주의료원 폐업 카드로 해서였다. 당시 논란이 얼마나 컸으면 여권 내에서 “대통령은 안 보이고 홍준표만 보인다”는 말이 나왔었다.

그때 ‘공공의료’란 명분에 밀렸으나 즉각 ‘강성귀족노조’를 들고 나와 “강성귀족노조의 놀이터에는 단 한 푼의 예산도 줄 수 없다”는 논리를 설파했다. 이후 ‘공공의료’에서 ‘노조’의 문제로, 즉 보수와 진보 간 대결 프레임으로 국면 전환에 성공했다. 이번 ‘무상급식 지원중단’은 프레임 규모면에서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보수 대 진보’ 대결프레임이 또 먹혀들지는 더 두고 볼일이다. 홍 지사의 작정한 도발이든, 결단이었든 간에 하위권이긴 하지만 대권주자 반열까지 오른 정치인 홍준표의 정치생명을 걸어야 될지 모른다. 홍 지사는 “민간단체도 예산이 지원되면 예외 없이 감사를 하고 있다. 하물며 지난 4년간 경남도와 시, 군이 3040억 원을 지원한 무상급식비 사용처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도교육청이 대등한 독립기관이라 주장하며 감사를 거부하는 만큼 법적, 정치적으로 도(道)에서도 줄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이 같은 도 단위 기관 간 감사가 월권이라고 반발할 테면 도 예산지원을 받지 말고 도교육청 예산으로 직접 하면 된다는 말이다. 가뜩이나 낮은 재정자립도의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급식예산중단 결정은, 특히 보수 단체장에 진보 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는 긴박한 전운을 촉발시켰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시도교육청 중 14곳이 진보성향 교육감이 탄생했다.

“감사 없인 지원 없다”고 천명한 홍준표 도지사가 경남도교육청의 반발에 선선히 물러날 공산은 전혀 없어 보이고, 도교육청이 말하는 교육현장의 ‘형편’이란 것이 감사거부의 명분이 될 수도 없어 보인다. 단순논리로 보면 돈을 지원해준 쪽이 지원 목적대로 돈이 잘 쓰였는지를 감사해 보겠다는 것이다. 거듭 말해 아이들 밥 사주라고 준 돈을 딴짓에 쓰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해봐야 하겠다는 것인데 조금도 복잡하게 만들고 반박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라고 본다. 자존심 상하면 지원 안 받으면 그뿐인 것이다. 막말로 그것도 돈의 위력쯤으로 생각하면 배짱 편할 노릇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임하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전교조 출신의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의 시답잖은 기 싸움으로 비치고 있는 점이다. 아이들이 벌써 ‘보수’를 알고 ‘진보’를 알아야하는 사정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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